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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워킹맘 Mar 24. 2021

윗집과 아랫집 사이

이웃 관계란?

"멍멍멍멍"


분명 새벽이었다. 무슨 환청이 들리는 건가? 내 귀를 의심했다. 3년 전쯤 크리스마스를 앞둔 추운 겨울이었다. 윗집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작은 강아지인 거 같은데 새벽에도 짖는 게 뭔가 심상치 않았다. 한 2주간 계속 들리는 강아지 소리에 꽤나 예민해져서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하였다. 바로 윗집이라도 직접 연락하는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관리사무소 소장님은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몇 분 후 연락이 왔다. 집으로 호출을 했는데 받는 사람이 없었나 보다. 휴대폰으로 연락해보니, 아기를 출산하러 가면서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두고 갔다는 거다. 거의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혼자 있었던 강아지가 짖었던 모양이다. 순간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하고 화가 났고, 홀로 남겨진 강아지가 애처로웠다. 이후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는지 조용해졌다.


몇 개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식구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데 내 신경은 또 예민해져 있었다. 이번에도 관리실에 조용히 문의를 드렸다. 곧 윗집 주인이 직접 전화를 주신다고 하셨다. 살짝 긴장감이 흘렀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갈등이 있다더니 그 당사자가 되는 것인가? 사실 윗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만났던 이웃을 떠올려보았다. 누군지 알 것도 같았다. 아기가 없고 강아지를 안고 다니던 분들이 떠올랐다. 인사도 잘하셔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과연 그분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전화를 받았다.

"너무 죄송해요. 아이가 너무 뛰죠?"

좀 전까지 감돌던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데 뭐라고 더 하겠는가?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그 날 이후 추석이 돌아왔다. 윗집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반듯반듯한 글씨체의 정성스러운 손편지와 함께 망고 한 상자를 보내셨다. 이런 걸 바라건 아니었는데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 이후에도 명절만 되면 과일을 한 상자 보내셨다. 그럼 우리도 선물을 준비해서 윗집을 찾고는 했다. 이번 설에도 배 한상자가 와서 맛있는 빵을 사서 찾아 갔다. 이제 시끄럽지도 않은데 명절만 되면 인사를 하시니 미안했다. 요즘은 전혀 안 시끄럽다고 말씀드렸더니 다행이라며 좋아하셨다.

"집 곳곳에 매트를 다 깔았어요. 이제 조용하다니 다행이에요. "


예민한 아랫집 때문에 어지간히 신경이 쓰였나 보다. 좀 시끄러워도 그냥 참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문득 아랫집 어르신 생각이 났다. 딸이 돌 무렵에 지금 이 집에 이사를 왔다. 이후 꽤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시끄럽다고 하신 적이 없었다. 도리어 애 하나 더 나으라고 권하시는 너그러운 마음씨에 반해 버렸다. 아이는 시끄러워야 한다고, 그게 건강한 거라며 예쁘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윗집이 시끄러우니 난 참지 못해서 말씀을 드렸다. 불편한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그걸 이해 못하는 이웃이었다면 어땠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앞으로도 아파트에 살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에 사는 한 아랫집, 윗집이라는 관계로 누군가와 만나야 한다. 쉽지 않은 사이인데, 배려심 많으신 아랫집과 소통이 가능한 윗집을 만나 수월하게 살아왔다. 그것도 참 큰 복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해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배려하고 소통할 줄 아는 이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윗집과 아랫집 사이에서 나를 한 번 돌아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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