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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Nov 03. 2024

부산 가을 등산코스로는 달음산이 으뜸이다

옥정사에서 달음산 정상까지 평지는 1도 없습니다

날이 선선해지면 산을 오르고 싶어 진다.

지난했던 더위에 도망갔던 입맛이 돌아왔다.

자고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도래했다.

말은 아니지만, 밀려오는 식욕에 따르다 보니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운동이 필요한 계절이다.

많은 운동이 있지만, 내가 즐겨이 하는 운동에는 등산이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중도에 멈추기엔 이제껏 오른 것이 아쉽기 때문에 끝까지 올라가는 편이다.

중도포기를 잘하는 나 자신을 아는 나이기에 기꺼이 산을 오르기로 했다.

오늘 오르기로 한 산은 바로 달음산이다.

전에도 한 번 오른 산이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가기로 했다.

정말 힘들게 오른 산이기에 정석인 길로 가도 힘들 것인가.

체험해보고 싶었다.

달음산 등산을 하는데에 기본적인 코스인 옥정사로 향했다.

광산마을을 지나면 옥정사를 갈 수 있다

일제시기에 조성된 광산마을로 많은 노동력 착취를 당한 곳이다.

1994년에야 광산업을 정리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광산을 운영했던 일본인 간부의 집이 아직도 남아있다.

다른 집들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마을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고, 수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곳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광산마을이 목표가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곳에 들러 마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지는 장소다.

옥정사로 향하는 길.

차로 운전해오지 않으면 무작정 오르막길이다.

경사도가 꽤 있어서 시작부터 힘이 든다.

시작이라서 다행이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 만났다면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의 경사도였다.

달음산 옥정사 입구 모습

너른 주차장이 우리를 반긴다.

차가 없으면 다리가 튼튼해야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범어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절이다.

역시 시작부터 쉽지 않은 달음산의 입산 입구의 모습.

이제 초입인데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가을인데 조금 덥네.

반팔을 입고 온 나 자신이 기특해지는 순간이다.

입구에 있는 해충 기피제 자동 분사기를 이용해 온몸에 샤워하듯이 뿌린다.

지난번의 동료들이 함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너는 너의 일을 할 뿐이지만, 내 귀도 보호받아야 하거든요.

원효대사의 이야기와 전해지는 옥정사 이야기

1907년 승려 박긍해가 방치된 절 터를 새로이 창건했다.

여러 불자들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1971년 대웅전을 건립하고, 1994년 스리랑카에 있는 부처의 진신 사리를 가져와 이듬해 삼층석탑에 봉안하였다.

옥정사의 창건설화에는 원효대사가 나온다.

달음상에 머물고 계시던 원효대사가 경주로 가기 위해 옥녀봉 동쪽 계속을 내려올 때 문득 심한 갈증을 느꼈다.

때마침 옥녀 같은 처녀가 옹달샘에서 샘물을 물동이에 담는 것을 보고 원효대사가 물을 청하시자 처녀가 표주박 가득 샘물을 떠서 대나무 잎을 띄워 건네주었다.

그 후 그 처녀는 몸이 굳어지면서 돌로 변하여 관세음보살 상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지나 이곳은 동해 용왕이 지켜주는 옥샘이 있고 관세음보살 돌부처님이 계신 곳이라 사람들이 이곳에 암자를 짓고 옥천사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907년 승려 박긍해 선사께서 옛 옥천사 터를 찾아 옥정사를 재창건 하였다.

자료출처 : 대한불교 조계종 옥정사 신도회, 사단법인 기장 향토문화 연구회.

옥정사에 있는 관세음 돌부처와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석탑, 전각이 있는 감로수

모든 이야기가 그대로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옥정사였다.

목마른 원효대사에게 물을 건넨 옥녀 같은 처녀가 그대로 남아있는 관세음 돌부처.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석탑이 중간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조용한 옥정사 내에서는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내딛는 한걸음에 신중을 거하게 된다.

소음을 내는 사람이 되지 말자.

깊은 임자가 아님에도 고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석탑 바로 앞에는 대웅전에서 인자한 미소로 사람들을 보아주는 부처님이 계시다.

그 옆을 보면 전각에 보호받는 감로수를 만날 수 있다.

사찰 약수를 이렇게까지 보호하는 곳이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는 순간이었다.

등산하기 전에 만나는 절의 기운이 좋다.

즐거운 산행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은 기운 받아 건강하게 입산하겠습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고 안전하게 돌아오겠습니다.

줄서있는 장독대가 귀여운 옥정사 입구와 마주한 달음산 편백나무 숲길

나란히 줄 서있는 장독대를 보니 내 마음도 저절로 풍요로워졌다.

귀한 자산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조미료를 쓰지 않는 사찰에서 요긴하게 쓰일 장독대 안의 장들이 숨 쉬는 곳.

조만간 우리 집도 고추장을 담아야 하는데.

그전에 체력을 좀 더 키워 고추장을 휘젓는 데 사용해야지.

늠름한 장독대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바로 달음산 편백나무 숲길로 향한다.

잘 만들어진 길로 가는 것을 수월하다.

기다랗게 뻗어있는 편백나무의 웅장함이 좋다.

더불어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편백나무의 향에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왜 달음산 등산코스로 옥정사를 많이 찾는지 깨달은 순간이다.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달음산 등산코스가 좋다

돌계단을 만들어놓아 올라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가다 보면 만나는 편백나무들의 건강함이 느껴진다.

깊고 단단한 뿌리로 산을 지켜주면서 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좋은 향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편백나무.

그의 뿌리에 발 닿지 않게 조심히 길을 걷게 된다.

상처받지 않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어.

나도 너처럼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싶다.

편백나무와 함께하는 건강한 등산길이지만, 역시 달음산. 쉽지 않다.

단언컨대 평지가 1도 없는 달음산 등산코스는 아름다운 경치가 눈을 즐겁게 해 주지만, 몸은 고단하다.

쉼 없이 오르기만 하는 등산길에 저질체력은 금방 지쳐버린다.

그래도 등산 도중에는 앉아서 쉬지 않는다.

앉는 순간 올려놓았던 체력이 금방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추진력을 잃지 않기 위해, 잠시 서서 숨을 고를 뿐이다.

심장이 마구 쿵쾅대기 시작했다.

맑은 공기로 폐 속을 정화하자.

심장이 잠잠해지면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달음산 제 1쉼터와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보이는 생명줄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광산마을로 올라갔을 때는 만나지 못했던 달음산 제1 쉼터의 모습이 보였다.

의자와 평상을 보니 저절로 달려가서 눕고만 싶다.

꿈틀대는 욕망을 겨우 억제한 뒤, 서서 숨을 고른다.

역시 쉽지 않다. 달음산.

올 때마다 나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내려가는 것은 정말 아깝다.

그래서 다시 한발 내딛는다.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한 칸을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얻고, 그 추진력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제 달음산 정상을 700m 앞두고 있다.

후회 없이 등산을 마쳐보자.

달음산 108계단이 끝일까? 계단의 끝을 상상하지 말고 오르길 추천합니다

108 번뇌에서 착안한 108 계단이지 않을까.

하나하나 세어보다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108이라고 하기에 계단이 좀 더 많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나는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가.

요즘 나의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온갖 상념들을 계단에 두고 오른다.

걱정과 고민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의연하고 다부진 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가 보다.

가만히 있는 산을 왜 이렇게 오르는지, 땀을 내고 힘을 쏟으면서 정상에서의 회한을 풀어내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마음 아닐까.

내 안에 가득했던 상념들을 풀어내고 벗어던질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산의 정상을 스스로 올랐을 때의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달음산의 정상은 한 번에 찾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달음산 정상 찾기는 n번차 등산인도 힘듭니다

분명 달음산 정상의 화살표를 쫓아왔는데도 정상을 맞이할 수 없었다.

이길로 가면 절벽이고, 저 길로 가면 내가 왔던 길이다.

한참을 방황하다가 옆길로 내려가다 보니 돌계단이 다시 나왔다.

역시 쉽지 않아.

그래도 좋다. 매력 있어 달음산.

다시 생명줄을 잡고 돌계단을 오르고 파란 철제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겨우 달음산 정상석을 만날 수 있다.

귀하다.

오르기만 한다고 정상에 와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포기하지 않아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달음산 정상석.

달음산 정상에서 보이는 기장의 모습. 바다부터 산까지 아우르는 전경이다

탁 트인 조망에 그간의 피로가 씻겨나간다.

동해 바다와 기장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오르는 동안 흘렸던 땀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한참을 조용히 바라다본다.

넓게 이어진 산 자락을 따라 시선이 가다 보면 그 끝에 바다가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아파트 숲이 보인다.

도시와 시골이 공평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온 것 아닐까.

넓게 사진을 찍기 위해 정상석 주위를 맴돌던 나를 기다려주시던 다른 등산객들에게 심심한 감사함을 표한다.

힘들게 올랐지만, 금방 또 내려가게 된다.

미련일랑 저 멀리 버려두고 즐거운 하산길을 택한다.

청소년 수련원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짧지만 그만큼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내려올 때는 청소년 수련원 방향으로 향한다.

비교적 코스가 짧고 금방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코스인 만큼의 핸디캡도 충분하다.

경사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내려가는 길에는 단차가 높은 돌계단과 생명줄이 함께하고 있다.

내딛는 한걸음에 신중을 거하게 된다.

한번 내려오다가 구른 적이 있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내려오게 된다.

그래도 이 빠른 길을 포기할 수 없다.

한 번 맛본 이상 다른 맛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 고집쟁이의 변명이다.

달음산 옥정사 코스로 등산이 1시간 30분 걸렸지만, 내려오는 데는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경사도가 높으므로 반드시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달음산 등산로의 안내판이 보이면 거의 다 내려온 것이다.

내려가는 길은 차도이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다.

내려가는 차들에게 히치하이커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제 발로 오른 이상, 스스로 내려가야 완전한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수련원 주차상이 한산하다. 내려오는 길은 예전보다 관리가 되어 있어서 편했다

청소년 수련원은 요즘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나 보다.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기도 했고, 학부모들의 믿음을 채워주기에 모자란 수련원들이 많이 존재했다.

나도 학창 시절에 갔던 수련원에 대한 생각을 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무서운 교관들에게 훈련받으며 힘든 하루를 보내고 대여섯 명씩 모여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사라지는 선생님들을 보며 나도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 힘듦을 잘 이겨냈던 것 같다.

그 친구들은 지금 다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소중한 하루를 잘 보내고 있겠지.

나의 오늘하루는 달음산 맛보기로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어제보다 건강해진 하루였어.

청소년 수련원에서 내려오는 길은 인도가 함께한다.

보도블록 사이에 자라는 잡초들이 보였다.

이렇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잡초들도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는데, 나라고 안 할 필요가 있는가.

많이 자란 풀들을 톱으로 잘라내는 작업자분들도 계셨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버스와 함께했다.

앉아서 버스 타는 일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이제 집에서 쉴 생각을 하니, 산을 오를 때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운동해서 뛰는 심장과 설레어서 뛰는 심장의 박동을 분간할 수 있을까.

그저 좋으면 그만이다.

선선한 오전에 시작한 달음산 등반이 따뜻한 오후에야 끝이 났다.

땀이 식어서 오전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제 뜨끈한 물에 샤워하면 오늘의 피로가 날아갈 것이다.

내일 자고 일어났을 때 분명히 몸살이 오겠지만, 그것조차 좋다.

열심히 등산을 했다는 증명이니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사명감 아닐까.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당신의 가을이 궁금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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