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했다. 오오, 여기가 아이슬란드구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러나 방심하긴 이르다. 한국을 떠나기 전 내게는 세 가지 미션이 있었다. 첫째, 출국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탈 것, 둘째, 핀란드에서 환승 잘할 것, 셋째, 아이슬란드 공항에서 숙소까지 잘 찾아갈 것. 그러니 아직 하나가 남아 있다. 숙소까지 이동하기.
배낭을 메고 공항을 나오는데 한 걸음 떼기가 어렵다. 사실 배낭을 등에 얹고 끙차 하고 일어나는데 약 3.5초가 걸렸다. 나는 남편과 지인들이 수 차례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캐리어가 아닌 대형 백팩에 18일 치의 짐을 쌌다. 왠지 그래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과 사뭇 그림이 어울려 보였다. 그래서 출발 며칠 전 중고로 백팩을 샀다.
자, 그럼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는 어디에 있더라? 출국 전 검색에 의하면 수도인 레이캬비크까지 50킬로미터에 택시로 14만 원. 공항버스로는 4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공항버스 반값 가격의 동네 버스가 있다고 했다. 공항 주차장 쪽 어딘가에. 자 그럼 가보자. 끙ㅡ차.
가랑비가 내린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등 쪽에는 대형 배낭, 앞쪽에는 소형 배낭을 멘 내 모습이 그럴싸한 배낭족 같다. 어깨를 짓이기는 이 고통도.
주차장을 찾아 헤맨다.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다는 거지? 어디 있는 거야, 도대체. 약 10여분 후, 배낭 때문에 죽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아는 이가 없다. 그제야 구글맵을 검색해 본다. 버스가 있는데…… 뭐어? 첫차가 오후 4시? 그러니까 4시간 후? 휴우… 돈 좀 아껴보려고 했는데. 우리 동네 버스는 7분마다 오는데.
다시 공항버스 타는 데로 꾸역꾸역. 버스 안은 관광객들로 이미 만차다. 그렇게 도심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맨 뒤에 앉아 앞에 앉은 사람들을 훑어본다. 모든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조용히 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나만 동양인이다. 이렇게까지 동양인이 없진 않을 텐데. 그 순간, 22년 전 기억이 소환된다. 대학교 졸업 후 뒤늦게 캐나다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설렘과 비장함으로 가득했던 젊은 여자.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나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기사분께 구글맵을 보여주면서 다운타운의 여기에서 내리는 게 맞는지 수 차례 묻는다. 20여 년 만에 영어를 쓰려고 하니 나도 이상하고 그도 잘 못 알아듣는다. 그렇게 여기가 맞는 건지 의심에 의심을 하면서 버스에서 내린다. 저쪽 길로 올라가라는 기사 분의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며 구글맵의 같은 위치를 수십 번을 확인한다. 여기는 왜 이렇게 언덕이 높은 건지. 배낭에는 벽돌이 가득한 것만 같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나타난다. 그래 여기야, 여기가 내 숙소라고! 나 국제 미아 안 됐어. 으허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