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나를 알아가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라는 거울을 모두 치워버렸을 때, 거울 앞에 남은 '진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혼자서는 도무지 살아낼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자급자족해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섣부른 오산이다.
직접 농사를 짓고, 누에를 쳐 실을 잣아 직모를 만들어 옷을 만든다?!
이조차도 힘들다면 무인도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헐벗고 살아가는 것은 어떠할까.
인간다운 행위, 존엄성.
타인으로부터 협업 없이는 인간성이 결여된 채 사는 짐승과 다를 바가 있을까?
그 안에서도 행복함을 느끼고 만족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을 나 스스로는 확신한다.
거짓 미소.
안녕이 궁금하지 않지만 안녕을 묻고, 그다지 감사하지 않지만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넨다.
당연한 일임에도 허구의 언어를 통해 상냥함의 옷을 입고 사람들을 대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 때문일까.
혹은 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하는 행동일까.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의 내 모습이 싫을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나를 위해 거짓의 옷을 입고 허구의 말로 치장한다.
본연의 나로 살기 위해서, 예상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온전한 나를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쓴다.
나 혼자 살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함께하는 불편함을 선택하고 나를 더 알아간다.
진짜 나는 무엇인가.
지극히 개인주의자이며 게으른 도파민중독자다.
식성이 특이하여 혼자 먹는 것을 즐긴다. 지극히 맵고 짜고 느끼한 것을 선호하며 최애 음식은 떡볶이 국물이다. 한 소스에 빠지면 모든 음식이 넣어 먹고, 심지어는 맨 밥에 소스만 넣고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함께 먹는 이들이 불편하다하기에 혼자 먹는 것이 어느새 편해졌다. 마음껏 소스를 구매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을 때는 절대로 소스를 구매해서 집에 가지 않는다. 절제 못 할 나를 알기 때문이다.
친구들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내가 만나는 친구들은 다 학창시절에 사귄 친구뿐이다.
오래 관찰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사람인가를 평가한 후 사귀었던 친구들은 나의 보배다.
각자의 생활을 영위 중이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극히 줄었지만, 언제나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친구는 가끔씩 떠올리기만 해도 힘을 주는 존재들이다.
말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것이 편한 나는 편지를 좋아한다.
이제껏 내가 쓴 편지가 천 통이라면, 받은 편지는 100장이 될까.
그래서 나는 편지를 써주는 사람이 가장 좋다.
혐오하는 사람이 편지를 써준다면, 잠시 혐오를 멈출 만큼 편지를 좋아한다.
나를 치장하는 데에 1도 관심 없다.
내가 생각하는 용모단정이란, 깔끔한 손톱과 향긋한 섬유유연제가 풍기는 옷을 입는, 입냄새가 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학창 시절 입었던 교복이 굉장히 좋았던 사람으로, 제일 좋아하는 옷은 원피스다. 한 번에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것과 짠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살이 굉장히 잘 찐다. 지구력과 끈기가 부족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선호하는 운동에는 등산이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등산이 나에게 가장 적합하다.
지금은 조금 비만인 편. 다음 주부터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고, 과자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다이어트 주기는 3년을 패턴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한번 다이어트 시작하면 10kg 정도를 감량하는 듯.
1년 정도 날씬함을 즐기다가 1년 동안 식욕이 오르고, 그 후 1년은 후덕하게 지내는 편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고 편안함을 느낄 때 가장 안정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고로 지금은 마음이 몽글몽글한 편이다.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는 아니지만 질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질문의 가치를 안다. 의문형으로 건네는 말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 혹은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배려일지라도.
상대방이 건넨 질문에 진심을 다해 답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은 사람.
아마도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보다.
내일의 나는 어떻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늘의 나는 그런 사람이다.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달고 짠 음식을 즐기며 부들부들한 나를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허구의 말로 함께하는 이들을 방어한다.
그런 내가 나는 좋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음 질문>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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