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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Mar 28. 2021

백화점에서의 멘붕 사건

요새 건강식의 야채샐러드를 자주 한다 싱싱한 채소와 맛있는 치즈 주변을 장식하는 과일들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고 거기에 향 좋은 올리브 오일 빛깔 예쁜 발사믹을 휘휘 두르면 멋지고 풍성한 커피와의 짝꿍이 탄생한다. 오늘 아침을 끝으로 발사믹 소스 병 바닥이 드러났다. 이번 올리브 오일은 향이 좋아서 롯데 백화점 소공동으로 저녁 무렵 출동했다. 똑같은 오일을 샀고 발사믹을 골라야 되는데 b가게는 발사믹은 썩 맘에 들지 않는 찜찜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친구 꾐에 빠져 지난번 고른 비싼 30년 발사믹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져서 먹을 때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배도 고프고 빨리 골라야 갰다는 생각에 다시 30년 발사믹을 골랐다. 발사믹 병이란 게 거의 비슷해서 집에 있는 거랑 똑같을 찌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었으나 일단 결정해서 샀다.

 

빨리 밥 먹으러 휘리 릭 갔다. 예전 전주 한옥 마을에 놀러 갔을 때 칼국수가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백화점 지하에서 국숫집을 찾았다 친절한 점원은 베트남요? 하고 물어보길래 아니요 베트남 국수 말고 칼국수요. 알고 봤더니 국숫집 이름이 베테랑이었다. 요샌 귀가 어찌 되었는지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만다. 영어가 이렇게 술술 들리면 얼마나 좋을 것인지 중얼거리며 국수를 배불리 먹고 나왔다. 

오일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바로 옆집에도 발사믹 소스랑 올리브 오일을 팔았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붙어 있는 가게가 30분 전에는 보이지 않았을까?  S가게엔 무슨 종류가 있을까 보고 있는데 직원이 어찌나 잘 설명하는지 발사믹의 30년 50년 시간은 자기네가 정해 놓는 거라고 공식적인 인정이 아니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었다. S 제품을 사기로 결정했다. 난 바로 옆 가게 방금 전 산 직원에게 가서 다른 제품 써보고 싶어서 방금 산 제품을 반품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껏 친절했던 직원은 버럭 화를 내며 산 제품이니 그냥 먹으라고 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강으로 변했고 나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입다가 가져온 옷도 아니고 다 먹은 제품도 아닌데 붉게 변하는 그녀의 얼굴은 물에 넣은 문어 색깔을 지나서 제주도 당근으로 변하고 있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가라 앉히고 다른 게 먹고 싶어서 죄송한데 반품할래요 내 의사는 밝혔으나 반품은 딴 데 가서 혼자 하라고 버럭 욕을 먹었다. 반품 코너서 바꾸고 왔더니 새 가게 S직원은 내가 옆집 물건을 골랐는지 몰랐는데 자기 손님을 데려갔다고 B랑 큰 싸움이 났다고 했다. B가게 직원이 S가게 직원에게 넌 잘려야 돼 라고 고성이 오고 갔다고 했다. 난 옆 가게 가서 내가 다른 제품을 먹어보고 싶어 바꾸었으니 죄송하게 되었고 내가 산 발사믹이 집에 있는 거랑 비슷한 거 같아서 다른 걸로 바꾸게 되었다고 솔직히 설명하고 서둘러 백화점을 나왔다.


 이게 세상에 무슨 일인 건지 맘이 불편했다. 집에 도착해서 다 먹은 발사믹 통을 봤더니 반품한 발사믹과 지금껏 다 먹은 발사믹은 동일 제품이었다. 사 가지고 왔더라도 아마 다시 반품을 했을 것 같다. 난 한참을 먹었던 30년 발사믹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감동적이지 않아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했더니 새로 산 제품 직원에게서 전화가 와서 부탁의 말을 전했다. 옆집 가게 직원은 백화점 직원으로 맞지 않으니 서비스 팀에 불평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충분히 사태 설명과 미안함을 전했고 싸움의 난 건 둘의 문제라 생각했기에 다시 전화를 하진 않았다. 옆에 바로 붙어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물건을 파는 문제로 그렇게 싸우는 게 분명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았고 단지 난 도화선이라 여겨졌다. 직장일은 바빴고 점심을 먹으면서 회사의 오랜 직원 똘이 이모에게 전날 일을 얘기했다. 엄청난 폭탄이 날아왔다. 내가 잘못 이란다. 그냥 반품하고 쇼핑 잠시 하다가 몰래 가서 사거나 아니면 다음에 가서 골라 야지 바로 반품하고 옆집 물건을 사는 건 바보 멍텅구리 짓이라고 야단을 한 바가지 먹었다. 점심은 조금 먹었는데 배가 잔뜩 불렀다. 이모랑 결론을 이끌어 내었다. 백화점에 너무 자주 안 가고 오래간만에 가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자주자주 가기로 했다. 이젠 롯데 대신 신세계를 가라고 하신다. 그녀의 오랜 경험이 녹아든 결론에 동의한다. 재밌는 이모는 결론도 재밌게 내셨지만 상대를 배려하라는 속뜻을 배웠다.


빨강이 된 백화점 직원의 얼굴 빨간색은 무서웠다. 나의 백지장 처렁 변한 흰 얼굴은 심장 박동수 증가로 다시 빨갛게 소생되고 있었다. 백기를 든 패잔병의 흰색 깃발. 난 분명 백기를 든 패잔병이 이였다. 솔직함이 나의 무기라 생각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세상일은 이렇게 작은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깨어있는 맘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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