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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Sep 15. 2024

보호자가 잘 먹어야 가정이 산다 정관 맛집 얼칼

암 완치 10년이 지나도 검진은 꼭 받아야 한다

그날이 도래했다.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가야 하는 날.

엄마가 건강검진하던 날, 갑작스러운 정밀검사 동의서에 서명을 했던 나는, 검사부터 수술까지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고, 다행히 능력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수술흉터가 적은 수술을 받고 수술경과까지 좋은 소식을 만날 수 있었다.

5년간 마음 졸이다가 이제야 후련히 안심할 수 있는 시절을 만날 수 있었다.

유달리 몸이 약한 엄마는 건강에 관심이 지대하게 많다.

살찌는 것을 싫어하는 덕분에, 내가 과식이라도 하면 엄청난 눈초리와 잔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매일 체중계에 올라서는 엄마는 키 156cm에 49kg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아침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그린 올리브를 8알 섭취하고, 주 3일은 헬스를 간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피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

아침부터 도로에 차들이 이렇게 많은지.

출근하는 사람들, 아이들 등교시키는 사람들, 나와 같이 병원에 가는 사람들, 공부하러 도서관 가는 사람들이 도로 위에 장난감처럼 서 있었다.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한 것은, 절대 늦지 않으려고 10분 일찍 출발하는 습관 덕분이다.

요즘 병원만큼 핫한 곳이 있을까.

정부의 의대정원 늘이기 시도에 의대 졸업생=의료진들의 반발이 어우러진 결과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이 받고 있었다.

갑자기 아프면 절대 안 되는 시절이 도래했다.

하지만 엄마는 1년에 한 번 받는 검진이고, 1년 전부터 예약이 되어있었기에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9시 전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병원 안은 환자들로 가득했다.

주로 주니어와 시니어가 함께하는 모습.

병원 안의 모습은 대부분이 현대화되어 있었다.

원무과에 가서 접수하고 수납하기 위해서는 번호표를 뽑아야 하고, 피를 뽑기 위해서는 다시 키오스크로 번호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래도 나는 주니어 측에 속해있었으므로 방황하는 시니어에게 번호표 안내까지 해주었다.

오늘의 착한 일 하나 완료.

그렇게 엄마는 순서에 맞춰 피를 뽑고, 거른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지하 1층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갔다.

요즘 편의점 음식이 잘 나온다며 김밥 한 줄을 맛있게 먹었다.

사소한 것에도 특별함을 느끼는 것은 새 삶을 부여받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듯하다.

피검사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병원은 꽤나 도심과 멀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왕복시간이 기본 1시간이다.

어디 가지 않고 병원에서 2시간을 보낸다.

식사시간 30분, 나머지 1시간 30분은 병원에서 마냥 앉아 있는 것이다.

가져간 책을 읽긴 읽었지만, 옆에서 지루해하는 엄마를 보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유튜브 쇼츠를 보며 지루한 시간을 견딘다.

원자력 의학원 내부모습

진찰실 앞의 의자는 만석이다. 병원에 환자는 늘 차고 넘친다.

일찍 도착해도 절대 빨리 진료해주지 않는다.

환자가 다들 일찍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는 화장실이 참 많다.

아픈 사람들이 많고, 보호자도 많으니까 화장실을 이렇게 많이 만들어 둔 것일까.

사용하는 사람이 수월해서 좋다.

그렇게 화장실을 두 번 다녀오니 결국 엄마의 차례가 돌아왔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은 짧다. 언제나 그렇다.

모든 수치 정상. 잘 관리해 온 덕분이다.

3분 정도의 진료에 엄마의 1년의 노력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나와서 내년의 약속을 잡는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좋은 순간이다.

아침부터 보호자 역할을 했던 나는 지난한 기다림에 지쳤고, 나의 힘듦을 보상받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원자력 의학원 앞에 있는 신세계 아웃렛 푸드코트에서 큼지막한 왕돈가스를 먹으려고 했지만, 엄청난 자동차 줄을 보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명절 전 주의 아웃렛은 사람천국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 곳에 가면 된다.

정관 얼칼은 정말 찐 맛집이다. 전용 주차장까지 완벽하다.

차를 가지고 나온 날은 주차장이 중요하다.

정관 맛집 얼칼은 전용 주차장까지 바로 옆에 준비해두고 있는 곳이다.

기분 좋게 주차를 하고 입구에 들어섰다.

늘 사람들로 북적하지만, 오늘은 나를 위해 자리가 남아있어서 특히 더 좋았다.

나의 노고에 톡톡한 보상이 되어줄 훌륭한 식사가 될 것이다.

큰 기대에도 만족감을 주는 나만의 맛집이다.

얼칼은 키오스크 주문이 먼저다.

월요일 휴무

영업시간 오전 11시에서 오후 9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30분에서 5시 30분까지

마지막 주문 오후 2시 30분, 오후 7시 30분.


얼큰한 칼국수가 맛있는 집이다.

하지만 나는 돈가스를 더 좋아하지.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결제한 후 비어있는 자리에 앉으면 홀 담당 직원분께서 서빙을 해주신다.

오랜 관록이 보이는 매끈한 서빙.

하지만 오늘은 밀가루 금지 선언을 한 엄마를 위해 내가 얼큰 칼국수를, 엄마가 돈가스와 밥을 먹기로 한다.

나를 위한 매운 돈가스 소스를 추가 주문하면서.

얼큰 칼국수 약간 매운맛 6,500원

돈가스 1인 10,000원 매운 소스 추가 1,000원

총 16,500원

가격까지 군더더기가 없다.

착석하면 반찬이 나오고 추가반찬은 셀프. 얼칼 맛있다.

칼국수집이 맛있냐 없냐는 그 집 김치를 맛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단무지.

반찬은 소박하지만 그 맛은 완벽하다.

살짝 익은 깍두기는 아삭아삭 씹는 맛이 좋고, 요즘 비싼 배추김치는 그 감칠맛이, 다 먹고 온 지금 상상해도 맛있다.

한 줄씩 튀겨서 나오는 돈가스는 모양도 예쁘고 씹는 식감이 좋다.

확실히 한 입 베어 물면 질 좋은 고기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가스 나올 때 고추냉이가 나오는 것을 보면 주인장의 자부심까지 느껴진다.

기본 돈가스 소스도 맛있지만, 이 집만의 특제 매운 소스도 정말 매력 있다.

정관 얼칼 돈가스 진짜 맛있다.

가게 이름인 얼큰 칼국수는 충분히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육수와 어우러진 칼칼한 육수맛.

통통하면서도 투박한 칼국수면이 후루룩 들어간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인데도 탁하지 않고 깔끔해서 잘 먹을 수 있었다.

특히나 김치가 참 맛있어서 리필을 가득할 수 있었다.

직접 퍼먹으니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앞접시가 하나 있어서 국물을 엄마에게 덜어 주었다.

국물에 밥 말아먹는 맛도 일품이다.

거기에 김치까지 더해지면 정말 최고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두 명이서 16,500원에 만족하는 식사는 드물다.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가게다.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바로 집에 가려나 했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은 다르지.

엄마의 가방은 짐들로 가득하다.

오늘은 운동하는 날이었나 보다.

정관읍교육행복센터 내부모습

정관읍 행정복지센터 바로 옆 건물이 바로 정관읍 교육행복센터다.

이 건물에서 어린이 영어교실, 성인 서예교실, 건강증진시설 등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기장군민이 무료로 이용가능한 곳이다.

물론 수강신청은 해야 하는 것이고, 수업별로 수강료를 받는 수업도 있지만, 체력단련실은 기장군민이라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체력단련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하다.

입구에 비치된 신발장에 신고 온 신발을 놓고 운동전용 신발을 가져와야 한다.

목욕탕이나 헬스장처럼 짐을 두고 다닐 수는 없다.

매일 자기의 짐을 들고 와서 입구에 관리하는 직원에게 열쇠를 받아 실내에 있는 사물함을 이용 가능하다.

체력관리실 안에 있는 샤워실

작은 목욕탕 같은 느낌이었다.

샤워부스가 5개 있고, 씻고 나오면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여기서 엄마는 운동을 하고 몸을 정비하고 돌아왔구나.

하루종일 엄마 따라다니는 일이 꽤 재미가 있다.

캐비닛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이렇게 관리하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관리하는 직원이 여럿 있어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입구를 지키기도 하며, 민원인과 대화하기도 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괜히 땀 흘리고 운동하고 싶을 때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이 공간에서 운동하는 엄마를 1시간을 더 기다렸다.

저녁 약속이 있다는 엄마는 쿨하게 나를 두고 떠났다.

매정한 여자. 그래도 건강하니 참 좋다.


오늘은 하루종일 엄마의 보호자로서의 하루를 보냈다.

아침시간 운전을 해주어 편하게 병원으로 갈 수 있었고, 병원 내의 복잡한 절차를 금방 처리해 주고, 기다림을 함께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맛있는 식사를 했고, 내가 없는 시간에 엄마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어렴풋하게나 알 수 있었다.

엄마의 주위에는 엄마 또래의 사람들과 엄마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힘이 없고 집에만 있을 거란 나의 편견을 확실히 깨트린 시간이었다.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자기 자신을 잘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는 나를 위해서 무얼 했던 것일까.

날이 덥다는 변명을 달고 그냥 쉬고만 있었던 건 아닐까.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는 것이 답이다.

운동을 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사소하지만 꾸준하게 지키는 것이 어렵다.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과의 약속을 매일 지켜내는 엄마는 암환자였음에도 건강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옆에서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나는 짜기만 한 올리브를 거부하고, 우유 한잔도 함께하지 않는다.

헬스장에 안 가는 날이면, 유튜브 운동채널을 틀어놓고 맨손운동을 하는 엄마를 보기만 한다.

나는 왜 나를 보살피지 않았던가.

보호자의 하루였지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하루를 보냈다.

나에게 더 잘하자.

그래야 우주에서 티끌인 존재라도 빛나는 내가 될 테니까.

당신도 당신과의 약속을 지켜내고 있는가요.

오늘 밤 자기 전에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오늘 나의 약속은 나의 건강을 위해 1가지 실천 꼭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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