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 때는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나들이를 많이 다녔다.
날씨가 춥고, 덥고, 비가 오는 날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희의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익숙해지고, 또 아이가 그 안에서 본 경험을 이야기하고 책으로 접목시키는 모습을 보니
중요함을 느끼고 더 열심히 다니려고 노력 중이다.
그 경험을 돌이켜보니 그 안에서 활용하고 느낄 수 있는 게 참 많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곳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키즈카페나 놀이공원 등 재미있는 곳만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박물관을 데려가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것이다. 자연스레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다 보면 그게 경험이 되어 나중에 스스로 찾아가고 즐길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
또, 다니면서 느낀 것은 꾸준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니 초등학생이 되고서 아이의 달라진 태도이다.
알고 있던 지식을 이렇게 체험을 다니며 표현하는 것을 보고 책육아의 확신도 더 얻게 된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아이와 어떻게 이용하면 좋은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각 시설마다 어린이박물관이나 디지털 이용을 많이 활용해서 아이가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유아 시기에는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장소들이 이런 도구들을 통해 흥미를 가지며 본다.
손으로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웅장한 화면들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니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키즈카페 갈 필요가 없다. 어린이 박물관도 있는 곳이 많으니까 알차게 이용하면 된다.
초등학생이 되고 한글을 깨치면서 조금 더 편하게 관람하게 되는데
제목과 해설을 직접 읽기도 하고 퀴즈도 풀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둘째, 과학 원리는 책에서 이론으로만 접하면 어려울 수 있다.
간단하게 하는 실험은 집에서도 해 줄 수 있지만 어려운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지질박물관에서 단층을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는 정말 좋았다.
아이들이 이론에서만 보기보다 직접 자기가 해 보며 원리를 깨닫는다면 제대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눈으로 보게 하지만 말고 직접 내 몸을 이용하여 원리를 터득하는 경험을 주자.
셋째, 견학 전이나 후에 책과 연관시키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알게 된 지식들이 직접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보고 나오기도 하고 먼저 보게 된 작품들은 나중에 책에서 보면 반가워하며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것도 육아서에서 읽어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내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더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얼마 전 칸딘스키 작품을 보고 왔는데 책에서 봤다고 관심 있게 보았다.
사전에 정보가 없었다면 아이에게 덜 의미 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어, 책에서 본 거다! 엄마 나 이거 좋아해요." 먼저 말을 꺼내는 아이들이다.
첫째가 정말 좋아하는 그리스 로마신화라서 전시회도 보고 왔는데
신들의 이름을 줄줄 말하고 설명해 주니 같이 가셨던 할머니께서 놀라시기도 하셨다.
이렇게 어느 것이 먼저 인 것은 중요하지 않고 책에서 본 걸 직접 보며 떠올릴 수도 있고,
보고 온 것을 어느 날 책에서 봤을 때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더 관심 있게 볼 수도 있다.
넷째, 시설마다 워크지나 미션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유아 때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더니 초등학생이 돼서 미션 완료하는 걸 참 좋아하며 열심이다.
스탬프 찍으러 다니면서 구석구석 보게 되고 퀴즈에 대한 답을 맞히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관람한다.
이럴 때 집에서 미리 관련 워크시트를 가져가도 좋고
종이와 연필만 준비해서 자기가 좋아한 작품을 그린다거나 설명을 따라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여러 시설마다 문화해설사와 도슨트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유명한 장소들은 주말은 사람이 많으니 평일을 활용하면 좋고 지역 박물관은 주말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즘은 전문가 선생님이나 원어민 선생님을 통한 체험학습도 많다.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시면 엄마, 아빠와 다닐 때보다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 또한 갈 때마다 다음에는 공부해서 와야지 하는데 참 어렵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시니 그냥 가족끼리 볼 때보다 훨씬 의미 있다.
지금 육아하는 게 참 힘든데 이런 데까지 어떻게 다녀 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유아, 초등학생까지는 짧은 시간이다. 자기주장이 생기고 친구랑 다니는 것이 더 좋아지기 전에 가족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나중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관련 지식을 접했을 때 더 쉽게 와닿을 거고 가족끼리의 소중한 추억은 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