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에는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그런 날이 있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을 몰아서 하고 시간이 붕 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으레 해야 할 일을 찾을 때도 있지만, 무작정 길을 나설 때도 있다.
그게 오늘의 일이었다.
간단하게 버스투어하다가 오는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도착한 광안리 해수욕장.
밤의 기운이 어스름하게 내릴 즈음 발견한 무엇.
소소한 이벤트는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나는 이게 웬 떡인가 하고 얼른 달려가서 내 소원을 적었다.
내 소원을 담은 복조리함을 금색 끈으로 달면서 다른 사람들의 소원도 흘긋 보았다.
합격기원, 애인구함 등등 귀엽고 애절하고 예뻤다.
소원을 기원할 때는 좋은 말만 한다.
좋은 말만 적힌 글을 보니 내 기분도 좋았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올해 소망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별거 아닌 작은 이벤트인데 오늘의 기분 좋은 일이 되어버렸다.
역시 나오길 잘한 것 같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내가 지치지 않게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
새해를 맞이하는 광안리에는 청룡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는 누군가 열심히 자기 일을 해내고 있다.
그런 사람들 덕에 내가 이 좋은 걸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진 찍는 커플을 한참 기다리다가 찍은 한 컷.
나와 같이 지금을 즐기는 사람이 있구나.
이 기다림이 조급하지는 않았다.
광안리에 있는 청룡까지 함께하려 했더니, 혼자는 불가능했다.
조용한 밤바다를 보기에 광안리는 적당하지 않지만 충분히 볼거리가 많다.
어디에나 장단점은 있고 그 모든 걸 감수하고 선택한 나의 감은 나중의 나를 더 부지런하게 한다.
오래간만에 그래도 밤바다를 보고 모래 위를 걸으니 여유로운 기분이 났다.
다시 한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땐 바로 갈 수 있는 것.
참 다행인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