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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n 12. 2024

등산을 가는 이유는 뷔페다

금정산 최단코스는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묻는다.

내가 금정산 갈 수 있을까?

갈 수는 있지. 가서가 문제지.

돌바다가 있는 초입코스만 무사히 지나, 북문에서부터는 걱정이 없다.

돌이 문제인데, 이걸 잘 설명해 낼 자신이 없었다.

겪어봐야 아는 문제다.

오늘 최고 온도가 30도에 이른다고 한다.

8시 5분 길을 나섰다.

아침시간이면 그래도 선선해서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버스가 완전히 멈출 때 일어나야 한다.

약 3개월 전에 직접 목격한 일이다.

저녁시간 지친 몸을 버스좌석에 기대고 있을 때였다.

양손에 가방을 쥔 아주머니가 마음이 급해 보였다.

분명 기사아저씨가 버스가 멈추면 일어나세요라고 말했지만, 일단 듣질 않는다.

마음이 급한 사람은 몸이 먼저 움직인다.

아저씨의 경고에도 무시하고 양손에 짐을 든 아줌마는 버스가 정차하자 출구 바로 앞에 서있다가 버스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 머리가 하차하는 계단 밑으로 고꾸라졌다.

부끄러움에 금방 일어났지만, 분명 뇌진탕이 날 법한 소리가 났다.

그 이후 버스 바닥에 이 문구가 생겨났고,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이 났다.

오늘도 기사는 일어나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어르신들은 당당히 일어서서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 버스 벨을 누르고 얌전히 정차하면 일어나시길.

그래도 별일 없이 버스는 내가 가고자 하는 지점까지 안전히 당도했고, 범어사 올라가는 버스로 바로 환승할 수 있었다.

아침의 범어사는 사람이 없어서 고요했다.

6월의 범어사는 행사가 많은지 관계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행랑객은 조용히 지나가겠어요.

비로전 쪽에서 기와지붕을 보며 한국의 정취에 대해 설명하고 엄마 손을 잡고 금정산 등반을 시작했다.

돌바다를 눈으로 직접 본 엄마는 놀랐다.

돌이 진짜 크고 많구나.

등산스틱을 챙겨간 본인에게 칭찬을 했다.

그리고 양발과 두 손으로 야무지게 돌바다를 오르기 시작했다.

돌바다는 정말 힘들다.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엄마는 등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돌바다는 처음이니까. 쉬이 힘들어했다.

딛고 올라가는 돌이지만, 힘들 때는 의자가 되어준다.

초입부터 땀에 푹 젖었지만, 괜찮다.

이 산을 오르기만 하면 나는 금정산을 정복한 사람이 될 테니까.

금정산 맛보기를 멈출 수 없었다.

금정산 최단코스는 쇠맛이 난다.

데크계단을 지나 돌계단을 보면 엄마가 한숨부터 쉬었다.

그렇게 끝없이 보이던 돌계단이 끝나면 북문을 만날 수 있다.

북문에서 조금 쉬다가 세심정(마음을 씻는 우물)에서 생명수를 마신다.

시원한 물에 정말 몸과 마음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나는 아는 길이기 때문에 금샘까지 한달음에 안내한다.

금샘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푸르름이다.

금정산 등산에는 금샘부터 갔다가 고당봉을 가야한다

금샘에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

나는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고당봉 먼저 오른다면 금샘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정상을 찍으면 집에 가고 싶다.

다른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도 금샘에서 큰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충분히 쇠맛이 나는 금정산 등반이라도 그 보상이 되는 멋진 경치다.

고당봉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경치와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치는 정말 맛있다.

아침에 오르면 사람도 적고 완전히 나만의 것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미련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오는 도중 길을 잃어서 잠깐 헤맸지만, 곧 본길로 진입했다.

어찌 됐든 내려가면 된다는 지론이 있기 때문에 당황하진 않았다.

다만 동행자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면서 내려갈 때 마치 내가 사기꾼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산은 등반보다 쉽게 느껴지지만, 돌바다는 빠르게 내려올 수가 없다.

완전히 하산을 끝낸 엄마는 다시는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번 맛보았으니, 안 와도 된다는 것이 엄마의 지론이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그곳엘 가야 한다.

동부산 롯데아웃렛에 위치한 바르미 샤브샤브

등산을 가는 이유는 뷔페를 가기 위해서다.

가는데 시간이 소요되었으므로 2시가 넘어서 가게 앞에 당도했다.

혹여나 쉬는 시간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입구에 들어서니 직원분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다행이다.

접시가 종류별로 비치되고 소스가 가득한 것이 기분이 좋다

유경험자이므로 앉자마자 바로 샤부샤부 재료들을 가지러 갔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음식들이 가득 있었다.

뷔페를 즐기는 사람이 좋아하는 순간이다.

운동 직후의 허기는 천천히 잡아야 한다.

버섯과 청경채, 숙주와 배추로 일단 속을 보호하기로 한다.

뷔페 첫 접시는 늘 과한 식욕으로 꽉 찬다.

탄수화물 중독자는 참깨소스를 보고 환장한다.

절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참깨소스다.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서 먹으면 밥에도 비벼먹을 정도이다.

절제력이 없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만 먹는다.

뷔페에 가서도 떡볶이를 퍼오는 것은 지조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여기 샤브뷔페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서이다.

고기까지 무한리필. 음료수는 덤이다.

뷔페 가서 떡볶이 가져오는 사람은 찐인 것이다.

여기서 좋아하는 메뉴는 막국수와 닭강정이다.

3시가 가까워져 가니 손님은 나가고 점점 직원들 수와 손님의 수가 비슷해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음식들이 마치 다 내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채소 가득한 샤부샤부에 소고기는 금상첨화

채소로 돼지력을 잠재운다.

엄마랑 같이 먹는 샤부샤부이기 때문에 담백한 육수를 선택한다.

채소에서 채즙이 계속 나와서 육수를 리필할 틈이 없었다.

참깨소스를 듬뿍 먹을 이유를 줘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

등산 후에 지쳤음에도 차를 몰고 이곳까지 온 이유는 온전히 엄마덕이다.

엄마가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체력을 소진했지만, 엄마의 환상을 지켜주고 싶었다.

덕분에 맛있는 걸 먹으니까 나에게 더 좋은 것이다.

배를 채운 후 디저트 부근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사장님이 팥빙수 괜찮다고 맛보라고 하셨다.

샤브집에서 후식끝판왕 팥빙수 챙겨먹기

우유빙수라 시원하고 고소하다.

이 집의 특징이다.

과하지 않고 딱 필요한 재료로 깔끔한 맛을 낸다.

옛날 스타일의 팥빙수를 오랜만에 먹으니 좋았다.

우유빙수라 따로 우유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엄마의 다음 모임은 이 장소로 정해졌다.

맛있는 식사, 여유로운 테이블. 깔끔한 후식까지.

11시부터 3시까지 평일점심으로 20,800원

  3시부터 9시까지 평일저녁으로 21,800원(주말까지)

후식까지 맛있으니 기분 좋은 마무리다.

등산의 피로감이 씻겨나간다.

부른 배를 단단히 잡고 동부산 롯데아웃렛을 구경하는 것은 소화운동이다.

살찔 틈이 없는 하루였다.

그러고 집에 도착해서는 완전히 기진맥진했다.

엄마의 환상을 이루어준 하루였다.

씻고 그냥 누우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인생 별거 있나.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 최고다.

당신도 뷔페를 가고 싶다면 등산을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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