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씻어내는 완벽한 방법에는 고기가 있다

줄 서서 먹는 고깃집은 다 이유가 있다

by 천둥벌거숭숭이

자다가 번쩍 눈이 뜨였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4시 20분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20분만 늦춰졌는데도 이렇게 기분이 좋다.

조금. 아주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남들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렇게 느리게 달리는 중이다.

아마도 적응시간이 다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그것 또한 좋다.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으랴.


간밤에 몸이 으슬으슬했다.

찬물로 샤워를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동되지 않는 보일러 때문에 찬물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기름보일러의 기름이 바닥난 것이었고, 오전 중으로 기사님 방문 예약 확정.

5층에 기름을 넣는 생경한 모습

기사님이 밧줄을 가지고 오셨다.

기름 넣는 호스를 1층으로부터 끌어올리기 위해서이다.

아직도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5층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서는 줄다리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 끌려온 주유건을 이용해 기름이 가득 채워진다.

오전부터 하는 낯선 행위가 즐겁다.

그렇게 온 집안이 기름냄새로 가득하고,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줄 기름이 가득 차게 되었다.

오늘은 아주 뜨끈한 물로 몸을 지져야겠어.

비어있던 것을 가득 채울 때, 내 것이 아니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재료의 질이 좋으면 훌륭한 맛을 낸다

명절이면 한참 줄을 서야만 고기를 살 수 있는 고기 맛집이란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응당 가보아야 하는 것이다.

숙소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시민정육점에서 구매한 소 불고기의 때깔이 좋다.

이미 맛있음이 확정되었다.

다행히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분이 계셔서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

재료가 많이 없는데도 훌륭하게 식탁을 채워주신다.

아주 오랜만에 이곳에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는 귀하고 감사하다.

부지런하게 싸가지고 오신 반찬과 함께 먹으니 완전한 집밥, 오늘 내 몸은 굉장히 건강할 예정이다.

제비서재가 주는 공간의 편안함, 아기자기함이 좋다

다정한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한 공간에 가는 일에도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제비서재에 가고 싶었던 한 사람이, 공방 사장님에게 주말에 한 번 더 가도 되냐는 요청을 했고 감사히 응해주셨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일이 생겨서 제비서재를 이용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기회가 나에게 흘러들어온 것이다.

기회는 잡는 사람의 것이다.

다정한 사람들의 존중과 배려로 참 좋았던 장소.

제비서재에 재방문하게 되었다.

공간을 내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조명 켜는 방법부터 차를 마시라고 권해주시고, 넉넉히 쓸 수 있게 여분 종이를 많이 준비해 주셨다.

따뜻한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순간이다.

정말 재밌었던 타자기를 다시 한번 쓸 수 있게 되었다.

타닥타닥 치는 재미, 수정이 불가한 점까지 사랑스럽다.

서툴러서 사랑스러운 글이 완성된다.

그렇게 틀린 글자는 타자기에서 종이를 뽑아내 직접 긋고 수정한다.

아날로그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음이라도 충남에 올 일이 생기면 반드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포근하고 안락한 제비서재.

없는 듯이 있다가 가겠습니다.

간식까지 호화로운 어느 오후의 풍경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도 입이 심심한 경우가 있다.

숙소 냉장고에 고이 모셔져 있던 도고 쪽파빵이 밖으로 나온 순간이다.

다른 분께서 먹으려고 사두신 빵인데, 급한 약속이 생겨 빵도 못 먹고 서울로 가셨다.

오래 두면 상할 수도 있으니 편히 먹으라고 전해주신 빵.

숙소에 있던 에어프라이기를 활용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바삭바삭해진 과자 같은 빵과 상큼 달달한 크림치즈, 그 존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쪽파의 향이 진하게 배어 있다.

오늘 잘 먹는데?

일주일치의 식량을 몰아서 먹는 기분이다.

사람 냄새나는, 온기가 느껴지는 즐거운 간식시간이었다.

잘 먹으면 또 사람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고, 다음 정해진 일과를 하러 밖으로 나섰다.

바로 노을을 보는 일이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해를 바라보는 일.

이곳에 와서는 늘 시각적 인지부조화를 느낀다.

현실이지만 너무나 완벽해서 그림으로 느껴지는 순간.

그 아름다운 공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하다.


곧 식사 약속이 잡혔다.

바로 고기약속이다.

점심도 고기였지만, 고기는 언제나 옳다.

다행히 차를 가지고 오신 분도 계셨기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도고 맛집 정다운 연탄구이

여기에도 식당이 있나? 하는 길목에 있다.

6시 38분 도착. 이미 대기 인원 초과.

대기번호 3번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오고 있었다.

도고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다 여기에 와서 고기를 먹는가 보다.

정다운 연탄구이.

일요일 휴무.

영업시간 4시 30분부터 10시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따라왔지만, 아주 강력한 맛집 오로라가 풍기는 가게의 대기인원과 연탄 타는 냄새.

모든 것이 나의 침샘을 자극하고 위운동을 활발하게 했다.

그렇게 몰려드는 모기떼에도 도망가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고기 때깔이 좋으면 그 집은 이미 맛있는 집이다

7시 8분 가게 입성.

30분을 기다렸지만 그렇게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설레는 기분은 지루함을 가져가버리니까.

앉자마자 연탄불을 볼 수 있는 드럼통 식탁이 재미있다.

파티원은 3인.

일단 통갈매기살 2인분, 가브리살 2인분을 주문한다.

밑반찬이 깔리고, 금방 고기가 나온다.

고기의 결이 생생히 보이는, 신선함이 돋보이는 고기커팅이다.

이미 굽지 않아도 맛있다.

타닥타닥 고기 익는 소리와 구수한 된장라면의 맛이 기깔나다

자리 선점까지 완벽하다.

셀프바 바로 앞에 있어서 부족한 양파와 상추를 편하게 가져다 더 먹을 수 있었다.

셀프바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조차도 좋다.

평소에 고기를 즐기지 않지만, 오늘은 고기가 참 맛있는 날이다.

연탄불 위에서 잘 구워진 고기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진한 육향과 건강한 식감, 불판 위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고기가 볼수록 탐이 난다.

입안을 즐겁게 하고 혀를 춤추게 한다.

곁들임 음식으로 시킨 된장라면의 정직함이 좋다.

시골 된장을 진하게 끓여서 라면사리를 넣어주는 곳.

육수의 감칠맛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바닥에 숨어있던 바지락이 꽤 많이 자기 역할을 해낸 것이다.

힘이 불끈 솟는 것이, 피로에는 고기가 약이다.


배가 든든하게 차고 있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자연스레 피어올랐다.

반드시 때가 돌아오는 식사시간이지만, 오늘의 식사는 특별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강하고 충만함이 가득한 순간이다.

이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든든한 식사를 마쳤다.

입에서 저절로 행복하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주일치의 고기와 행복을 충전했다.

몸은 무겁지만, 깡충 뛰고 싶은 기분.

속이 든든하니까 뭐라도 하고 싶었다.

이 좋은 기분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응당 인간이란 본능에 충실한 종족이다.

나 역시 한낱 보잘것없는 인간일 뿐이다.

씻고 나오니 자고 싶다.

의자에 앉아야 하지만 침대에 몸을 누이는 나를 발견한다.

그냥 자자.

아침에 번쩍 눈을 뜬 것처럼, 밤이 오자 금방 눈이 감기고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마법같이 행복하고 충만한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의 힘든 적응기를 멋지게 한방 날린 어느 하루.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도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식사시간을 곁들이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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