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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Oct 20. 2024

가을이 오면 소풍 가야지 해운대 수목원

단짝과 도시락 싸서 소풍오기 좋은 날, 좋은 곳. 해운대 수목원

가을 하늘이 유난히 예쁘다.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드높은 하늘을 수놓는 하얀 구름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그렇게 실감한다.

아침저녁의 급변하는 일교차는 덤이다.

변덕스러운 가을날씨가 여름동안 무척이나 그리웠다.

수국 같은 가을이 사랑스럽다.

이렇게 예쁜 가을에는 소풍을 가야 한다.

나 홀로 소풍을 시작한다.

버스 타고 지나다니다 보면 해운대수목원을 늘 스쳐 지나갔다.

여름동안에는 찌는듯한 더위에 주차장이 한산했지만, 요즘 해운대수목원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이다.

그렇다면 가보는 것이 옳다.

해운대 수목원 입구

10월 14일부터 화요일휴무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버스 운영 시간은 영업시간 30분 전부터 영업시간 30분 후까지 넉넉하다.

주차장이 넓어서 차를 가져오기도 부담이 없다.

다만 주차장이 굉장히 넓은 관계로 운전연습을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운전연습 금지이니 참고하시길.

운전연습은 안전한 장소에서 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캠핑금지, 반려견 입장금지, 지정된 장소 외에 취식 금지, 도박금지.

서로의 자리를 배려하며 관람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입구에 위치한 양산 대여 서비스가 퍽 마음에 든다.

생각보다 가볍고 암막처리가 된 양산이라 해를 가리기에 제격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편하게 양산 쓰고 관람할 수 있었다.

입구부터 웅장한 해운대 수목원

푸른 하늘과 드높게 자란 나무가 수목원의 건강한 시작을 알려준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이곳을 수목원으로 만든 사람의 기획력을 칭찬한다.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얼마큼 깨끗해졌는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식물이 푸르게 자라는 이유는 그 토양이 비옥하고 공기가 맑아서이다.

입구의 장승들이 미소로 관람객들을 반긴다.

나도 따라서 환하게 웃어본다.

요즘따라 입꼬리를 올려 웃었던 적이 있던가 생각해 본다.

어색하게 올라가는 입 근육이 그간의 행적을 알려준다.

더 많이 웃어야겠다.

일부러라도 한 번 더 웃어보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자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해운대 수목원

시작부터 즐겁다.

나무 위에 올라와 있는 형형색색의 벌레모양의 조각품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든다.

덩달아 울리는 벌레소리도 즐겁다.

하트모양 눈을 하고 있는 개구리들의 합창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기념품 샵이 있다면 꼭 들러보고 싶은 조형물들이 많았다.

빨간 머리 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남들과 다른 빨간 머리가 늘 싫었던 앤 이지만, 본인만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깨달은 앤은 더없이 환한 빛이 나는 사람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만화다.

어린 시절 외로움을 나누었던 빨간 머리 앤을 만나니 더없이 반갑다.

작은 숲길과 미니 동물원이 함께하고 있는 해운대 수목원

나무와 식물은 계속해서 자란다.

중간중간 관리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꾸며질 수 있는 것이다.

미니 동물원의 이용수칙이 간단하다.

아기를 다루듯이 동물들을 보아야 한다.

미니동물원에서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당나귀들이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 있다.

벌레를 쫓기 위한 꼬리 풍차 돌리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어젯밤 꿈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자기네들을 지켜보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도란도란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당나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그와 대조되게, 바로 앞에 있는 타조는 한 마리뿐이다.

혼자는 외로운데.

예전에 왔을 때는 타조 두 마리가 짝을 맞추어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혼자인 타조는 굉장히 심심해 보였다.

혼자여서 심심하구나 타조여

친구가 곧 찾아올 거야.

오늘의 외로움은 잠시 지나가는 순간일 뿐이야.

한참을 서서 타조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목이 길고 다리가 건강한 타조는 날 수 없는 새지만, 타조는 새다.

너의 날개는 다른 동물들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커다란 덩치 키우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유용한 날개다.

고로 너는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진짜로 신기하게 해운대 식목원을 다녀온 오늘, 엄마의 영어숙제를 보아주다가 지문에 타조가 나왔다.

날개가 있지만 날 수없는 새인 타조는 적들에게 쫓길 때 시속 70km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다고 한다.

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다리를 가지고 있다.

나보다 빠른 새, 타조.

어린이 보호구역은 지켜주세요 타조.

유모차와 휄체어가 통행 가능한 길이 조성되어 있는 해운대 수목원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좋다.

덩굴식물과 환하게 피어있는 수국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수국은 물과 친한 꽃이라 주로 여름에 환하게 핀다.

가을에 도착한 수목원에서는 다 져버린 수국을 만날 수 있다.

내년의 환함을 위해 푹 쉬고 있는 수국에게 안녕을 고한다.

천천히 오르다 보면 덩굴식물이 주는 그늘을 만날 수 있다.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커다란 콩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

정말 자연친화적이다.

해운대 수목원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뱀조심 푯말이 눈에 띈다.

초등학교 때 동물의 왕국의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뱀이 쫓아오면 위로 올라가는 것도 안되고, 무작정 달리는 것은 더 위험하다.

뱀은 쫓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도망가야 한다고 한다.

연체동물이기 때문에 유연해 보이지만, 지그재그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척추가 꺾이기 때문이다.

잔인하지만 결국은 살아내야 하니까.

그러나 과연 뱀에게 쫓길 때 지그재그로 도망가는 사람이 있을까.

지그재그로 도망가는 제1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천천히 길을 걷는다.

가을에도 꽃이 만발한 해운대 수목원

해운대 수목원은 굉장히 넓다.

허브길을 돌아 새가 뛰놀 수 있는 높은 나무 숲을 지나 장미꽃이 가득한 공간으로 왔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가만히 앉아 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진한 장미향이 온몸을 감싼다.

향수가 필요 없는 공간이다.

장미원 바로 앞에 뛰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었다.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들을 인솔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노력이 여실히 보이는 순간을 맛보았다.

아이들을 뛰게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뛰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눈물겨웠다.

정말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손을 거친 잘 관리된 소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니 정말 멋있었다.

벤치와 테이블이 근처에 있어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며 음식보다 맛있는 수다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혼자보다는 함께가 더 풍성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다음에는 도시락을 싸와서 오래 이 아름다운 공간을 즐기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장소가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곳 해운대 수목원

노란 꽃을 배경으로 하는 오두막이 그림이다.

저기 저 자리. 꼭 다시 와서 풍류를 즐기다 가겠어요.

저절로 시 한 가락이 나올 것 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반드시 다시 와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출구로 돌아오는 길도 아름답다.

물이 흐르는 커다란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물 위로 걷는 길은 즐겁다.

나무바닥을 밟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덩굴식물들도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내 앞을 자유롭게 뛰노는 어린아이의 발걸음과 밝은 웃음이 내 기분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식물원 안을 가득 매웠다.

혼자와도 화목함을 물씬 느낀 순간이다.

식물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바람개비들이 모든 색을 입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바람개비였지만, 그조차 보는 재미가 있다.

잘 있어 바람개비야. 다음에는 너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줘.


가을이 오면 어디든 나가고 싶다.

지난여름 더위에 지쳐 에어컨 켜진 시원한 집에 숨어있던 나를 꺼내는 시간이다.

강렬하게만 느껴졌던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가을의 선선함이 좋다.

이런 날에는 밖에 나가는 것이 옳다.

넓은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를 보고 식물원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면 어쩌지 했던 마음은 거대한 식물원의 크기에 금세 녹는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도 서로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크기를 자랑하는 식물원이다.

가을에는 꽃보다는 나무들이 자신의 맵시를 뽐낸다.

시원한 그늘에서 나누는 담소가 즐겁다.

좋은 장소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가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음에는 김밥을 싸들고 오두막에서 풍류를 즐겨야지.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두 손 꼭 잡고 데려가야지.

가을 소풍을 간다면 해운대 수목원을 추천합니다.

이번 나의 가을소풍 장소가 정해졌다.

가을 소풍을 간다면 당신이 갈 장소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도시락 싸들고 가고 싶은 장소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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