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리가 안 됐어요
내게 북한 주민은 남이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남이다. 그들은 나의 이웃이다. 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을 느낀다. 내 옆집에 사는 남자가 아내를 폭행하고 자식을 굶길 때, 내게는 도덕적 의무가 생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의무'다. 옆집가족이 내 친척인지 아닌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아우슈비츠가 들어설 때 유럽인들에게는 모두 그런 도덕적 의무가 있었다. 그런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명령을 받기 위해 굳이 자신들이 유대 민족이라거나 게르만족이라고 가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인간이기만 하면 됐다. 나는 나를 비롯한 젊은 한국 작가들에게 새로운 도덕적 의무가 생겨나고 있다고 느낀다. 거대한 억압과 불의 바로 옆에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그런 의무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