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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Feb 13. 2024

등산으로 뭉친 근육통은 등산으로

망월산을 등반하는 이유

어제 용천산을 다녀왔다.

정상을 올랐다는 기분에 취해 길을 잃고 헤매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아팠다.

내가 용천산을 다녀왔다고 하니 엄마도 지지 않기 위해 망월산에 다녀왔다.

망월산을 다녀온 엄마한테 나는 실언을 해버렸다.

"엄마, 망월산 10번은 갔다 와야 용천산을 갈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하던 엄마는 허벅지를 주물주물하던 나를 보고 말했다.

"등산으로 뭉친 근육은 등산으로 풀어라."

!!!!!

항상 사람은 자신의 입을 조심해야 한다.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르는 척할 수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근육통이 심하지는 않아서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오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1시경 집을 나섰다.

망월산 등산로 입구

밥을 먹고 나왔기 때문에 속이 든든하고 어제보다 날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시작이 좋다고 생각했다.

정관은 참 산이 많구나. 올라갈 산이 참 많구나.

정상까지 다녀오라는 미션을 받았기에 조금은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망월산 올라가는 길 안내판

길치는 안내판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입구에서부터 친절한 산에 환대받는 기분까지 느껴졌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망월산에는 나무가 정말 많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 길이 나있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르면서 길을 낸 것일까.

감탄이 나오는 빽빽한 나무 숲이다.

등산하는 짬짬이 뻥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이 골프장 바로 옆이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소리였다.

등산하다가 골프공에 맞으면 골프장에서 치료비를 보상해 줄까, 기장군청에서 보상을 해줄까.

잡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올라갔다.

망월산 국가지점번호 안내판 1

안심이 되는 안내판이다.

혹여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고가 난다면 바로 나를 찾을 수 있게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안내판이 곳곳에 있었다.

이 산은 정말 관리가 잘 되는 산이구나.

그리고 어제의 용천산은 등산도중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지만,

망월산은 나보다 앞서 걷는 사람, 하산하는 사람을 5분 간격으로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이 자주 찾는 산이라면 부담감 가지지 않고 잘 오를 수 있겠지.

평탄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곧 정상에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망월산 약수터 쓰레기 금지!

예전에 한 번 망월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운동을 꾸준히 하던 시절이 아니라 여기까지만 와도 힘들어서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내려왔더랬다.

새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해진 나를 느꼈다.

땀이 나긴 했지만, 조금 숨이 차긴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어제의 내가 감사한 오늘이다.

같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등산복에 스틱까지 등산장비를 야무지게 챙겨서 올라가고 계셨다.

나는 운동화에 물과 휴지가 든 가방 밖에 없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등산은 장비싸움이 아니라 체력싸움이다.

악으로 깡으로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했다.

망월산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길이 보였다.

이럴 때 순식간에 오르는 나의 비결이 있다.

위를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것이다.

힘들지만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어느새 계단은 끝이다.

하지만 등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망월산 등산의 고지 부분

오르고 또 오르고, 숨을 고르며 잠깐 쉬다가 또 오르면 만나는 계단.

망월산은 정말 관리가 잘 되어있는 산이다.

돌산보다는 훨씬 걷기가 수월하지만, 여기도 다른 힘듦이 있었다.

지구력이란 체력이 새삼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벌써 정상을 찍고 내려오시는 하산객들이 몹시, 아주 굉장히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계단이 없는 부분은 며칠 전 내린 비로 질척해서 걷기가 좀 힘들었다.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나의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망월산 정상 200m 전

정상 전에 참 좋은 장소를 만났다.

벤치도 충분히 있고 소소한 운동기구도 있었다.

함께 하는 등산이라면 이곳에서 도시락을 나누어 먹어도 참 좋을 장소였다.

옆에 백운산 정상이라는 글자도 보이지만 애써 모른척한다.

오늘 나의 목표는 망월산 정상이다.

고작 200m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정말 정말 쉽지 않았다.

축축한 길이라 신발 밑창에 뭉친 흙이 계속 붙어서 발이 무거워졌다.

한시도 긴장을 놓쳐선 안된다.

망월산 정상 50m 전

어떻게 이렇게 표지판을 만들어 놨을까.

등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200m 전, 50m 전.

오르느라고 수고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을 만날 수 있어.

혼자 하는 등산도 외롭지 않게 하는 안내판이다.

망월산 망루에는 안전을 위해 사람이 있다.

정상에 오르자마자 감탄했다.

망루 안에 사람이 있었다.

혹시나 위험에 대비해 사람이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누군가가 혼자서 등산하기 좋은 산을 묻거든 나는 망월산이라고 답하리라.

그리고 보이는 확 트인 정관의 경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망월산 정상의 모습

오늘 정말 날이 좋았다.

바람도 적당히 불었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지만, 빽빽한 나무그늘에 덥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힘들다 싶을 때 고개를 들면 만나는 친절한 안내판까지.

그렇게 나는 오늘도 도장 하나를 깨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했다.

하산하면서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을 많이 만났다.

집 앞을 산책하듯이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간 오겠지.

그리고 다음번에는 백운산 정상도 도전해 봐야지.

하나를 완수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나무누리공원과 화장실

망월산을 하산하고 내려오면 바로 앞에 나무누리공원이다.

등산로의 끝에 화장실이 있으면 그렇게 고마운 일이 없다.

이곳은 참 관리가 잘 되고 있구나.

나에게 주어진 권리는 충분히 누려야 한다.

그리고 좋은 정보가 있으면 널리 알려야 한다.

좋은 걸 좋아하는 걸로 만들고 또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좋아진다.

그래서 오늘도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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