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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y 17. 2024

해운대 모래축제 하는구나

2024.05.24 ~ 2024.05.27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소소하고 사소하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매일매일 외출을 하는데도 어째서 집 안은 지저분해지는 것일까.

한 부분만 정리를 해도 한나절이 걸린다.

안의 일, 밖의 일. 모두의 수고로움이 모여서 평안한 하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깔끔해진 주변 환경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문득 밖을 바라보니, 해가 살짝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광안리를 가볼까, 하는 마음에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비가 온 다음날의 하늘은 청명하고 맑다.

완연한 여름이구나,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정겹고 버스 안이 시원했다.

차창밖의 풍경을 더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있으면 퇴근시간이라 버스는 곧 만원이 될 것이다.

조금 한산한 버스를 물색하다가 갑자기, 종착지를 해운대로 변경한다.

P의 삶은 늘 즉흥적이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해운대 시장의 줄이 굉장하다.

호떡 먹기 위한 줄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현지인은 먹지 않는 호떡을 위한 줄을 갸륵하게 한 번 봐주고 나는 해변가로 향했다.

해운대 모래축제의 초입 모습

모래축제 전에 해운대를 처음 보았다.

석양이 지는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모래로 그림을 만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손으로 빚어내는 모래 그림이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앉아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삽으로 대충 모양을 만들고, 손으로 눌러서 매끈하게 만들어낸다.

만든 모양을 고정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듯하다.

정교하고 힘든 작업이다.

해운대 모래 조각하는 모습

여러 사람들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서는 외국인들이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확실한 관광지의 모습이다.

생각보다 이색적인 풍경에 해운대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 모래축제는 5월 24일부터 5월 27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세계 미술관 여행의 테마에 걸맞은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중에 있었다.

완성의 모습이 기대되는 해운대 모래 축제

스타워즈 영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 장면.

해변을 배경으로 자리한 포클레인이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다.

천막을 쓰고 있는 조각상은 특별한가 보다.

곱실거리는 수염과 옷의 주름이 만든 이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뒤로 보이는 피카소 그림의 명암에 대한 표현력이 대단했다.

사람의 손으로 다 빚어냈다는 것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뭉크의 절규와 김홍도의 씨름

한 자리에 앉아서 세계적인 그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김홍도의 씨름. 모래사장에 알맞은 작품 선정이었다.

뭉크의 절규는 만드는 사람의 절규적 감적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2D와 3D의 차이인가 보다.

벌써부터 많은 관광객들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구경 중에 있었다.

주변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예상외의 큰 수확이었다.

진행과정을 보는 것이 완성본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차오른 감정을 천천히 흡수하기 위해 센텀시티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해가지는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 참 예쁘다.

석양과 같이 물들어가는 광안대교와 보트들

전 지구적인 질병이 지나가니 사람들의 여행이 시작된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바다여행에는 보트 타기도 포함되어 있다.

정해진 일정을 즐기고 귀가하는 보트들의 모습이 마치 유치원생들이 손잡고 나란히 돌아오는 모습과 같이 느껴졌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아이들이 아니었지만, 멀리서 보면 크나 작으나 다 똑같다.

반짝이는 윤슬보다 더 반짝이는 광안대교의 조명이 눈부시다.

이 절경을 보는데 바닷바람 따위가 대수냐.

강렬한 바람에도 나는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해운대에서 바라본 광안대교의 모습

해운대, 광안리 모두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해운대에서 센텀시티를 지나 광안리까지 가는 길을 참 좋아한다.

차로 가면 훨씬 쉽지만, 느리게 걸어가면서 보는 풍경은 색다른 시각으로 부산을 보여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얼마나 예쁜 곳인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때론 나도 저렇게 빛나는 사람으로 삶을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멀리서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빛이 아니겠는가.

항상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성큼 자란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의 산책이 여행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야지.

당신의 하루도 여행 같은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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