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우고 네가 원하는 티브이만 보고 살아!

아이에게 맞추고 욕심내지 말자.

by popo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그림책읽고 독후활동하는 줌수업이 있는 걸 알고 신청을 했었다. 평소 책을 읽어주고 질문하는 게 어려웠던 나는 책을 읽고 아이가 생각을 나누는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또 줌수업이니 도서관으로 이동하지 않고 둘째를 케어하면서 봐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5회 차 정도 진행하여 혼자 잘하기에 노트북을 연결해 주고 둘째가 방해하지 않도록 놀아주며 신경 써주었다. 다 마치고 노트북을 정리하러 갔는데 노트북에다가 색연필로 “00 짜증 나”를 크게 써 놓은 것이다. 올해 초 남편이 사 준 새 노트북이었는데 순간 화가 났고 그동안 학습습관 잡는다고 실랑이했던 게 쌓여서 폭발을 하고 말았다. 저녁 먹을 때 책 읽어주며 나의 배고픔을 참고 다 먹인 후 허겁지겁 먹는 내가 스스로 불쌍하기도 했기에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았다. 노트북을 닫고 저녁을 차려주며 한 마디 했다. “너 이제 다 때려치우고 네가 원하는 티브이만 보고 살아.”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늘 저녁 먹기 전후에 영어영상을 보는 우리 집이다. 다 먹고 나더니 엄마가 없어도 타이머 맞추고 자기들끼리 티브이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의 타이머가 울렸는데도 계속 본다. 내가 뱉은 말도 있고 아직 화도 남아 아무 말하지 않고 거실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 지나도 계속보는 아이들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편에게 카톡으로 언제 오냐고 물어 답을 받고는 나가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티브이 보는 데 나가서 남편을 만나서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도 남편을 만나니 훨씬 마음이 가라앉았다. 남편은 내가 아이들을 너무 혼내지 않으니 엄마를 잘 알아서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커피 마시고 기분 풀고 오라고 해 주었다.

네이버카페 <기적의 영어육아연구소> 캡처

카페 가서 마음을 추스르며 아이의 학습습관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거기서 리더님께서 아이의 계획표를 작성하는 법을 정리해 주셨는데 와닿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무엇 무엇을 하라고 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녀교육서 책을 읽고 아이주도가 되어야 한다, 충분히 의논해야 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도 내가 결정하고 하라고 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날도 아이는 학교 마치고 피아노, 태권도 다녀와서 엄마가 줌수업까지 하라고 했으니 싫고 피곤했을 것 같다. 역시 공간이 분리되니 나도 감정이 정리되고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1학년이지만 줌수업이 있는 날은 자기가 충분한 놀이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을 거고, 엄마가 하라는 게 더 싫지 않았을까 싶다.


집에 오니 아빠랑 대화했는지 울면서 나에게 잘못했다고 하는 아이다. 컴퓨터에 낙서하고 공부할 때 엄마한테 짜증 부려서 미안하단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를 했다. 너의 생각과 컨디션을 살피지 않고 엄마가 무조건 하라고 해서 화가 났구나 하고... 앞으로는 네가 알아서 하면 점수를 더 주고 우리 어느 정도 점수가 채워지면 문구점에 가자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을 말해주고 합의를 했는데 도서관 줌수업은 정말 못 하겠단다. 그래서 3회 정도 남았지만 안 하기로 했다. 내가 욕심을 부렸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달래주고 재웠지만 나의 마음도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해 준 이야기인데 남편이 와서도 계속 티브이 보길래 물어봤더니 엄마가 원하는대로 하라고 해서 티브이본다고 해맑게 이야기하더란다. 아직 엄마의 속뜻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는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싶었다 ㅎㅎ



다음날 아이와 실랑이한 게 마음에 걸려 피아노학원이 끝나고 카페 가서 맛있는 주스를 사 주면서 같이 계획을 세웠다. 어떤 걸 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그리고 아이 앞에서 적어주었다. 아침에 문제집을 하고 학교 다녀와서는 혼자 책 읽기, 영어책 듣기, 베껴쓰기를 넣었다. 얼마나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내가 하라고 하기보다 아이한테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 당장 변화가 나타났다. 세상에 그다음 날 눈 비비면서 공부하겠다고 방에서 나온 아이였다. 늘 엄마가 하라고 할 때는 엄마가 공부시켜서 싫다며 일어났는데도 나오지 않거나 짜증을 부리는 날이 많았었는데 말이다. 물론 며칠 못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엄마가 주도가 되기보다 자기가 계획 세우고 함께 의논을 하니 대하는 태도가 분명 달라졌다는 것이다.


학교를 보내고 조바심이 났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시킨다고 위안 삼으며 나도 모르게 욕심을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고 내 아이만 바라보자는 다짐을 또 한 번 했다. 조금 느리면 어떠리.. 나는 이미 아이가 충분히 놀게 하자고 생각하지 않았었던가. 무료 도서관 수업 이용 못해도 괜찮다. 나도 일의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해야 하듯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생각한 것들도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아이의 우선순위도 지켜주자. 이렇게 또 한번 엄마도 배우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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