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영화, 퇴사 매거진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고질병인 허리 디스크가 도졌기 때문이다. 재치료를 받은 지 1년밖에 안됐는데 허리가 버티질 못할 정도로 혹사시킨 모양이다. "엇"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시작됐다.
전 직장에서 나온 지 3달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한듯싶다. 하루에 14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를 쓰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새로운 콘텐츠 만든다고 책 읽고 정리하기를 100일 가까이했으니 무리가 안 가는 게 이상할 정도다. 거기에 영상편집을 배운다고 영상 찍고 편집하는 작업까지 했으니... 일할 때는 매시간마다 휴식을 취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쉬는 시간 없이 달렸다. 결국 탈이 났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프레스로 참가하면서 여러 영화를 볼 계획이었는데 허리 통증 때문에 다 엎어졌다. 영화제 전부터 취재하던 김수형 감독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영화제 도전기' 기사를 마무리하고 영화제 일정을 정리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쉬운 마음이 앞설 테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진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 '나'에 대한 생각과 '휴식'에 관한 생각이다.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을 달라진다 / 이하 구글 이미지
모든 것이 미션
내가 생각하는 '나'는 완벽주의자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든 부분을 커버해야 하고 내 장점은 장점대로 키워야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위치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안 좋아진다. 어쩌면 나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 밑에 깔려 소리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미션이었던 날이 있었다. 성공, 일, 연애, 놀이, 여가, 여행 심지어 휴식까지 미션처럼 해왔던 날들.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완료하다 보면 모든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의 미션은 쉬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할 정도로 모든 일과 싸웠다. 일이 아닌 것도 일처럼 했다. 힘에 부칠 때가 많았지만 '할 수 있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결국 이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고 허리도 상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져버린... 아니다. 싸울 필요도 없는데 싸운 상황이 돼버렸다.
인간이 완벽할 수 있을까?
퇴사자 얘기에 자신을 돌아보라는 얘기가 왜 나오지?'라며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퇴사자만큼 자존감과 자신감, 자기 자신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나를 돌아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반면에 나보다는 외부의 기준에 나를 맞추다 보니 퇴사 후 생활이 지옥같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 TV를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역경을 극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 중 일부는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야기하고 다닌다. 아주 가끔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을 못한다는 건 노력이 부족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게으른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 예전에 나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인간은 똑같지 않다. 그래서 똑같은 성공방식도, 가치관도, 생활도 없다. 성공한 '그' 사람은 '그' 방식대로 원하는 바를 이뤘는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인간이 완벽할 수 없듯이 온전한 인생의 공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성공이라는 것 자체가 허상일지도 모른다.
나를 높게 평가하든 낮게 평가하든, 잘난 맛에 살든, 주눅 들어 살든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우리는 모두 다르다. 결국 내가 누군지는 나만이 들여다보고 알 수 있다. 외부의 기준이 아닌 온전한 나를 이해하는 순간 내 영혼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