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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Feb 15. 2024

중앙도서관을 아세요?

도서관 도장 깨기 여정의 본격적인 시작

인스타나 유튜브 쇼츠, 릴스를 보다 보면 간혹 책 광고 영상이 뜬다.

진짜 잘 만든 광고를 보면 또 책이 읽고 싶어 진다.

나는 흥미가 생기면 바로 해봐야 하는 고질병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있다.

톨스토이의 [결혼]

[안나 카레니나]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로서 처음 들어보면 톨스토이의 [결혼]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았지만 그곳엔 있지 않았다.

타도서관 검색을 해보니 여럿 나에게 낯선 도서관에 재중 되어 있었다.

잠깐의 고민 후에 바로 결단을 내렸다.

오늘은 중앙도서관이다.

뚜벅이는 버스가 중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최대한 환승을 덜 하고 익숙한 길로 경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중앙도서관 근처 버스정류장에 하차했다.

금호아파트 버스정류장

버스로 와도 여기가 고지대라는 것을 알겠다.

처음 내려보는 동네다.

이 길은 와도 와도 재미있는 길이다.

이 산복도로의 투어여정은 다음에 다시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으로 미루기로 한다.

그리고 곧 만나는 계단.

중앙도서관으로 가는 천국의 계단

이상하다.

나는 분명 도서관에 가는 길인데 등산할 때의 느낌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계단이 꽤 많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고 또 다양한 형태의 건축형태가 있다.

이곳에 사시는 많은 분들은 참 건강하시겠다.

이 오르막이 일상이라는 거니까, 건강한 다리가 건강한 체력을 만드니까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겠지?

오르막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도심과 바다

힘들게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이 보상 같은 경치가 좋다.

몸은 고돼도 눈이 밝아지고 마음이 트인다.

그리고 더 올라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중앙도서관 올라가는 길 1

계단을 올라서 횡단보도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보이는 횡단보도

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몸을 틀어 위로 올라가면

중앙도서관 올라가는 길 2

어린이 집을 향해 다시 등반을 시작한다.

등산의 근육통을 이렇게 연달아 운동으로 풀 수 있으니 참 좋은 것 같다.

여러 사람들이 이 좋은 길은 같이 걸었으면 좋겠다.

중앙도서관 올라가는 길 3

어린이집을 향해 올라가면 길 없음 길이 있다.

이곳을 향해 가야 한다.

차는 갈 수 없지만 사람은 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그리고 이 길을 걷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

그래서 외롭지 않다.

중앙도서관 올라가는 길 4

중앙도서관은 중앙공원, 민주공원과 같이 있다.

아 다른 길로도 올라올 수 있구나.

계단이니까 나는 내가 왔던 길로 다음에 또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민주공원 입구

고즈넉하고 좋았다.

오늘 날이 좋아서 하늘도 예뻤다.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많아서 어르신분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민주공원의 복지는 이것이다.

바둑용품과 장기용품 보관함이 있었다.

누구든지 편하게 와서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겠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를 볼 때 바둑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참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다만 혼자 시도한다면 조금의 뻔뻔함을 장착하고 어르신들 틈바구니에 끼여서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큰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고 고요한 공원이었다.

중앙공원 충혼탑

기백이 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평화와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해야 한다.

눈으로 보니 그런 생각이 더 깊게 든다.

단지 나는 도서관을 찾아온 것일 뿐인데 오늘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중앙도서관 가는 길 5

중앙공원을 구석구석 다듬어 보고 나는 본래의 목적인 중앙도서관으로 향해 갔다.

바로 옆에 근현대 역사관도 있었다.

자주 와야 하는 장소구나.

처음 오는 곳인데 또 와야 하는 이유가 여럿 생겨버렸다.

부산 중앙도서관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렇게 차분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중앙도서관.

아마 현존하는 도서관의 위치 중에 높이로는 전국에서 5위 안에 들지 않을까.

심지어 역사의 도심 안에서도 그 높이 위치한 중앙도서관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목표로 했던 톨스토이의 [결혼]을 대출하기 위해 이 건물 2층으로 곧장 갔다.

중앙도서관 안의 부산출판도서 전시회 모습

중앙도서관은 달라도 또 다르구먼 하고 생각했다.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중앙도서관.

내가 안 보던 책들. 낯선 출판사도 눈으로 읽고, 예쁜 책 커버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열람실로 향했다.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멀리서 왔기 때문에 단 한 권의 책만 빌려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책만 보면 이 욕망을 숨길 수가 없다.

옆에 있는 [행복]도 빌리고, 보고 싶었던 [구의증명]도 대출해 버렸다.

많이 줄여서 오늘은 3권을 품에 안고 나왔다.

어깨는 무겁지만 마음이 더 건강해져서 다리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까운 국제시장을 향해 갔다.

오로지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붐비는 시장을 보면 소란한 삶도 별거 아니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종종 들르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장보기가 나의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소란한 분위기만 즐기고 곧 돌아왔다.

짧은 외출을 기대하고 나왔지만, 인생은 예상대로 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예측불가능한 삶의 설렘과 기대감이 더 큰 에너지원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의 소득

오늘의 수확물

또 나의 마음을 채워줄 소중한 수확물을 보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해야지.

어떻게 이렇게 매일매일을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걸까.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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