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때려치운 나와는 다르게 남편은 1년이 넘도록 꾸준히 매일매일 새벽수영을 다니고 있다. 대단한 놈. 뭔가에 집착하면 망할 때까지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대표적으론 주식. 가슴이 찢어진다) 그 타깃이 수영이 되자 끝이란 게 없는 운동의 길에서 남편은 미친 듯이 질주 중이다. 난 1년 정도 해봤더니 끝이 안 보이는 운동에 질려 쉬고만 싶어 지던데 남편은 오히려 그 반대인 듯 끝은 본인이 정할 수 있는 이 운동이란 세상이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지 아냐며 온몸을 불사지르고 있다. 중간중간 어깨에 무리가 갈 때도 있고 과한 운동에 몸살이 올 때도 있건만 약을 한 움큼 집어먹고서라도 아침마다 비틀대며 수영장으로 사라진다.
그 덕인 것인가. 어제저녁 남편의 어깨에 파스를 붙여주다 문득 상의 탈의한 남편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이 미세하게 달라진 이 느낌은. 남편의 가슴이 보올록 보올록 수줍게 나온 채 나를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 자식 남몰래 몸이 커지고 있었다! 키 170에 몸무게 55kg의 가녀린 각선미를 평생 유지하고 있는 남편의 몸이 1년간의 수영으로 근육이란 놈이 활발하게 탄생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들어 올려 남편의 수줍게 나온 젖가슴을 꾸욱꾸욱 눌러보자 이놈들이 브끄러움도 모른 채 이제야 나를 발견했냐며 신나게 요동을 쳐댔다.
“오빠! 오빠 가슴이 불끈거려!!”
“포비야. 그렇게 장난감 만지듯 눌러대는 거 아니다. 나도 운동이란 걸 하고 있는데 근육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만 눌러대자.”
“우아 신기해! 누를수록 젖꼭지도 딱딱해져!!”
“포비야. 그건 근육 때문이 아니다. 젖꼭지는 죄가 없으니 그냥 내버려 두자.”
50대 중반의 남편의 몸뚱이가 새롭게 탄생 중이었다. 무슨 수영을 저리도 열심히 하나 했더니 이놈이 남몰래 몸을 키우며 스스로의 만족에 심취해 있었다. 그동안 봐달라고 몇 번 웃통을 깐 채로 파스를 들고 내게로 오곤 했었던 것 같은데 무딘 나는 그저 파스만 붙여주고 술 한잔 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어깨가 좀 넓어져서 그런지 오늘 아침 흰 면티를 입은 남편의 옷태도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역시 16년 전 남편의 각선미를 보고 찜뽕을 했던 내 눈은 세월이 지나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자 속으로 므흣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든 여자든 자기 관리가 필요한가 보다. 남한테 보이기보단 스스로의 자존감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고 자기 관리를 하면 실제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건강해지는 것도 사실인 듯싶다. 남편의 젖가슴의 변화는 내 스스로에게도 뭔가의 자극을 준다. 때려치운 수영을 다시 시작해볼까 싶기도 하고 동네 한 바퀴라도 뛰고 올까 싶기도 한데 우선 그건 내일부터 생각해 보기로 하며 지금은 솟아오른 남편의 젖가슴을 주무르는데 집중해야지. 내 몸이든 타인의 몸이든 몸이 변하는 걸 보는 건 묘하게 중독성 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남편의 몸을 보니 곧 다가올 나의 50대도 8등신 몸매는 되지 못해도 지금의 몸무게 잘 유지하며 건강하게 젊게 살아나가고 싶다. 어제는 남편의 젖가슴에 칭찬도 제대로 못해줬는데 오늘은 이름이라도 붙여주며 칭찬한바가지 해드려야지.
우리 울끈이 불끈이 앞으로도 쭈욱 솟아오르렴. 이 언니가 매일 잘 주물러줄게.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