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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Oct 13. 2024

부산에는 아이와 가기 좋은 동화마을이 있어요

기장마을버스 9번은 동화마을과 장안사를 안내합니다

하늘이 높고 푸른 선선한 가을이 되었다.

자고로 가을이 되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주말이면 가을 단풍을 보러 가기 위한 차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나도 나가야 한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나에게는 지금이 나가야 하는 타이밍인 것이다.

오늘은 특별한 곳에 가려고 한다.

바로 부산에 위치한 안데르센 동화마을이다.

처음 들었다. 부산에 동화마을에 있다니.

심지어 기장군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보는 것이 인지상정.


처음 가는 장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드라이브하면서 주변에 있는 지형지물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가 있다.

동화마을에 가장 가까이 데려다주는 버스는 마을버스 9번 하나뿐이다.

그래서 환승센터인 원자력 의학원으로 향한다.

원자력 의학원에는 희망우체통이 있어요

원자력 의학원에 내려서 버스시간을 확인한다.

도착정보가 뜨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출발도 안 했다는 뜻이다.

회차간격이 50분에서 60분 걸리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원자력 의학원으로 향한다.

강렬한 햇볕을 피하기 위한 좋은 안식처가 되어준다.

입구에 위치한 희망우체통을 보았다.

암환자였던 엄마가 다니는 병원인 원자력 의학원이 나에겐 익숙하다.

병원볼일이 아닌 일로 병원에 오게 되니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희망우체통은 내년의 나에게 보내는 엽서를 보관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올해는 아팠지만, 내년에는 건강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은 가슴 먹먹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구나.

문득 나의 내년이 궁금해졌다.

혼자 나도 나에게 편지를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버스 도착시간이 다되어 간다.

마을버스 9번의 버스가 귀하다. 기룡마을은 재미있는 곳이다.

쉽지 않아 기장 9번 마을버스.

1시간에 한대 꼴로 있구나.

그래도 무사히 탔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5개 코스지만, 걸어가면 2시간이 걸린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본 양평해장국집에 주차가 한가득이었다.

다음에는 저기서 식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룡마을에 내려서 안데르센 동화마을까지 걸어서 30분이다.

이 동네는 나에게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장안사를 가기 위해서 한 번 왔던 장소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인도는 없고 도로 옆에 경운기전용 도로가 있다.

사람보다 경운기가 우선인 장소는 굉장히 드물 것이다.

쌩쌩 달리는 차들을 지나쳐 안데르센 극장 쪽으로 길을 틀었다.

안데르센 극장 너머로 동화동산이 위치해 있습니다

아이랑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를 가지고 와야 한다.

어른 걸음으로 빨리 걸어도 25분 이상 소요된다.

안데르센 동화마을로 가는 길은 인도가 잘 만들어져 있지만, 영화 전용 세트장이 만들어지는 중이라 덤프트럭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운동으로 걷기에 좋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차가 꼭 필요하다.

날이 많이 선선해졌지만, 오래도록 그늘 없는 오르막을 오르니 지쳤다.

인도로 걷는 등산인가.

그렇게 지칠 때 보이는 분홍색 안데르센 극장의 모습이 다시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반드시 도착한다. 지치지 않을 테다.

가을 운동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나를 재촉했다.

화장실마저 동화스러운 안데르센 동화마을

나의 삶 자체가 동화스럽다.

시작부터 재미있는 동화마을의 입구에 들어섰다.

춤추는 발레리나와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아쉽게도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은 나는 풍경사진만 부지런히 찍었다.

이 또한 이곳을 다시 들려야 하는 핑곗거리를 만든 것 아니겠는가.

난쟁이 집같이 귀여운 건물은 화장실이다.

천장이 낮아 보이는 입체적 건물이지만 들어가 보면 그냥 화장실이다.

귀여운 환영인사를 한 몸에 받았다.

곳곳에 동화가 함께하는 안데르센 동화마을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다.

거짓말로 아는 척할 필요는 없는 세상을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다르다고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살기를 바란다.

너는 더 아름답고 멋진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다닐 테니까.

동화와 함께하는 산책길이 아름답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다 보면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새끼오리가 행복해 보인다.

아이와 마주 보고 이야기할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성냥팔이소녀의 밤은 외로웠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언제 마지막 식사를 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소녀는 성냥을 팔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날이 너무도 추웠던 탓에 사람들은 따뜻한 집안으로 돌아가버리고, 소녀는 텅 빈 거리에 혼자 남게 된다.

이 추위를 녹여보고자 성냥하나를 피운다.

소녀가 바랐던 일들이 소녀의 눈앞에 나타난다.

따뜻한 실내, 늘 그리웠던 할머니, 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식사들로 가득 찬 식탁.

네가 있는 그곳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라.

이야기의 끝은 작가와 읽는 이들의 바람으로 끝이 난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일이 나에게도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화다.

힐링 숲은 어른들만 가기를 추천합니다

힐링 숲 바로 앞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신데렐라의 거울이다.

3개의 거울이 있는데, 모양이 신묘하다.

길게 나오기도, 뚱뚱하게 보이기도, 작게 보이기도 한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비치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왜곡되어 보일 뿐.

거울 속의 나는 다만 오늘 한 번 더 미소 지을 수 있는 모양으로 변해 있을 뿐이다.

힐링 숲은 조용한 산책길이다.

체력이 좋은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지만, 어른은 아이들을 보살펴 야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지는 않는다.

정상으로 가기에 경사도가 꽤 있고, 무엇보다 계단이 많다.

산책길인지, 트래킹인지, 등산인지.

헷갈리는 길을 오르다 보면 가을등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중간중간 트리하우스가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을 제한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오두막을 좋아하는데, 조금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마녀의 집으로 놀러오세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장소다.

바로 마녀의 집.

마녀에게 잡혀온 아이들이 갇힌 철창과 마녀수프가 만들어지는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때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강하게 밀려왔다.

나도 찍고 싶다 사진을.

다음에 꼭 와서 재미난 사진을 많이 찍어와야지.

깊은 숲 속에 위치한 마녀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내 몸과 마음에 가득 담아가야지.

저 보라색 마녀모자가 굉장히 탐나는 순간이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사진을 득템할 수 있습니다. 팔각정은 사진으로만 보세요.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어린 날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눈치 볼 필요 없는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

중간중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샘들이 가득하다.

이리저리 표지판을 따라다니다 보면 팔각정 표지판을 마주할 수 있다.

아이들의 체력을 키우기에 좋은 장소지만, 생각보다 막힌 경치를 마주할 수 있다.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아이들과의 눈 맞춤을 더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혼자 올라온 나는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동화와 함께하는 공간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등산은 다른 산에 가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동화의 호수는 잔잔하고 동화로 가득하다

동화마을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어른들이 오기에도 좋은 장소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견학을 하러 오셨다.

아마도 가을소풍을 여기서 하려나보다.

경사도가 얼마나 높은지, 볼거리는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계셨다.

가볍게 걷기에 좋은 장소.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주변 먹거리에 대한 의논도 같이하고 계셨다.

어르신들의 소풍장소로도 제격이다.

평일 오전에 오면 완전히 한산한 장소이고, 주말에 와도 그렇게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는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다.

기장에 살고 있는 나도 처음 들어본 동화마을이니까.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걸까.

몰라서 안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케아도, 동부산 롯데아웃렛도, 롯데월드도 아이들이 놀기에는 좋다.

그러나 이렇게 자연 친화적이면서 동화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화마을은 이곳이 최고다.

돌아오는 길이 짧게만 느껴졌다.

다음에 올 때는 도시락을 싸와서 호수 위에 떠있는 오리를 보면서 느긋하게 즐기다가 와야지.

내 안의 동심을 한 껏 끌어올린 가을날의 오후였다.

당신의 가을도 설렘으로 가득 찬 계절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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