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규어 로스는 아이슬란드 출신의 포스트록(Post-rock) 밴드로,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스타일로 유명하다. 1994년에 결성된 이 밴드는 독특한 사운드, 아이슬란드의 자연경관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톰 요크는시규어 로스가라디오헤드에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Hoppípolla는 '물웅덩이에 뛰어들다'라는 의미다. 말 그대로 어린 시절 물웅덩이를 뛰어다니며 즐거웠던 순수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이 곡은 모두의 내면에 숨겨진 어린아이의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가끔 그걸 되찾을 때 살아나는 무한한 행복에 대한 찬사다.
벤 폴즈는 미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탁월한 피아노 연주와 재치 있는 가사로 유명하다. 그는 밴드 Ben Folds Five의 리더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큰 인기를 얻었으며, 솔로 아티스트로도 성공했다. 그의 음악은 팝, 록, 재즈, 클래식의 요소를 결합하며 유머와 인간적 스토리를 동시에 담고 있다.
Still Fighting It은 벤 폴즈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대화다. 자식에겐 모든 걸 내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벤 폴즈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시작하는 가사지만, 듣다 보면 결국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떠올리며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2. 감상 포인트
호피폴라는 자연의 웅장함같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곡이 처음엔 단순하게 시작하지만, 그 위에 악기와 팔세토 음성이 얹어지며 큰 스케일을 일궈낸다. BBC의 전설적인 다큐 Planet Earth의 BGM으로 사용되며 큰 인지도를 얻었다.
언어를 초월하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시규어 로스의 곡들은보컬 욘시(Jónsi)가 만든 '희망어(아이슬란드어와 영어를 섞어서 만든 임의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곡의 심상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7년 전,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충격을 다시 느끼고 싶다.
Still Fighting It은 전통적인 팝/록 발라드 형식이다.도입부는 소박하지만 점차 풍성해지는 악기와 코러스가 자연스러운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낸다. 멜로디가 다정하면서도 잔잔한 슬픔을 품고 있다.
심플하고 반복적인 코드 진행으로 안정감을 제공하는 피아노, 감정의 고조를 이끌어내는 드럼 그리고 현악기가 조화롭게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벤 폴즈의 보컬이 그 사이를 담담하게 채운다. 아버지의 서툴지만 따뜻한 사랑, 그리고 앞으로 삶을 살아갈 자식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는 멜랑콜리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노래
3. 지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삶에 지치는 순간이 있다. 그리 달가운 손님은 아니지만, 인생에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시기가 종종 찾아온다. 잘 나가다가도 사소하게 여겼던 문제로 무너지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참 어려운 인생이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때 운동한다. 책 읽고 공부한다. 그럼 조금 괜찮아진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도무지 안 풀릴 때가 있다. 정신이 지쳐서 번아웃이 온 건데, 그러면 갑자기 내가 하는 것들이 부질없고 하찮게 느껴진다. 몸은 대체로 정신을 따라간다. 정신이 또렷하면 몸이 조금 약해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정신이 지쳐버리면 아무것도 못 한다.위험하다.
정신은 섬세한 친구다. 그냥 단련하고 채찍질한다고 강해지지 않는다. 가끔 위로가 필요하다. 근육이 크려면 휴식도 필요한 것처럼. 어린아이 같은 감상에 빠지기도 해야 하고, 마음 놓고 울기도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건 나한테 솔직해진다는 것과 같다.
내게 '나'는 애증의 대상이자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메타인지를 하면서 이제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다. 스스로가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어린 마음과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는 관념이 계속 충돌해서 그런 것 같다. 늘 '나 자신을 알라'는 과제를 풀며 살아간다.
아마도 나는, 각자 내면에 숨겨진 순수한 꿈을 좋아한다. 마음으론 거기에 공감하고 따뜻한 얘기를 건네고 싶다. 그렇지만표현이 서툴러서 힘들다. 내 화법엔 언제나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스탠스가 깔려있다.표현방식이 둥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이들이 있다. 내가 언제나말을 아끼는 이유다. 속마음을 말로 꺼내는 것도 쉽지 않다.마음과 행동의 모순 때문에 관계가 어렵다.
가끔 스스로에게지칠 때,이렇게 내면의 목소리를 끌어내주는 노래가 필요하다. 순수한 호기심과 즐거움, 그리고 나와 이어진 존재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이런 게 진정 삶을 지탱하는 커다란 축이다. 그걸 일깨워주는 두 노래에 감사한다.
Disclaimer
이 매거진에 소개되는 음악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