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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Nov 24. 2023

[미래일기] 2024년 12월 31일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매일 글쓰기를 합니다. 

여러분도 아래의 주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 



< 오늘의 주제: 미래 일기>


Task: 오늘의 글쓰기는 일상 글쓰기지만, 글감을 드립니다. 내년 1년을 상상하며 글을 써 보는데요. 내년 12월 31일에 한 해를 돌아보며 이미 이루어진 일들을 미리 상상하며 감사와 확언 형태를 글을 남겨 봅니다. 요 글은 내년 12월 31일에 펼쳐 보면 감개가 무량하겠죠.^^ 상상하면 이루어집니다 ^^






거실 창문을 호기롭게 활짝 열어 봐. 한겨울 새벽의 쨍한 공기가 매서울 만큼 차가워.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아침이 오는 소리를 듣기라도 하겠다는 듯 실눈을 뜨고 창 밖의 한 곳을 응시해 봐. 하지만 몇 초 견디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떤 후 창문을 서둘러 닫아. 보통은 일어나자마자 밖에 나가 10분은 걷는데 오늘은 눈이 소복하게 쌓인 풍경을 지그시 바라보고 싶어. 무릎 담요를 장착하고 창가의 지정석에 앉아. 



올해 초 거실 책장을 바꾸길 참 잘했지. 갈 곳 잃었던 여러 책들이 정리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져. 여전히 TV가 거실 중간에서 버티고 있지만 TV가 가족들을 한 곳으로 모여 앉게 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인정한 후 TV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포기했지. 그래도 TV와 책장의 밸런스가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잖아. 



아! 짱구 보고 싶다! 아침에 거실로 나오면 제일 먼저 반겨주던 녀석이었는데. 이번 주말에 오면 많이 안아줘야지. 올봄 임보(임시보호) 센터에서 짱구를 데려오기로 한 데에는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어. 우리 아들들은 늘 애완동물을 원했지.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하지만 데려오면 누가 키우냐고. 난 자신이 없었어. 그리고 우리 집 남자 셋이 다 비염이잖아. 그러다 사이트에 올라온 녀석의 사진을 보고 그냥 보고나 오자고 갔던 것이… 사실 그때 이미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먹었는지 몰라. 휴우… 맨 처음 짱구가 우리 집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거실에 똥오줌 파티를 해놓고 그때 욕이란 욕은 다 먹었는데, 고맙게도 우리 집에 잘 적응해 줬고 두 아들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짱구는 절대적인 의미였지. 덕분에 매일 강제 산책도 해야 했고 훨씬 부지런해져야 했지만 짱구는 우리 가족에게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알게 해 주었어. 멀지 않은 옆 단지의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께 가게 된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짱구의 에너지는 넘쳐나고 우리 가족들은 바빠져서 짱구를 외롭게 할까 봐 신경 쓰였는데 이렇게 짱구가 더 큰 사랑을 받고 여전히 함께라 안심이 돼. 



후아! 올 한 해도 몇 시간 남지 않았네. 세상에,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지? 무엇보다도 가족의 건강이 최고고, 우리 가족도 양쪽 부모님들께서도 건강하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벌써 아빠께서 여든이 넘으시다니 믿기지가 않아. 올해 아빠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고, 엄마와 대만 다녀온 것도 참 좋았어. 무엇보다 엄마의 삶이 안정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내 평생소원이었잖아…… 



벌써 여섯 시네. 30분 후면 아들이 일어날 시간이야. 고등학교에 입학 후 지각 한번 없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이 내게는 기적 같아. 새로운 중학교에 전학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새로운 환경으로 가게 되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하던 학교에 입학했고 담임 선생님도 너무 따뜻하신 분이라 얼마나 감사한 지. 여전히 수학은 포기했다고 말하지만 작년에 뛰쳐나왔던 영어 과외를 다시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신기하고. 그 길이 어떻든 내 아이를 계속 응원해야지. 무엇보다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작은 아이와의 지긋지긋했던 으르렁거림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려서 눈물 나도록 행복해. ‘그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선배 모부들의 말이 맞네 맞아! 



얼른 오늘의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업로드해야겠어. 내가 아침 형 인간이 되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아침 두 시간 동안 읽고 쓰는 기쁨은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렇게 읽고 쓰는 과정을 통해 올해 두 권의 공저와 한 권의 개인 에세이를 출간했지. 참 기적 같은 일이야. 5월에 혼자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 후 책을 만드는 과정은 참 소중했어. 나의 내면과 삶 전반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동시에 삶의 중심점을 내가 아닌 나의 밖으로 꺼내게 되었지. 여성으로서의 나에 대한 타인과 나 스스로의 잣대로 인한 불안감을 직시하게 되었고, 나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지.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여전히 내 안의 평온함을 유지하게 된 나 스스로를 칭찬해. 개인의 성취와 성공만 거머쥐는 것은 길게 보면 사실 개인에게조차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나는 더 이상의 성장 및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불안에서 자유로워졌어. 사실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보기는 어렵지. 그래도 정말 많이 가벼워졌어. 나는 부족한 존재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누군가에게서든 어디에서든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동시에 기쁨이야. 



남편이 일어났나 보다. 뉴스 소리가 들리네. 지난달 미국 대선 결과로 여전히 난리인가 봐. 설마설마했는데 바이든이 이겼잖아. 6프로 차이밖에 안 났으니 아슬아슬했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 추위에도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지. 참 대단한 열정이야. 우리도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였으니 내년 정치는 제발 더 달라지길 바랄 뿐이야. <주진우의 라이브> 방송도 시민들의 힘으로 되살린 것처럼 말이야.    
 


오늘 아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콤 콩나물국으로 따뜻하고 간단하게 시작해야겠다. 올해도 잘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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