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딴짓 Oct 29. 2024

2년 전 사라진 꽃다운 청년들의 부모들을 보았습니다


재작년에는 추모관이고 뭐고 제대로 없었어요.


이태원 인근에다 추모관을 세우지 못하고 녹사평역에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바로 옆에서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서울광장 앞에서 추모관을 열었어요.


전철에서 내려서 서울광장 쪽으로 올라가는데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어요.


멀리 오픈된 추모관에서 159명의 영정사진이 보이는데 한 걸음 다가설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유족들은 세 번째로 쫓겨났습니다.


서울 중구의 어느 건물 작은 공간에 추모관을 마련했습니다.


역시 임시입니다. 낼 모레인 11월 3일에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들의 고운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보았습니다.


사진이 기재되지 않은 몇 명 빼고는


159명 중 40대 이상은 열 명 남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열일곱 인 우리 아들이 서 너 살만 더 많았더라면


코로나 후 3년 만에 열리는 할로윈 축제에


그 아이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눈부신 영혼들은


그 좁은 골목에서 왜 다 같이 죽어야 했을까요.


첫 신고는 저녁 6시 34분인데


대통령 지시는 왜 5시간 후여야 했을까요.


왜 벌 받아야 할 사람들은 벌 받지 못하는 걸까요.




추모관이 있는 건물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보라색 점퍼를 입은 서른여 명이 건물로 들어갑니다.


그들의 부모로 보입니다.


더러는 웃고 더러는 울고 더러는 서로의 등을 두드립니다.


여러 번 장소를 옮긴 추모관은 오늘이 2주기임에도 텅 비어 있습니다.


부모들은 대답 없는 정부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의지할 이들은 서로밖에 없기에


그들은 서로를 보고 울고 웃습니다.




곧 희생자 가족의 간담회가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호주에서 온 엄마는


이번에 한국 부모들을 만나 위로도 받이 많았지만


한국의 대응을 보고서 더 큰 상처를 받아 돌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역시 잊지 않겠노라는 애매한 메시지만 허공에 뿌린 채 나왔습니다.  


오늘은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더 이상해 보입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을 내일.




그럼에도 희망을 꿈꿔도 될까요.


그래보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부모들은 살 겁니다.


그래서 저도 꿈꿔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22년 10월 29일 >  


6: 34 pm 압사 위험 신고 접수


(이후 120건의 신고)


10: 43 15명 CPR 실시 보고


11:01 대통령 첫 보고


11:21 대통령 첫 지시


11:36 서울청장 사건 첫 인지


11: 40 경찰기동대 도착


159명 사망


사회적 거리두기 3년 만의 10만 명 운집 사전 준비 및 대응 없음


참사 직후 대통령실, "국가 배상 여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라고 언론에 알림

하지만 유가족 아무도 연락을 받지 못함




<2023년>


유엔자유권 위원회, 한국 정부에 이태원 참사 규명 및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배상 권고


한국 정부 "이미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라고 대응




<2024년 10월 29일 현재>


대통령실, 이태원 특조위 거부


21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서울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모두 무죄


고위직 중 책임은 금고 3년의 전 용산서장 한 명뿐.


서울시, 분향소를 불법 건축물로 간주하여 엄청난 변상금 부과


대통령, 추모식 불참.




>>>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


1) 2022년 5월 용산으로 대통령실 이전으로 경찰 인원이 대거 대통령 경호로 쏠림  


2) 경찰, 당일 '인파 운집' 알면서 기동대 배치 안 함


3) 서울시, 주요 재난 발생 5분 이내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재난 대응 매뉴얼 지키지 않음- 시장단이 주관한 상황판단회의도 매뉴얼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열림-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장지인 네덜란드에서 참사를 뒤늦게 보고받고도 경찰·응급의료기관 등 관계기관에 유선으로 구조 협조를 당부하지 않음


3) 서울시, 주요 재난 발생 5분 이내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재난 대응 매뉴얼 지키지 않음

- 시장단이 주관한 상황판단회의도 매뉴얼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열림

-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장지인 네덜란드에서 참사를 뒤늦게 보고받고도 경찰·응급의료기관 등 관계기관에 유선으로 구조 협조를 당부하지 않음


3) 용산 경찰서, 이태원 파출서에서 인원 충원 요청했으나 방치


4) 당일 112 신고 기록 다수 조작 (출동 안 하고 출동했다고 조작한 것으로 보고 한 것으로 밝혀짐)


5)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밤 11시 20분 연락받은 후에도 교통 통제 대응 안 함. 이송 중이던 부상자들 골든타임 놓침


6) 박희영 용산구청장, 참사 현장 지원 나가려는 용산 구청 당직 직원들에게 윤대통령 비난 전단 제거 작업 보냄  


7)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족 명단 없다'라고 한 거짓말 탄로 (유족들 모이는 것 방해)


8) 정부, 희생자들 대상 무분별한 2차 가해 방치 (이태원 참사 댓글 69만 건이 악플과 혐오. 삭제, 차단은 584건뿐)


이외 다수.  



관련 뉴스:


특조위가 조사해야 할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 뉴스타파


"2년 지났으나 생존자 파악도 못해…160번째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