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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Aug 21. 2024

좋은 일에는 보상이 따른다 제과점빵!

배웅은 제과점빵을, 선물은 초량온당.

엄마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짐을 싼다.

마치 야영 가는 초등학생 같다.

따로 사는 가족의 집에 가기 위해 혼자 나서는 길이다.

하루만 집을 비우는데 왜 이렇게 짐이 많은 걸까.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금은 덜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내가 보기에 버거워 보이는 가방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역까지 바래다주어야겠다.

그렇게 함께 나선 길이다.

늘 버스 안은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매일매일 자외선이 강하다고 뉴스가 나온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양산이 필수요소다.

지구는 매일 공전을 하고, 버스 안 좌석은 가득 찼다.

그늘인 자리는 이미 꽉 찼고, 볕이 쬐는 자리만이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양산을 펴는 승객이 보였다.

뭐 하시는 거지?

하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창가 쪽으로 양산을 밀고 커다란 탭을 꺼내는 것이다.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그늘을 피하는 자세가 충분하다.

자기 자신은 자기 스스로 보살피는 것이다.

그녀의 가방은 보부상. 아마 없는 것이 없을 것 같다.

엄마랑 버스 안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내릴 때까지 저 양산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그녀는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의 피부를 잘 보호할 것이다.

저런 마음을 본받아야 한다.

구포역은 지하철역과 기차역 사이 포토존이 좋다.

구포지하철역과 구포기차역 사이에는 중간 다리가 있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하는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역시 당사자는 싫어하지만 사진을 꼭 찍어놓는다.

그러고 카톡 프로필이 바뀌는 걸 보면 역시 사진은 남는 것이고 생각날 때마다 찍어 놓는다.

요즘 많은 기차역사들이 공사 중이다.

코로나로 지연됐던 건축자재들이 이제야 제대로 수급이 됐나 보다.

덕분에 상행선을 이용할 때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바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무거운 짐을 내가 들어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인 순간이었다.


동생의 생일을 기념해 빵을 보내기로 했다.

나보다 돼지력이 강한 동생이므로 초량온당 빵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부재료가 가득하고, 간이 잘 맞는 빵은 드물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환승시간이 지났으므로, 나는 구포시장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구포장터 안에 위치한 제과점빵

나무로 만들어진 간판이 투박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작다. 역시 점빵이 확실했다.

유리창 안에 정리된 빵은 투박하고 건강한 빵들이다.

나는 자연스레 창가 쪽에 진열된 단내가 나는 빵에 시선이 꽂혔다.

내가 고른 빵은 아몬드데니쉬.

기본적인 빵들이 소박하게 판매되는 곳이었다.

처음이라 낯가리는 내 모습.

제과점빵의 아몬드 데니쉬

진짜 기본에 충실한 빵 맛이었다.

시럽이 뿌려졌는데도 바삭한 아몬드,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떼어먹는 데니쉬가 적당히 달았다.

엄청난 기교다.

기본에 충실할 뿐인데 허겁지겁 먹게 된다.

다음에는 다른 빵을 여러 종류 사 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마음으로 배웅하러 나온 덕분에 좋은 빵집을 만났다.

구포만세길, 3.1 독립 기념비는 구포 지하철역 옆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가 함께하는 길이다.

기차역하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곳이다.

1919년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으며 우리의 선인들이 비장하게 걸었던 그곳이다.

예전에는 장터였던 이곳이 지금은 높디높은 아파트들로 사람들을 채우고 있었다.

고요하지만 소란한 거리를 걸으면 구포시장을 만날 수 있다.

구포시장

늘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주로 시장에 가면 장을 보는 나는 식재료들에 눈이 갔다.

당근 큰 거 2개 3천 원.

부전시장은 같은 크기의 당근을 2천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식재료는 부전시장이 더 싸군.

구포시장은 국수와 죽 가게가 많았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음에는 건강한 호박죽과 달큰한 국수를 먹으러 와야겠군.

곧 12시가 다되었다.

테이블링 앱으로 대기를 하는 초량온당의 줄을 서야 한다.

대기번호 70, 시내버스 반입불가 물품.

달력에서 빨간 날은 초량온당엘 가면 힘들다.

전국에서 빵을 사러 오기 때문에 유독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장본김에 제사 지내는 사람이라 시도를 했고, 대기번호 70번에 약간 좌절했다.

하지만 구포에서 초량온당까지 버스로 1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한 시간이면 사람들이 많이 사서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초량온당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면 1시간이라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이번에 타는 버스는 처음 타는 버스였는데, 부산시내버스 반입 불가 물품이 출력돼서 보기 편하게 되어 있었다.

음식물이 들어있는 일회용기, 빨대 꽂힌 텀블러 금지는 버스 안에서 음료수 마시면 안 된다는 거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을 안 듣는다.

누군가 흘린 버블티로 인해 버스 안이 달달한 내음이 나기는 하지만 계속 맡으면 불쾌하다.

첼로케이스나 골프캐리어도 크긴 크지.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면 안 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말 안 듣는 사람들은 참 많다.

안된다고 말하는 기사와 부득불 우기면서 타는 사람들의 연속.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상.

기도했으면 행동하라는 문구가 와닿는 순간.

바라지만 말고 실천하고 깨닫자.

그리고 1시간을 달려 초량온당에 닿았지만, 내 번호는 아직도 저 멀리.

더운 관계로 초량온당 내부에 앉아서 대기를 했다.

초량온당 상온빵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정신이 없다.

와중에 사진을 찍는 나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거든요.

익숙하게 행동합니다.

그리고 앉아서 기다린 지 5분이 채 안되어 내 번호가 불리었다.

초량온당의 인기스타는 냉장고 안에 있다.

늘 사람이 많은 곳은 냉장고 앞이다.

맘모롱과 버터바, 크럼블이 가장 인기가 많다.

냉장고 앞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지나 당당히 냉장고 문을 열고 빵을 고른다.

피스타치오 맘모롱과 초량맘모롱, 처음 보는 크런치 메로나 맘모롱과 단호박크럼블.

피스타치오 맘모롱. 이 녀석은 요물이다.

심심한 것 같으면서도 달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내 것이다.

단호박 크럼블은 엄마를 위한 건강빵.

빵 4개에 19,100원.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만, 그 맛을 생각하면 금세 수긍한다.

오늘의 수확물. 항상 끝은 달달한 충만감이다.

오늘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한다.

맛있는 빵을 동생에게 줘야 하는데 내가 먼저 먹고 싶은 것은, 나는 누나다.

선택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 내가 사 온 아몬드 데니쉬를 맛보았다.

고소한 아몬드 러스크의 향이 좋다.

적당히 촉촉하면서도 바삭한 데니쉬.

제과점빵. 빵맛집이 확실하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고급진 맛이다.

특유의 밀가루 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고 모든 맛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제과점빵을 털어와야겠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맛, 낯선 곳들이 무궁무진하다.

처음을 맛보고, 더 좋을 것을 찾기 위한 설렘이 시작되는 날이다.

좋은 일로 시작해 뿌듯함으로 끝을 낸 나의 오늘 하루.

문득 당신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별일 없는 하루를 보냈다면 나의 아몬드 데니쉬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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