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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Oct 31. 2023

부모가 내 아이를 잘 모를 수 있다.

발달센터 다녀오고 새롭게 알게 된 아이들

기회가 생겨 두 아이의 발달 상담을 받게 되었다. 부모가 평가하는 것도 있고 선생님께서 아이와 놀면서 평가하는 부분도 있었다. 점수를 내시고 상담을 해 주시는 데 내가 내 아이들에게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이 상당히 놀라웠다. 나는 그동안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오랜 시간 보내기도 하고 하나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둘을 키우며 서로 비교가 되기에 나름 각 아이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상담을 받고 내가 잘못 파악했던 부분을 알게 되고 이런 기회가 생겨 아이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깨달았다.

  


 나와 가족이 생각했을 때 첫째는 사회성이 좋고, 책을 많이 읽어 어휘력이 풍부하며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둘째는 사회성이 부족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단어만 표현하는 등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서툴다고 여겼었다. 대근육, 소근육 면에서는 첫째보다 빠르고 잘하는 둘째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평가를 보니 내가 잘못 판단한 걸 알게 되어 정말 깜짝 놀랐다. 말을 정말 잘했던 첫째는 의외로 언어 수준이 평균이었다.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을 많이 하지만 핵심이 없고 끝맺음이 부족하단다. 생각이 많기 때문에 산만한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고 한다. 그 생각을 꺼낼 수 없을 때 몸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평소 책 읽어줄 때나 티브이를 볼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을 마구 움직이던 아이가 이해가 되었다. 또 생각이 많음으로 해서 주의시간이 짧고 질문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시각적인 자료를 함께 제시해 주어야 아이가 집중할 수 있다고 하셨다. 말의 전달력이 부족하므로 편지를 써서 말하라고 하면 도움이 된다고 알려주셨다. 

 주의 집중력이 짧고 산만한 편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건 알지 못했다. 그리고 워낙 말을 잘해서 언어면에서 뛰어날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엄마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어 앞으로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길이 보인 느낌이 들었다.  

    

 평소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하는 걸 즐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둘째의 결과도 의외였다. 둘째는 언어, 인지 능력이 상당히 높아서 또래와 수준이 안 맞아 어울리지 못한 거라고 한다. 본인이 상황을 판단하기에 비교를 잘하고 완벽하고 싶어 형과의 보드게임이나 신체활동에서는 섣불리 참여를 하지 않은 거란다. 오히려 첫째보다 둘째가 문장구성력과 전달력이 뛰어나다고 하셔서 정말 새로이 알게 된 부분이었다. 엄마아빠와 대화할 때는 그 뒤에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나올지 알아서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구체적으로 상황을 잘 설명한다고 하셨다.  둘째는 형과 있을 때 자기의 싫은 표현을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나타내서 남편과 내가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럴 때 아이도 분노를 표출할 방법이 있어야 하니 소리 지르는 대신 베개를 친다던가 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라고 도움을 주셨다. 

 또 놀랐던 부분이 운동능력이었다. 평소 첫째보다 체력도 좋고 정글짐도 잘 올라가고 글씨도 잘 써서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생각했는다. 그런데 운동 부분이 3살 수준으로 상당히 낮다고 하셨다. 대신에 아이가 힘이 좋은데 그 힘으로 억지로 버틴 거라고 하셨다. 이걸 듣는데 아이를 너무 몰라주어 눈물이 나기도 했다. 특히 하체 힘이 약하니 균형 잡는 그네, 트램펄린, 줄넘기를 자주 하라고 알려주셨다.  

    


내 아이는 부모가 제일 잘 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첫째는 언어적인 면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여 아이가 말을 끝맺도록 도와준다거나 정확하게 말하는 걸 연습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는 사회성이 부족하다고만 여기고 같이 참여하라고만 강요할 수도 있었다. 운동기술이 부족한지 모르고 잘한다 생각하여 도와줄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또래와 노는 것도 관찰하여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아이는 가지고 태어난 능력에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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