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던 엄마도 흔들렸던 초등학교 입학 전 이야기
나는 전형적인 아들 유형의 첫째를 키우고 있다. 호기심이 많고 집중력이 짧고 문자에 느린... 그런 아들의 입학 전 한글로 인해 꽤나 고민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입학 전에 한글을 떼고 가는 분위기이고, 못 떼면 느린 아이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또 미리 학교 간 유치원 형아를 만났는데 선생님께 한글이 늦다면서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나를 더 걱정하게 했다.
사실 나는 굳이 아이에게 미리 한글을 가르쳐야 하나? 아이가 관심 있을 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유치원도 놀이 중심으로 보내 학습적인 부분은 다루지 않았고, 따로 방과 후나 학습지를 시키지도 않았다. 그래도 속으로는 책을 많이 읽어주었으니 육아서에서 본 것처럼 스스로 떼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육아서와 우리 아이와는 다른 이야기였다.
소신 있던 나는 입학을 앞둔 7세부터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의 걱정에 불을 지핀 것은 <초등 1학년 공부, 책 읽기가 전부다>를 읽고부터였다. 책에서 말하기를 “읽기 독립이 한글 떼기보다 중요하다. 책 읽기에도 이유기가 필요하다. 읽기 쉬운 책으로 연습해야 하고 6개월이 걸린다.”라는 구절을 읽고 아직 한글을 떼지 못 한 예비초등 첫째에 대한 조바심이 났었다. 한글도 떼지 못했는데 읽기 독립까지 하고 가야 한다고? 당장 인터넷으로 “한글이 야호”를 주문했다. 결국 아이가 지루해해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내가 한글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아기일 때는 한글카드도 사서 노출 해 주었고, 코로나로 가정보육을 할 때는 한글놀이도 해 주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계획하에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한 번의 놀이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엄마들은 알겠지만 아이가 놀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고, 밥 먹이고, 갑자기 일정도 생겨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어려움이 많다. 또, 문자에 관심 없는 아이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글을 모르니 모든 것의 진도가 느린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읽기가 안 되니 쓰기는 당연히 할 수가 없다. 영어의 파닉스를 하고 싶어도 한글이 안 되어 의미가 없었고, 수학문제집을 풀려고 해도 한글을 몰라 옆에서 읽고 도와주어야 했다. 꼭 입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려면 한글이 먼저 기본이 되고 거기서 가지가 뻗어나가야 함을 늦게 깨달았다.
푸름 아빠, 하은맘 책에 보면 아이가 4세 전에 한글을 떼야하고 그 이후에는 속도도 느리고 떼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말에 의하면 나는 한글면에서는 실패한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또 SNS에서 나의 아이와 같은 나이이거나 어린데 수준 높은 책을 스스로 읽고 쓰는 아이들을 보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 아이는 준비가 안 된 것을. 내가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아이한테 이거 꼭 알아야 해, 다시 해봐 하고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입학 전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강 한글을 떼어 읽고 쓸 줄은 알게 되었다.
그나마 효과를 본 것은 아들연구소에서 나온 “아들의 한글” 과 “포켓몬도감”이었다.
아들의 성향에 맞게 구성된 아들의 한글로 하루에 1~2쪽을 꾸준히 쓰도록 했다. 이것은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 쓰기 연습뿐만 아니라 앉아있는 힘도 기르기 위함이었다. 포켓몬도감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 최고의 교재였다. 포켓몬에 빠진 아이는 엄마한테 읽어달라고 하다가 엄마가 귀찮아하니 스스로 읽으려고 애를 쓰며 거의 한글을 떼게 되었다. 역시 아이가 흥미 있는 것으로 접근하면 무서운 속도를 낸다. 그래도 그동안 읽어준 책이 있어서 그런지 읽고 쓰는 속도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학기 초만 해도 완전 까막눈이던 아이는 2학기 때 도감을 읽으면서 겨울방학에는 일기숙제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읽기 독립을 하기 바라는 건 아이를 위해서도 있지만 사실은 엄마가 빨리 편하고 싶어서도 있다. 아직도 우리 아들은 책을 읽어주면 그림에 눈이 가 있다. 그리고 한 권 엄마랑 같이 읽어볼까 해도 끝까지 읽는 게 어렵다. 어쩌겠나.. 내 아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을... 조바심을 내려놓고 내 아이에 맞게 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아이가 조금 느리면 느린 데로 엄마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빨리 읽기 독립을 한 아이들은 자기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내가 읽어주니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줄 수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 해도 한글을 일찍 떼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아이가 관심이 있고 알고 싶다면 노출해 주고 가르쳐주지만 지금처럼 관심이 없다면 똑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아이보다 느릴지라도 책 읽고 다른 배경지식을 많이 쌓아놓으면 아이가 하고 싶을 때 빠른 속도로 다른 아이를 따라잡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