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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Jul 03. 2024

남포동과 초량을 이틀 연달아 찾아간 사연에 대하여

찾아가고자 하는 가게의 휴일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느지막이 시작한 엄마의 서예교실도 어느덧 9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초입자는 고인 물들의 호감을 사야 한다.

나보다 잘하는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덕분에 엄마의 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배움이 즐거운 수준이다

잊을 만하면 선물하는 간식을 사기 위해 장마철 길을 나선다.

비가 드문드문 오는 날을 골라 선정했다.

습한 와중의 버스 안은 이동식 냉장고와 같다.

선선한 에어컨 바람을 부담 없이 즐기다 보니 어느새 남포동에 와닿았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은 바로.

문을 닫고 있었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 날이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방문한 것은 나 혼자만 아는 사실이다.

세계과자 유행의 시작을 알리는 상점

남포동은 국제여객항과 부산역과 마주하고 있다.

세계적인 물품이 부산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간식을 맛보고 싶을 때 들렀던 곳이다.

장사가 몹시 잘 되어 2호 점도 남포동에 위치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입맛을 저격한 만쥬와 모나카, 양갱과 쿠키, 젊은 층을 저격하는 다양한 젤리와 초코.

모두 다 사고 싶지만 꼭 필요한 용무가 있기에 오늘의 주제를 정한다.

엄마를 잘 봐주세요. 부탁하는 딸내미의 마음.

작게 소분된 만쥬가 오늘의 선택이었다.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한 입 크기의 초코도 골랐다.

이런 것도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다음은 나 먹을 것이다.

비가 오면 당기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돈가스다.

그러하다. 그냥 돈가스가 먹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포동에서 오래오래 번성하고 있는 돈가스집으로 간다.

점심시간이라 줄 서야 하지만 망설이지 않는다.

망설임은 기다림을 더 늘릴 뿐이다.

이승학 돈까스 남포동 오면 꼭 드셔보세요

줄이 없는 것을 보고 재빨리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좌석에 착석했다.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방문이므로 망설이지 않았다.

매운 치즈돈가스와 모둠돈가스를 주문했다.

남포동은 치즈 맛집이다.

돈가스에 들어가는 치즈가 이렇게 고급질 수가 없다.

남포동에서 가장 유명한 이재모 피자와 결이 비슷한가?

결론은 맛있어서 먹는 사람이 좋다는 것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테이블에 놓이는 수프의 질감이 좋다.

버섯과 양파의 질감이 느껴지는 고소한 수프 맛이다.

정직한 이름과 정직한 맛의 이승학 돈가스

밖에만 나오면 엄마는 내가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된다.

엄마를 위한 모둠돈가스 접시를 가져와 잘게 썰어낸다.

나의 이상형은 돈가스 썰어주는 사람이다.

내가 주문한 매운 치즈 돈가스도 엄마가 먹기 좋게 잘게 자르고 식사를 시작한다.

해산물을 즐기는 엄마이기에 생선가스와 새우가스를 좋아할 듯해서 시킨 모둠 돈가스였지만,

엄마의 선택은 비후가스였다.

함박을 튀긴 음식이 비후가스인데 이 음식 요물이다.

먹는 사람마다 다 맛있다고 한다.

생선가스와 새우가스도 맛있는데, 오늘의 생선튀김들은 바로 튀긴 것이 아니라 좀 전에 튀겨서 식어 있었다.

튀긴 음식은 좀 식으면 기름지다.

다음에는 비후가스를 시켜줘야겠다.

이승학 돈가스에서 나의 최애는 매운 치즈 돈가스다

당황하지 않고 나의 매운 치즈 돈가스를 본다.

이 흘러넘치는 치즈와 치즈 안에 숨어있는 고추가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아주 맵지 않고 깔끔한 맛이다.

매운 정도로 치면 신라면 정도?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풍부한 치즈와 먹기에 알맞은 적당한 매콤함이다.

늘어나는 치즈와 함께 돈가스 한 조각을 건네니 먹는 사람이 좋아한다.

식사가 맛있으면 그날 외출은 성공한 것이다.

오늘의 선택은 역시 최고였다.


지하철을 타도 좋고, 버스를 타도 좋다.

비가 내리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초량온당을 향해 출발했다.

저번주 처음 맛본 초량온당의 빵이 맛있었다.

마지막 한 입이 아쉬운 그런 맛이었다.

또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가는 길이 참 좋았다.

산복도로 위쪽이 안개로 보이지 않는 비 내리는 부산

장마철 산속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모습이었다.

평소에 산복도로를 지날 때 보이던 산의 모습이 구름과 안개로 가려졌다.

카메라에 온전히 잡히지 않는 풍경이 조금 아쉬웠다.

피난민들이 만들어 놓은 산을 덮은 집들이 안갯속에서 아스라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습함이 한 달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괜찮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까.

그리고 나는 초량온당 빵을 곧 만날 거니까.

초량온당 7월초 휴가일정으로 한 주간 쉽니다.

아...

저번주에 빵을 보고 흥분해서 휴가공지를 못 보았던 것인가.

이 비를 뚫고 왔건만, 굳게 닫힌 문은 나를 향해 열리지 않았다.

혹여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고자 마음먹었다.

늘 기다림이 많은 가게이므로 테이블링이라는 앱을 통해 원격줄서기가 가능해서,

오는 길에 시도를 했는데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참이었다.

휴가였구나.

테이블링 공지에도 휴가라고 써놓으면 나처럼 헛걸음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래도 괜찮다.

빵을 만드는 사람이 푹 쉬고 나서 만드는 빵은 얼마나 맛있을까.

오늘 맛보지 못한 아쉬움을 다음으로 미루면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선물포장의 달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남포동 김영상회에서 사간 간식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엄마를 위해 마트에 가서 쌀과자를 하나 더 사 왔다.

역시 푸짐해 보이는 것이 좋다.

연륜은 절대 무시할 것이 못된다.

넉넉히 준비를 하다 보니 21개가 완성되었다.

나 어릴 때도 안 한 간식포장을 다 커서 엄마를 위해 준비하는 내가 기특하다.

간식상자를 들고나가는 엄마의 설레는 표정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저렇게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툴툴거리면서 포장했지만,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좋아졌다.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즐거움을 배우는 중이다.

매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다.

오늘도 이렇게 또 깨달음을 얻는다.

당신에게도 기다림에 설렘이 있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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