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과 고집 사이
30대의 안쪽으로 완전히 접어들면서 나는 문득 굳어지게 된 사람을 보는 나의 시각을 돌아보게 됐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건 숱한 싫은 상황도 사람도 좋은 척 연기할 수 있는 사회화 능력과 사람 보는 눈이라고들 한다. 나는 8년밖에 안 되는 경력이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나와 이리저리 대보며 결이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나는 많은 경험들로 특히 독단적인 성향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본인이 하는 행동과 말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나의 마음을 따끔따끔 다치게 했고,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곁에 오래 머물기 어려워 보였다.
이렇게 믿으며 나는 사람 보는 눈은 좀 있지,라고 살아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독단적인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 사람들을 내가 아는 유형으로 분류해서 배척한 건 아닐까. 사실 내가 당시 마음이 꼬여있어서, 그 사람의 상황도 잘 모르면서 쉽게 판단해 버린 것은 아닌가.
사실 내가 믿어왔던 것을 뒤바꾼 케이스가 있었다. 우리 팀에 경력으로 들어온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같은 사이트에 근무 당시 근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도 안 챙기고 같이 일하는 차장님만 3일 내내 일하게 만든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경력으로 들어온 분들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레벨 이상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원이 보인 모습은 나로선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든 그 부분을 도와주려고 메신저를 보냈을 당시에도 어떻게든 이걸 해결해서 근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망이 컸다. 그리고 한참을 그 분과 일적으로 겹치지 않다가 다시 한번 만나게 됐는데, 그날 본인이 할 일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모습은 어라? 싶었다.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사람 보는 눈이 잘못된 건 아닐까, 싶었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나와 별로 연차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선배는 항상 말을 할 때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나보다도 작은 체구였는데 목청은 얼마나 크고 말도 많은지, 나는 그 선배와 이야기할 때면 한 수 접고 이야기하는 게 습관이 됐다. 처음엔 '저 사람 왜 저래~' 하며 진짜 자신감이 없나 봐 하며 외면해 왔는데, 저 사람 왜 저래,라는 말이 내 눈을 닫게 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저 사람의 어떤 부분을 보고 내 기준에, 내 분류 체제에 이런 사람으로 순간적으로 분류되어 그 사람을 도장 찍어 버리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 내린 건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굳어가는 부분도 있고 오히려 유해지는 부분도 생긴다. 굳어가는 속도가 각 분야마다 다르고 이는 경험으로 축적되는 거라 굳는 걸 막긴 어렵다. 그러나 사람을 보는 시각에 있어서는 굳어지면 안 될 것 같다. 정말 좋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환경도 상황도 모르면서 내린 결정은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나이가 들더라도 괜한 아집으로 틀에 박혀 내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고수하기 위해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