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흥미는 편독에서 시작한다.
아이마다 독서하는 방식이 다르다.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하는 아이가 있고 하나의 분야를 반복해서 깊이 있게 읽으려고 하는 아이가 있다. 한 번 읽었던 책은 재미가 없다고 안 읽으려는 첫째를 키워서 다른 아이들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는 재미있었던 책은 계속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면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둘째까지 키워보고야 아이마다 독서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걸 알았다.
“ 한 가지 주제로 시작해서 스스로 확장 독서, 연결 독서를 해 나간다.” <엄마표 책육아>
둘째는 여느 남아들과 다르게 어려서부터 버섯과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버섯과 벌레잡이식물책을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가져오며 읽어달라고 했다. 재미있다며 반복하고 반복하고 그 책을 외울 때까지 본다. 그래서 영어도 빠르게 받아들이는 면도 있다. 식물책만 읽어서 다양하게 읽어주려고 다른 책을 읽으려 하면 싫다고 하였다. 아마 첫째가 그랬다면 고민이 많았을 테지만 둘째였기에 그래도 아이를 존중해 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6세가 되니 점차 관심사가 확대되는 걸 발견하였다. 첫째가 3~4쯤 잘 보던 <진짜 진짜 재밌는 그림책> 시리즈를 수시로 꺼내보면서 형아한테 알려달라고 하고 자연관찰 책에서 식물만 꺼내오던 아이가 이제 바다동물, 곤충을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또, 자기가 원하는 책 1~2권만 반복해서 가져오던 아이가 하원 후에 10권씩 들고 오며 자기는 요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엄마가 이걸 다 읽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가 한 종류만 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말이다. 하나를 깊이 있게 알게 되면 관심사가 다른 데로 옮겨 간다. 처음에 책과 친숙해지는 데는 관심 분야가 필요했지만 이제 책에 재미를 느끼고는 여러 권을 읽고 알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독서에는 편식이 필요하다. 한 분야의 책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독서 흥미가 높기 때문이며, 독서 능력도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또한 편독은 또 다른 편독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런 편독들이 모여 골고루 읽는, 균형 잡힌 독서가 된다.” <초등 독서의 모든 것>
내가 독서를 하는 방식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책을 읽다가 육아에 지쳐 잠시 손을 놓고 다시 읽으려고 하는 시기가 있었다. 역시 육아서에만 손이 갔다. 육아서를 어느 정도 읽고 나니 고전도 읽고 싶고, 자기 계발서도 읽고 싶어 지면서 그 분야가 확장되었다. 아이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일단 책을 좋아하고 읽어보는 걸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재미가 붙으면 점차 분야가 확장될 것이다.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가 너무 편독을 오랜 기간 한다거나 확장되지 않으면 엄마의 조금만 노력은 해 주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아이가 골랐거나 좋아하는 책 사이에 엄마가 읽어주고 싶은 책도 끼워 넣는다. 나는 그래서 힘들지만 밥 먹는 시간에 주로 두 아이를 위해 골고루 책 읽는 시간을 사용했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선호도가 달라 책을 읽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 접해 본 책을 엄마가 밥 먹는 시간에 읽어주면 다음에 내용을 알아서 그중에서 골라온다. 하지만 책장에만 꽂혀 있으면 한 번도 가지고 오지 않는 책도 많다. 엄마가 먼저 읽어주는 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엄마가 아닌 스토리텔이나 영상으로 책의 내용을 들려주며 궁금해하게 해서 다른 분야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아니면 페파피그, 포켓몬 등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책을 이용하여 다양한 책으로 유도해 볼 수도 있다.
편독이 나쁜 것은 아니다. 티브이나 스마트폰 보다 재미가 덜한 책에 흥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편독이 독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책에 흥미를 붙이면 아이가 스스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에 엄마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면 쉽게 빨리 가기도 한다. 아이가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느 수준의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떻게 확장시켜 줄지 늘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유지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