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벌거숭숭이 Sep 29. 2024

일본 간식을 손쉽게 맛보는 남포동 김영상회

짱구가 되고 싶은 날, 짱구는 못 말려. 나도 못 말려

추석이 지나자 금세 가을 장맛비가 무섭게 내린다.

입추와 처서보다는 추석이 역시 계절 변화를 뚜렷이 말해준다.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급격히 짧아질 건가 보다.

스쳐 지나가는 가을을 그리워할 날이 머지않았다.

환절기의 지나가는 이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나선 길.

사람들의 복장에 눈길이 간다.

비교적 짧은 하의가 주류다.

발이 시원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

그에 반해 상의는 상대적으로 길어졌다.

강한 자외선과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한 최선.

그렇기에 나 또한 바람막이로 나를 계절의 변덕으로부터 지켜낸다.


오늘의 목표는 남포동이다.

나는 남포동으로 가는 길을 참 좋아한다.

부산에만 있는 특별한 곳을 갈 수 있으므로.

바로 산복도로다.

지하철로 가면 금세 갈 수 있지만, 천천히 톺아보며 돌아보는 버스 드라이빙의 맛이 참 고소하다.

특히 남이 운전해 주는 어려운 드라이빙코스를 앉아서 둘러보는 맛은, 운전을 즐기지 않는 내가 버스를 좋아하는 분명한 이유다.

부산의 산복도로 드라이빙

여기는 지나갈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된다.

이렇게 경사진 산에 오밀조밀 집을 만들고, 그 사이에 도로를 만든 느낌.

도로변 바로 앞에 대문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치안에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직접 살아본 이만 알 수 있는 기분일까.

오래된 맨션의 현관문이 나무문인 곳도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곳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았을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것 같은 집들, 아파트들, 옥상이 주차장인 이색적인 건축물.

지금도 차분하게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

산복도로 아래에 위치한 매축지도 사라져 가는 마을이 되고 있다.

산복도로는 언제까지 이 모습 이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

가장 서민적이고 각자의 소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이곳이 조금 더 오래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돌아가는 버스코스가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사색에서 오는 것이다.

혼자만 즐겁다. 그래서 혼자 간다.

그렇게 천천히 남포동에 도착했다.

부산버스 86번을 타면 산복도로를 흠뻑 즐긴 뒤, 국제시장 앞에 버스가 정차한다.

국제시장은 부산역과 맞닿아있어 수입제품들을 보다 빠르고, 재밌는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격이 재밌으려면 현금이 최고다.

국제시장 앞에 있는 kb은행에 들러 현금을 인출한다.

카드와 휴대폰으로 결제가 다 되는 세상에 현금 가지고 시장을 돌아보는 것은, 시장 상인과의 흔하지 않은 흥정과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제시장 안에 위치한 김영상회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김영상회다.

요즘 유행하는 간식류를 이곳에서 바로 만날 수 있다.

kb은행에서 나와 왼쪽으로 직진 후 바로 만나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시장 안으로 들어서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서 있는 곳에 같이 가다 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

상자 가득히 들어찬 간식들의 향연.

오늘은 엄마가 다니는 서예교실에 보내 줄 간식을 사야 하는 날이다.

1년간의 결실을 맛보는 가을, 서예교실에서도 그간의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가 열리는 시기다.

그간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써내기 위해 노력한 엄마를 위해.

그런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며 조언과 훈계를 아끼지 않았던 엄마의 동료들을 위해.

어른들의 간식을 눈여겨본다.

팥과 떡이 들어있는 모나카는 저번에 샀으니까 더 건강한 것이 없을까.

고급지면서도 어른들이 좋아할 적당히 달다구리 한 식감 좋은 간식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절정의 달다구리 한 간식들에만 눈길이 간다.

초코비 앞에서 망부석이 된다. 게다라 딸기라니.

초특가 딸기맛 초코비 천 원.

무조건 산다. 바로 옆에 초코크리스피 딸기맛.

몸은 다 자란, 하지만 마음은 덜 자란 나에게 딱 맞는 간식이다.

단것이 당길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구매한다.

언제 또 맛보겠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과자들인데.

기회는 주어졌을 때 망설임 없이 잡는 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아직 중요한 엄마를 위한 간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고 김영상회 2호점으로 향한다.

김영상회2호점은 1호점 맞은편 건물 2층에 있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다.

2호점이라고 해서 이곳과 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식견이 이곳의 방문을 늦추게 했을 뿐이다.

김영상회에서 5걸음 더 가면 잡화점이 있는 건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가면 바로 앞에 김영상회 2호가 떡하니 서있다.

일본의 돈키호테 미니버전인가.

1호점보다 다양한 일본제품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일본을 가지 않아도 일본 제품들을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심지어 종류도 많다.

투명한 음료가 유행이라더니 진짜 있네, 컵라면 맛있겠다.

현지가격보다는 조금 높지만, 일본에 가지 않고도 사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은 신세계인가요.

직장생활 중에 음료를 마시면 눈치를 주는 일본문화 때문에 투명한 색의 갖가지 맛의 음료가 나와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투명한 종류의 음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보니 신기한 감이 들었다.

색소에 절여진 삶을 살아온 자에게 투명한 음료는 신세계다.

맛이 같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해 본다.

일본은 컵라면의 부재료가 실하다.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봉지라면보다 컵라면을 선호하는 이유.

어른 간식을 사러 왔는데, 나 먹고 싶은 것에만 눈길이 가는 것은.

짱구의 영혼이 나에게 깃들어서라는 궁색한 변명.

짱구는 못 말리니까, 지금의 나도 못 말리는 것이다.

일식 재료를 찾는 사람, 김영상회 2호점으로 오세요.

소스류의 향연.

정말 맛있는 참깨소스와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조미료 혼다시까지.

예전에는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이 선물해 줘서 맛보던 고체카레도.

스스로 요리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참 좋아할 장소다.

물론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참깨소스에만 눈길이 갔다.

1 리터면 일주일이면 금방 다 먹어치우지.

그렇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잡생각을 떨쳐내고 다시 어른간식 쇼핑에 돌입했다.

다양한 입맛을 고려한 간식들이 많다. 무료나눔 하리보까지.

한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돌아본 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와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

적당히 달면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

내가 사 먹는 것보다 선물 받으면 더 기분 좋은 간식들을 발견했다.

역시 좋아 보이는 것들은 가격이 높다.

그래도 선물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하나 둘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렇게 무거워진 장바구니를 들고 가게 앞을 나서니, 무료 나눔 하리보가 있었다.

유통기한이 오늘인 핑크스러운 간식이다.

오늘 내 간식은 다 핑크니까, 깔맞춤이다.

오늘 다 먹어버리면 되니까.

좋은 일했다고 선물 받은 기분이다.

김영상회 2호점에 들러야하는 이유 추가

김영상회 2호점 입구 바로 옆에 인형 뽑기와 피규어, 그리고 뽑기가 있다.

부산 남포동에서 하는 일본 쇼핑이다.

금방이라도 나와 옥지얌, 빵빵아, 하고 부를 것 같은 인형이 나를 유혹한다.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아 뒤를 돌아서면 피겨들이 다시 나를 부른다.

깜찍한 쵸파와 드래곤볼, 원피스 등등.

어른이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하는 완벽한 전시다.

바로 옆은 뽑기.

특히나 먼작귀 키링이 끌렸다.

하지만 어른 간식으로 인해 준비한 현금을 모두 소진하였고, 이미 짐이 무거웠다.

이것은 다음 방문을 예약하는 것이다.

다음에 또 와서 뽑기의 진수를 맛봐야지.

오늘의 수확물, 핑크괴물이 나눠주는 간식선물

나누어줄 간식이기 때문에 개별포장된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깨맛 전병은 단단하지만, 깨물었을 때 바스러지는 깨향이 고소한 고급진 맛이었다.

미니만쥬는 반죽에 앙금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앙금 자체를 구운 것이었다.

담백하고 촉촉했다.

흔한 망고젤리의 고급버전인 오늘의 구매품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선물 받으면 기분 좋은 간식이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갔던 코코넛 크래커는 코코넛 맛이 굉장히 진하면서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어디서 이런 걸 다 알고 사가는 것일까.

나는 사람들끼리의 눈치싸움에 그저 승리했을 뿐.

그렇게 엄마를 위한 간식들을 포장하고, 나의 수확물은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이천 원의 행복, 공짜 하리보까지.

딸기향이 가득한 오늘의 오후.


선물하는 것은 보다 귀한 것을 줄 것.

내가 받았을 때 좋은 것을 줄 것.

그것이 엄마의 지론이다.

내 것을 고르는 것보다 더 고민하고 신경 썼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지만,

내가 없을 때 엄마 곁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선물하는 일이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나의 시간과 정성을 간식 포장에 고이 담았다.

맛있게 드시고 나의 엄마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말로나 글이 아닌, 마음을 전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고, 부탁임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으신가요.

당신이 곁에 없을 때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그 사람을 위해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한 계절입니다.

이전 15화 눈과 귀와 입을 만족시키는 초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