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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Oct 17. 2024

가을 등산으로 몸풀기엔 망월산이 제격이죠

초보자도 쉽게 시작하는 부산 가을 등산 망월산

환절기에는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굳는다.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나도 몸이 영 시원치 않다.

그럴 때면 늘 하던 일이 있다.

바로 등산이다.

아침 일찍 가도 험하지 않고, 혼자여도 괜찮은 등산이 있다.

바로 망월산이다.

한껏 쉬다가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오르곤 했던 산이다.

혼자 가도 좋다.

동네를 가볍게 산책하듯이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아침밥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선 시간 7시.

등산로 앞에 공원이 있다. 편의시설이 좋다.

아주 오랜만의 등산이라 가슴이 뛴다.

막 더워지기 시작하기 직전, 달음산을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벌레들의 습격에 같이 걷는 등산메이트라고 생각했지만, 간지러워지는 팔과 귓가에 울리는 윙소리가 힘들었던 그날이 떠올라 해충 기피제 자동 분사기를 이용한다.

나의 귀는 보호받아야 한다.

몸이 간지러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귓가가 어지러운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

선선해진 날씨와 건조해진 습도는 벌레들을 잠자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해충 기피제를 온몸에 뿌려 나를 보호한다.


여름동안 등산을 쉬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최근에 다녀온 안데르센 동화마을 걷기로 충분히 준비운동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많은 체력을 요하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이미 체력단련을 완료했다.

아침에 걷는 산행이 즐겁다.

가벼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 평화롭고 잔잔한 자연의 소리를 만날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산길과 돌무덤은 누군가의 염원을 담고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종종 만나는 기울어진 나뭇가지들이다.

위아래 옆을 다양하게 보라는 나무의 마음일까.

갑자기 시야를 막는 나뭇가지에 머리를 박을 뻔했지만, 순탄히 지나왔으니까 괜찮은 거다.

조금도 방심할 틈이 없다.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산의 조용한 속삭임이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지치기 시작한다.

호기로웠던 마음이 지쳐갈 때 즈음에 만나는 돌무덤은 조그만 안식처가 된다.

오늘의 산행을 건강하게 마치게 해 주세요.

다른 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쉬다가 하는 운동은 몸을 금방 지치게 한다.

혹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치거나 다칠 수도 있으니까 지금 있는 자리의 사진을 꼭 찍어두게 된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계단이 나오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다

아침에 등산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초보도, 혼자서 등산하기 좋은 산이 망월산인 이유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집 앞동산처럼 자주 이용하는 행랑객들이 많아서 안전하게 느껴진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산에서 마주치면 다정한 눈 맞춤과 인사를 하게 된다.

서로의 안녕을 묻게 되는 가을 등산이 좋다.

그러다 숨이 차면 잠깐 서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진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니 최근에 받은 질문이 생각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느끼는 설렘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의 설렘을 분간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때 내 대답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내가 가슴이 뛰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이 함께 두근거림을 느낀다면 두 사람의 타이밍이 맞는 것 아니냐고.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함께하는 사람이 함께 심장이 뛰고 있다면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아닐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렇게 가다 보면 망월산 정상에서 900m 남은 곳에 당도하게 된다.

무덤이 있는 곳으로, 여기까지 도착했다면 망월산을 반은 온 것이다.

맨 처음 망월산에 왔을 때, 이곳 무덤까지만 갔다가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체력이 좋지 못했고, 몸이 많이 무거웠다.

지금은 그때보다 몸과 마음을 비워냈으니 힘들어도 끝까지 가야지.

오늘의 목표는 정상에 가서 기장 정관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하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등산길 망월산

계단으로 오르는 길이 힘겹다.

잘 만들어진 길이지만, 한발 한발 올리기가 힘겹다.

통나무 계단을 다 올라갔다가 한숨 내뱉고 보면 다시 잘 깎인 네모 계단이 있다.

역시 쉽지 않아 등산은.

일찍 도착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잘 다독이면서 나를 이끌어가야지.

그렇게 쉬다 걷고 쉬다 걷고를 반복한다.

중간에 내려갈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제껏 올라온 걸음이 아까우니까.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렇게 충분히 지쳤을 때 마주하는 평지는 정말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곧 정상이다.

망월산 정상 전 200m지점은 쉼터이자 다른 정상지점을 안내하는 곳이다

다시 이 산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여기까지 왔다가 백운산도 같이 정복을 해야지.

오늘은 망월산 정상만을 오르겠어요.

200m는 정말 가깝다.

고지 직전이 조금 힘들 뿐이다.

안 올라가는 다리를 힘겹게 이끌다 보면 망월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탁 트인 조망에 눈이 번쩍 뜨인다.

아직은 햇살을 보여주기 부끄러운 아침 하늘은 구름이불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눈부심 없이 정관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와 공장단지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관 신도시, 계획도시.

망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정관의 모습

강렬한 햇살은 없었지만, 몸이 흔들릴만한 강한 바람은 함께하고 있었다.

이때를 대비해 구비한 핸드폰 걸이는 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정관의 모습이 장난감 같다.

이것이 아마도 산을 오르는 이유가 아닐까.

내가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는 멀리서 보면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작은 것에 나를 소모하지 말자.

크게 보고 의연한 마음을 가지도록 하자.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마음이 상쾌해지는 순간이다.

오르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국 해내었으니까.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음과 튼튼한 신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 시작하는 가을을 잘 보내기 위한 나의 여정에 한 걸음 나아간 오늘.


쉽게 지쳤지만 목표를 완수했고, 정상의 흔들리는 바람에도 꿋꿋이 아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힘들어도 해내면 된다.

느려도 좋다.

나의 속도로 가면 되니까.

몸은 천천히 위로 향하면서 속으로는 나의 생각들을 정리했다.

건강한 시간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가을산행이 시작될 것이다.

오늘 이렇게 마중물을 부어뒀으니 곧 시원한 물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나뭇잎이 빨간 옷을 입은 그 순간.

나의 두근거림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심장이 열심히 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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