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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Nov 19. 2023

넌, 엄마 말이 안 들리니?

아이의 반복되는 행동, 엄마의 다른 반응

 병원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아이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앉으라고 했지만 내 눈치를 보며 계속 일어난다. 병원에서 대기하는 데 아이가 내 얼굴에 입으로 바람을 분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여러 번 반복한다. 진료를 보러 들어가서는 의자를 돌리며 장난을 친다. 처방전을 받고 약국으로 갔는데 이것저것 만지고 문 밖으로 왔다 갔다 한다. 약국에서 나올 때는 내 감정을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 굳은 표정으로 집에 오니 아이는 내가 화난 걸 알고 이것저것 말을 건다. 대답도 하기 싫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면 창 밖을 보고 한숨을 돌린 뒤 아이와 대화가 가능해진다.    

 

“묵은 감정의 합류라고는 하더라도 하필 그 시간에 폭발된 것은 이때까지 피차에 감정을 감추고 시험해 왔던 까닭일까, 그런 감정에는 반드시 기회라는 것이 필요한 탓일까 생각하였다. 결국 장구한 시기를 두었다가 알맞은 때를 가늠 보아 피차에 훔쳐 낸 감정에 지나지 않았다.” <메밀꽃 필 무렵>     


 아이는 그냥 그 상황에서 장난치고 싶을 뿐이었을 것이다. 한 번 말하면 듣지 않는 아이와 반복되는 사건으로 내 화가 쌓인 것이다. 어떤 사건의 부분들은 크게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었거나 그 사건 전에 서운한 게 쌓였다면 그걸 빌미로 폭발하는 것이다. 또 너는 원래 그런 애였다는 인식이 아이에게 더 화나는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든 인간관계는 가정에서 다 배운다 싶을 정도로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이다. 사회에서 누군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그만이다. 가족은 그럴 수가 없다. 묵은 감정을 해결해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화나는 상황을 잘 해결하고 그걸 아이에게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하다 보면 이 감정소모가 너무 힘들 때가 있다.  

   

 얼마 전에는 건조해서 가습기를 꺼냈는데 나오는 구멍을 막았다가 뚜껑을 열었다가 장난을 친다. 고장 나니까 하지 말락 해도 계속한다. 정말 둘째는 내 말이 들리는 건지 의심이 될 때가 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끝까지 한다. 어떤 때는 좋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어떤 때는 소리를 지르고 “넌 정말 왜 그러니”라는 말을 해 버린다.  

    

 “가르치지 않고 형벌을 주는 것을 백성을 속이는 것이라 한다. 비록 큰 악과 불효라 해도 먼저 가르치고 나서 고치지 않으면 죽일 것이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목민심서>     


 아이가 잘못을 하면 차근차근 알려줘야 하는데 매번 그러기가 어렵다. 이것은 아이의 반복되는 행동에도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의 나의 감정, 몸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내가 기분이 좋으면 넘어가는 일이 몸이 힘들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 화가 아이에게 간다. 엄마의 기분과 몸 상태에 따라 같은 행동을 해도 아이는 다른 반응을 받는 것이다. 아마 속으로는 저번에는 괜찮다고 하고 오늘은 왜 그러지 생각하지 않을까? 

    

“무릇 소송이 있을 때 급히 달려와 고하는 자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여유 있게 응하며 천천히 그 사실을 살펴야 한다.”<살면서 꼭 한 번은 목민심서>


 둘이 잘 놀다가 다툼이 일어난다. 누가 먼저 내 것을 부 섰다거나 먼저 놀렸다거나 내용은 비슷하다. 나에게 이르러 오거나 한 명이 울고 있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일 좋은 것은 한 명씩 따로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공감해 주고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고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고 제시한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떨 때는 둘이 싸울 때 귀찮으니까 한쪽 말만 듣고 사과하라고 한다던가 싸우지 말라고 한 마디하고 상황을 마무리 짓는다. 더 심하게는 몸이 지쳐있는데 그러면 “그만해! 맨날 왜 싸우고 난리 나.” 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아 버린다. 오은영박사님 같은 전문가들의 조언은 조언일 뿐, 살림을 하고 오후쯤 지쳐가는 나에게 매번 둘의 이야기를 따로 듣고 해결해 주는 것은 정말 어렵다. 전문가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집안일을 하지 않아서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건 내 입장일 뿐이고 아이입장에서는 다를 것이다. 어려서 괜찮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조금씩 쌓이다 보면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육아에서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이기에 노력해야 한다. 늘 평온을 유지하며 한결같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체력을 관리해 지지치 않아야 한다. 반복해서 알려주고 먼저 모범을 보이자.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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