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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15. 2024

근본적인 질문

결국 어느 누구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1. 몇 가지는 인정한다. 이준석에 대한 나의 평가는 틀렸다.


이준석이라는 인간에게 상당한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필자는 최소한 그가 다른 대감님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설칠 수 있는', 정치권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주체적인 캐릭터일 것이라 여겼다. 윤석열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고 싸우는 모습도 그러한 주체성의 일환일 것이라 믿었다. 


물론 지금은 거진 박살 난 가정이라는 걸 인정하겠다. 결국 그도 또 다른 최순실들, 또 다른 장막뒤 대감들의 노오예이자 꼭두각시 인형이었을 뿐이라는 게 이제는 다 입증되었다.


표면적인 정치공학으로는 도~저 히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이었음에도, 그는 류호정과 페미니스트일당들에게 100대 0으로 가진걸 다 내어주고야 말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준석은 어서 내 봇짐을 내놓으라."라며 설치는 류호정은 처음부터 믿는 구석이 다 있었던 것이다. 류호정 무리들에게 나름의 정치적 근거가, 이준석 목줄 잡고 있는 게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까지 이준석 머리 위에서 놀며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준석도 장막뒤 대감님들의 꼭두각시였을 뿐 절~대 그 이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예상(이라고 적고 희망이라고 읽는다.)은 틀렸다. 


여태껏 우리가 그의 '주체성'을 믿게 만들었던 어떤 정치적 이벤트들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다 그럴싸하게 기획되어 있던 연극의 일환들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준석은 '용산반점 굥사장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맞서 싸웠던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목줄을 잡고 있는 진짜 주인'의 매뉴얼에 복종했던 것이다.


이준석 스스로가 신념도 없는 인간이었는지, 아니면 신념이 있는데 어떤 알 수 없는 힘의 논리에 눌려 이리되었는지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애초부터 신념이 있는 인간이라면 차라리 죽고말지 이런 부당한 을사조약 같은 거 도장 안 찍는다. 



그리고 준빠들도 인정 좀 해라. 이번에 준스톤이 벌인 짓거리는 정치공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어떤 측면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변절이자 개짓거리 맞다. 여러분들을 원망하진 않지만 이 사달이 났는데도 덮어놓고 이준석 만세만 외친다면 이젠 당신들도 그냥 NL인 거다. 

NL이 별거냐? 덮어놓고 수령님 만세 하면 그게 NL이지.




2. 그렇다고 지금 설치고 있는 4 사분면 전통 보수주의 친구들이 이뻐지는 건 아니다.


이번 참극은 이준석 '도' 용산반점 굥사장급이었음이 밝혀진 것이지 용산반점 굥사장과 그 패거리들이 훌륭했다고 입증되는 건 아니다. 


막말로 반페미 대의에 대한 배신은 이준석보다 4 사분면 굥사장 패거리로부터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여가부 폐지'와 2030 남성들 표를 받아 당선되었음에도 당선 후엔 페미니즘진영에 대한 그 어떠한 적대의지도 표명하지 않았고, 그를 지지했다던 그 짝 계열 인간들 역시 반페미 어젠다를 은근슬쩍 내려놓고 있었다는 거 내가 다 안다.("저는 더 이상 반페미가 아니라 애국보수일 뿐입니다ㅎㅎ^^;;") 여전히 이준석이 반페미인 척 연기를 이어가고 있었을 때에도 그러했는데, 일전 그 저명한 '뿌리사태' 조차 4 사분면 친구들은 찍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건 필자가 누차 반복해 온 이야기.


그렇게 '먼저 배신한' 용산반점 굥사장측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입. 도. 뻥. 끗 못 하는 자들이 이제 와서 이준석의 배신이 어쩌고 변절이 어쩌고 신이 난 것도 사실 꽤 가증스러운 장면인 것이다.(이 말이 억울하면 장예찬처럼 "페미 개객기"라고 자신 있게 외쳐봐라. 그럼 최소한의 진정성은 인정해 준다ㅇㅇ)




3. 민주진보 쪽 인간들의 한심함이야 더 논할 것도 없다. 애당초 좌파 반페미는 성립할 수 없으며, 성립해도 생존할 수 없다며 일치감치 때려치우고 나가 페미들이랑 야무지게 붙어먹는 게 이들이다. 무엇을 논하랴..




4. 이 즘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이슬람 이민자 반대'로 주가를 올렸던 서구 대안우파들이 언제부턴가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는 필자가 누차 반복해 온 부분이다. 그들의 체고조넘이라는 트럼프부터가, 언제부턴가 반페미 반피씨보다는 북중러 반미 반서방주의 NL식 언사에 조금씩 더 치중하고 있더라는 이야기 기억들 하시리라.


서구권 대안우파들은 가면 갈수록 반페미 반피씨보다는 반미 반서방주의에 더 치중하고 있다. 러시아를 추종하면서 우크라이나 사람 몇 만 명 즘 죽이는 게 뭐가 대수냐. 사람이 살다 보면 침략전쟁 좀 할 수 있지 이러고들 있다. 이렇게 러시아 푸틴에 대한 지지를 표명, 반미 반서방주의로 들어서고 나서야 이들은 비로소 제도권의 유의미한 세력으로 자리 내리게 되었다. 





5. 이준석같이 변절하고 배신하고 이상해지는 한 둘을 욕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변절이 어쩌다 한 둘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그것도 범 세계구급으로 나타난다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대체

대체 이유가 뭘까? 


어쩌다 한 둘도 아니고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두가 다 그렇게 되었다!

한 둘이 아니라 제도권으로 진출한 세계의 모든 반페미 반피씨들이 다 그리 되었다면

이는 무언가 구조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페미 반피씨 하겠다고 제도권 나갔더니 다시 페미피씨와 한 편이 되어 돌아온다.

반페미 반피씨 하겠다고 제도권 나갔더니 반페미 반피씨가 아니라 주야장천 이승만 전두환 찬양이나 하고 있다.

반페미 반피씨 하겠다고 제도권 나갔더니 반페미 반피씨가 아니라 NL들이랑 같이 북중러 이슬람 반미 반서방이나 외치고 있다!

그 어떤 반페미 반피씨도 성공하지 못했다.


모든 반페미 반피씨가 제도권으로 진출 후에는 약속처럼 변질과 변색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순수하게 반페미 반피씨만으로 뿌리내리는 데 어느 누구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채 전 세계의 모두가 약속처럼 실패하고 만 것이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대체 어떤 강력한 힘이 이러한 굴절을 강요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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