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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Nov 10. 2023

나는 놀이중심 유치원을 선택했다

유치원 선택도 부모의 철학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은 놀이중심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난 전공도 이쪽이었고 경험도 있었기에 유치원 선택할 때 기대가 됐었다. 집 근처 유치원 3군데 입학설명회를 듣고 한 곳에 딱 빠져버려 거기만 바라보았다. 5세 때는 1 지망에서 떨어졌는데 어차피 코로나가 터져 보내지 않고 6세 때 다시 지원해서 첫째를 보내고 지금 둘째도 계속 다니고 있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 꼭 입학설명회를 다녀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지 직접 듣고, 아이들이 이용할 시설을 직접 보아야 한다.

사실 첫째가 5세 때 여기에 떨어지고 집 근처 유치원에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어 원서 내고 보내려고 했었다. 원서를 쓰면서 원감선생님께 유치원 프로그램을 여쭈어보니 특별활동만 신나게 말씀하시고 정작 정규과정은 잘 답변을 못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코로나도 있고 접수를 취고하고 가정보육을 택한 후 6세 때부터 이 유치원으로 보내는 내내 늘 만족 중이다.

 또 단지 안에는 인기 많은 유치원이 있다. 우리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초등학교 준비를 완벽하게 시켜주기 때문이다. 엄마가 학습적인 면에서 손 갈 일이 없다고 한다. 입학설명회를 들었을 때 아이들이 학습지 위주로 수업하는 것을 보고 활동적인 내 아이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교실도 상당히 작아 아이들의 갈등 소지가 많아 보였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 부모의 철학과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놀이로 큰다” 는 철학 아래 마음껏 재료를 주고 놀이를 장려하는 지금 유치원이 좋아 보였다. 나도 일반유치원에서 근무한 적도 있지만 다양한 재료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대체로 쌓기, 역할, 미술 등 영역이 나뉘어 있고 그에 맞는 교구가 배치된다. 하지만 이 유치원은 그런 개념이 아예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며 놀 수 있게 하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를 나오면 집과 떨어진 곳에 보내기에 초등학교 가서 친구가 별로 없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안다. 사회성이 좋아 모르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첫째는 초등학교에서도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수줍음이 많고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고민을 했을 것이다. 또 활동적이라 앉아서 수업을 많이 하는 곳보다 자유롭게 놀이하는 곳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이 유치원이 인기 없어지는 이유도 있었는데 학습적인 부분을 전혀 다루지 않아 부모가 입학준비를 따로 시켜야 해서였다. 하지만 난 그 부분도 감수한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 둘째의 참여수업이 있어 형도 함께 오랜만에 유치원에 갔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교실에 구성되어 있는 놀이와 작품들이 참 마음에 든다. 이번에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더 좋았다. 언젠가 둘째가 옷에 위아래로 물감 범벅이 되어 왔는데 바로 사진에 있는 물풀놀이 때문이었나 보다. 늘 아이들이 물풀로 시작해야 다른 놀이로 간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걸 섞어서 흰 벽에 뿌리면 어떻게 될까를 둘째가 궁금해해서 벽에 흰 종이와 비닐을 해 주시고 아이들이 해 볼 수 있도록 해 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물감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까지 확장이 되었다고 하셨다. 이 날 첫째가 더 신나 했다. 이런 놀이를 엄마랑 참 많이 했는데 입학하고 놀이를 못 해준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학기 때는 실뭉치만 있어서 아이들이 관심이 덜 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숲에서 거미줄 놀이를 했는데 거미줄 이야기가 나오고 실로 매듭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또 놀이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거미줄을 만들고 매듭을 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환경도 멋있었다. 거기에 있는 노란색 실은 거의 우리 둘째가 했다고 덧붙여 주셔서 내심 뿌듯했다. 벽돌놀이도 있었는데 벽돌을 어떻게 더 단단하게 붙일까 하다가 점토를 주셨더니 아이들이 튼튼하게 집도 짓고 동네도 꾸몄다고 하셨다. 길놀이를 하다가 미로놀이로 발전하여 아이들이 빨대로 미로놀이 만들기에 빠지고 구슬을 주니 더 재미있어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해진 주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관심과 말 한마디로 주제가 정해져 놀이로 연결해 주시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유치원은 같은 연령이라도 반마다 놀이가 다르다. 그리고 재료를 아낌없이 주시는 부분 또한 감사한 부분이다. 그러나 부모의 철학에 따라 정해진 틀이 없는 놀이가 별로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아이의 유치원을 선택할 때는 내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자랐으면 좋은지 철학을 확실히 한 후 아이의 성향에 맞는 유치원을 선택해야 한다. 친한 엄마가 보내서 함께 가려고, 가까우니까 단순하게 선택하는 유치원이 아니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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