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다 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첫째가 첫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해서 오늘 학교에 갔다. 방학하기 전에 선생님에게 부족한 부분을 여쭈어보기도 하고, 하려고 했던 계획을 세웠었기에 방학이 지나고 난 기록도 남기고 싶었다. 거의 한 달간의 방학이었지만 할머니댁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고 여기저기 놀러 다녀서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1학기 때 받아온 교과서 한 번씩 보며 복습도 마쳤고 일기도 많이 써서 노트 한 권을 채워서 보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내가 걱정했던 것들을 아이 스스로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때가 되면 알아서 하는구나를 다시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내가 첫째에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읽기 독립이었다. 한글을 늦게 떼서 학교에 가기도 했고 계속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하여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방학 동안 책 30권을 혼자 읽기로 했는데 그걸 채우지는 못했지만 매일 한 권씩은 소리 내어 읽게 했다. 그리고 개학하기 며칠 전 벼르던 서점에 데리고 갔다. 아이가 책을 선택하게 하고 싶었다. 스펀지밥과 다른 한 권을 골랐는데 내용이 궁금해서 버스 기다리며 보고 버스에서도 보는 것이 아닌가? 저녁에도 침대에 책을 보고 다음날도 스스로 끝까지 읽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인터넷상에서 보고 부러워하던 모습을 지금 보게 되다니 현실인가 싶기까지 했다. 내가 너무 그림책만 읽어주고 아이가 궁금해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아주지 못했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때가 되니 스스로 읽는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포켓몬 도감이든 과학잡지든 자기가 정말 알고 싶은 건 엄마에게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 읽는다. 욕심내지 말고 이렇게 늘려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걱정과 달리 아이는 조금씩 커 가고 있었다.
읽기가 느리니 쓰기도 당연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느렸다. 쓰기를 시도해 보려 해도 남자아이다 보니 쓰는 것을 싫어하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 일기를 꾸준히 쓰는데 놀란 점이 있다. 내가 옆에서 이야기하며 도와주었다고 해도 자기 생각을 나름 잘 표현하고 풍부하게 쓰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단어만 따라 쓰던 아이가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발전한 것이 놀라웠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아직 엉망일지라도 자기 생각을 써 내려가는 모습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역시 때 되면 되는 것을 내가 너무 걱정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책을 읽어 비록 쓰는 자체는 느렸을지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써 내려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책 읽기의 중요성도 같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상담 때도, 방학 전 하이톡에서도 선생님께 그림을 천천히 그리고 색깔을 꼼꼼히 칠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었다. 포켓몬을 좋아하여 그림을 요즘 많이 그리는 영향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 형태가 없는 그림에서 많이 발전한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색도 제법 칸 안에 칠하려고 노력하고 여러 색을 이용한다. 이것 또한 걱정과 달리 때가 되면 하는 것을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일기를 쓸 때도 선생님께서 그림에 색칠을 하라고 하셨다며 꼭 색칠하던 아이였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내가 왜 그렇게 걱정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발전한 모습이다. 방학 때는 학기 중보다는 여유가 있으니 종이접기도 하고 오리기도 하고 알아서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저학년까지는 선생님을 좋아해서 영향을 많이 받으니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것 같다.
우리말과 글이 느리다 보니 그걸 우선순위에 두어 영어가 항상 뒷전이었다. 꾸준히 영상과 책을 노출해 주고 있지만 아이가 하는 것은 꾸준히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 마음 맞는 엄마들과 아이 루틴을 해 보기로 했다. 친구들도 함께 하니 확실히 의욕이 생겨 스스로 펜을 가져와서 읽는 모습을 보인다. 방학 끝나기 전 잡게 된 우리의 루틴이다.
그리고 매일 하던 문제집 루틴은 한 학기를 꾸준히 하고 나니 이제 자기가 해야 할 것으로 알고 더 이상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습관을 잡기까지 어려움도 있고 실랑이도 했지만 꾹 참고 시키니 이렇게 잡혀간다. 이렇게 엄마도 아이도 함께 커가나 보다.
그렇게 방학을 보내며 다시 한번 느낀 것들이 있다. 아이가 지금 느리다고 고민하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한다는 것을.. 단지 다른 아이와 속도가 다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초반에 미리 접한 아이보다 느릴 수 있지만 언젠가는 따라잡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알고 있을 때와 내가 내 아이를 통해 직접 겪는 것은 새로운 깨달음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지금 내 아이의 과거와 현재만 비교하며 쭉 책을 읽어주어 기본 바탕을 튼튼히 해주는 것이 최고의 길이라는 걸 다시 다짐해 본다. 더불어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해서 여유가 없기보다 아이에게 시간을 만들어주어 책 읽을 시간, 내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해 볼 시간들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바쁘고 해야 할 숙제가 많은데 내가 부족하고 어려운 것을 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니 앞으로 더 성장할 아이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