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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Oct 11. 2023

망망대해 속 있는 듯한 육아

노인과 바다에서 나를 발견하다

 넓은 바다 안에서 혼자 느끼는 노인의 외로움이 육아를 하면서 느끼지는 나의 외로움에 오버랩되었다. 


“그는 동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위에 조그만 새가 있는지 살폈다. 새는 날아가고 없었다. 넌 오래 머물지 않는구나. 하지만 네가 날아간 곳은 아주 위험해, 해안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하다가 나는 저 물고기가 갑자기 줄을 잡아당겨 내게 한 방 먹이도록 내버려 두었지? 아주 멍청한 짓을 했군. 어쩌면 나는 작은 새를 보며 그 애 생각을 했는지도 몰라. 이제 내 일에 신경 쓰고 힘이 달리지 않기 위해 다랑어를 꼭 먹어둬야지. 그 애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노인과 바다>


 어떤 때는 분주히 아이들 준비시켜서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공허함과 동시에 외로움이 밀려든다. 자세히 보면 분명 매일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새벽이나 오전에 잠깐 나만의 시간을 가진 뒤에는 거의 가족을 뒷받침하는 나만 남아 있다. 가족들은 내가 밥을 챙겨주지만 나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하고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누구와 어울리기도 어렵다.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회의가 들 때가 있다. 전업주부는 회사 동료, 대화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 받는 월급처럼 일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힘들게 하는 집안일은 안 하면 티가 나지만 하면 티도 나지 않는다. 

마치 바다에 혼자 놓인 노인과 같다. 가족들을 챙겨주지만 나 자신은 혼자 챙겨야 한다. 가족이 없으면 집에는 혼자만 남는다. 자주는 아니지만 문득 그렇게 외로움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이 완전히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깊고 어두운 물속에서 프리즘과 앞으로 곧게 뻗은 낚싯줄과 잔잔한 바다의 기이한 파동 따위를 볼 수 있었다. 무역풍 때문에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고 앞쪽에는 날아가는 물 오리 떼가 보였다. 물오리 떼는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가 다시 희미해지고 그러다가 다시 하늘을 배경으로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는 바다에서 완전히 저 혼자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노인과 바다>

     

 결혼하고 나서 주변 인간관계가 점점 정리되기도 하기에 더욱더 혼자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무도 나의 힘듦과 기분을 몰라주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의 힘듦과 기분을 말하면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남편이 있다. 나에게 웃음과 에너지를 주는 아이들이 있다. 또,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 어느 순간 혼자인 것 같다가 뒤돌아보면 바다의 물오리 떼처럼 누군가 있다. 사람들은 훗날 느낄 외로움을 대비해 결혼이란 걸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결혼 후에도 외로움을 느낀다. 또 그것들이 쌓이면 병이 되어 가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이 들 때는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것... 얼마나 큰 힘일까.. 하지만 또 계속 사람과 상대하다 보면 혼자인 게 그립다. 무엇이든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온 가족이 함께여서 행복하지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에 맞이하는 나의 오전이 꿀이듯이 말이다. 스스로 그 균형과 조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        


“<바다는 너무 크고 배는 너무 작아서 발견하기가 어렵지.> 노인이 말했다. 노인은 바다나 자기 자신을 상대로 말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이 정말로 유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보고 싶었다.> 그가 말했다. <넌 뭘 잡았니?>“      <노인과 바다>


 나는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고 SNS로 기록을 하며 중심을 잡으려 한다. 나로 인해 남편이 가정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이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에게 감사한 점을 계속 찾으려 한다.   

내가 육아에 집중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간에 남편이 안 정적으로 일해 집중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싶다. 일을 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어 내가 선택한 거라 할 수 있다. 나의 선택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집에 있지만 나를 가꾸고 성장하는 데 시간도 소중히 해 균형을 맞추고 자존감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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