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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Oct 24. 2023

한글 떼기에 관한 생각

아이마다 준비시기가 다르다

1학년 2학기가 되면서 매주 받아쓰기를 한다. 한글이 느린 첫째를 위해 매일 받아쓰기 연습을 시켰다. 연습이라 봐야 한 번 보고 불러주어 써 보는 게 다 이긴 하지만... 어제도 이번주에 볼 것을 한 번 보고 써 보는데 7개가 틀렸다. 아이는 아직 내가 몰라서 알아야 하는 것보다 몇 개 틀렸는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채점을 시키는데 잘 못 한 게 있어 내가 알려주면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자기 그래서 모두 몇 개 틀렸는지를 계속 물어본다. 어제는 7개가 틀렸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떨어뜨린다. 오늘 처음이라 괜찮다고 안아주고 위로해 주었지만 아이는 아닌가 보다. 자기도 잘하고 싶은데 자꾸 틀리는 상황이 속상한 듯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한글을 해 주지 않아서 아이가 힘든 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의 발달과 준비시기를 존중하지만 자신의 느림으로 느끼게 되는 좌절감이 늘 고민하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단어쓰기만 해보고 입학했지만 이제 자기 생각도 잘 쓰는 첫째

 코로나로 아이를 데리고 있기도 했고 한글은 늘 우리나라 엄마라면 최고의 관심이기 때문에 한글놀이도 해 주었다. 나의 교육관에서 학습지, 억지로 하는 건 철저히 배재했기에 흥미를 가지고 자연스레 떼기를 바랐다. 그리고 육아서에서 읽은 것처럼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자연스레 한글을 떼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우리 첫째에게는 없었다. 7살 후반까지도 책을 읽어주면 그림에 눈이 가 있었고 한글놀이나 교구로 친숙해지는 활동을 하면 그때뿐이고 그게 다른 글자들과 연계되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간판에 눈이 가는 것도 거의 입학을 앞두고였으니 정말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다.


7세에 <아들의 한글>로 꾸준히 한 것이 어느 정도 읽고 쓰고는 입학하게 했다. 그래도 미리 하고 온 아이들에 비하면 상당히 느렸다. 1학기에는 한글이 부족하여 선생님과 교과보충수업을 했다. 방학을 지나고 2학기에는 안 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엄마와 하면 고 쓰기를 잘 안 하려고 하니 감사하게 따로 숙제를 내주셔서 매일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고 있다. 독서록도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아이에 비해 나름 자기의 생각을 잘 쓰고 있다. 정말 1학년 아이들은 10월 되면 어느 정도 비슷해진다고 하는데 격차가 줄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혼자 이것저것 보고 베껴쓰기 하는 둘째

이런 첫째를 키웠던 나에게 요즘 한창 글자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읽고 쓰려는 둘째가 신기하기만 하다. 첫째처럼 7세에 교재 조금씩 해서 입학하기 전에 떼서 보내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혼자 아는 글자를 읽는다. 그리고 영어, 한글 따라 쓰기가 아이의 취미가 되었다. 하원하면 좋아하는 책을 따라 쓰고 문장도 쓴다. 읽어보라고 하면 대강 비슷하게 읽는다. 책을 읽어주면 글자에 눈이 가서 따라 읽거나 스스로 읽어보려 한다. 어제는 자기 전에 내가 읽어 준 책을 다 읽는 것이 아닌가.

문장도 따라 쓰고 영어 쓰는 것도 즐긴다

정말 한 뱃속에서 나왔지만 참 다른 아이들이다. 둘째를 보니 내가 첫째에게 꾸준히 해주지 않아 한글을 늦게 뗀 것에 대한 죄책감도 조금은 사라지기도 했다. 첫째랑 둘째는 글자 관심시기가 달랐던 것이다. 아이가 관심이 있고 준비가 되면 억지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고 싶어 하고 하려고 한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되었던 첫째에게 다양하게 노출해 주어도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인생을 멀리 보았을 때 1~2년의 차이는 큰 차이가 아닌데 “입학”이라는 환경, 대부분 아이들은 한글을 떼고 오는데 내 아이만 느리다는 분위기가 참 사람을 힘들게 했다. 늘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준비된 시기에 접근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   


한글 떼기가 입학 전에 참 중요한 숙제인 것만 같다. 아이마다 그 준비시기도 성향도 다르다. 아이가 관심 있으면 1 달이면 뗄 수도 있지만 관심이 없다면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아이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오랜 시간 그것만 잡고 있기보다 그 시기에 책을 더 읽어주고 놀면서 다른 부분이 충족되어 한글이 정말 필요할 때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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