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뭘까?

퇴사자 생활 지침서

by 변준수

"아 진짜 못해먹겠네"


전 직장을 떠날 생각을 처음 했을 때 후배와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사실 저 말보다 더 센 비속어를 사용했지만 글에서는 조금 순화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다닌다는 사직서. 가슴 한편에 품었던 사직서를 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고민을 한다. 누군가는 사직서와 함께 퇴사를 하고 다른 사람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직을 선택한다. 나머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우선 참기로 한다. 하지만 남아있기로 한 사람도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고 싶어 한다.




회사는 뭘까?


지금까지 퇴사 이야기를 쓰면서 아직 다루지 않은 게 뭘까 생각해봤다. 이직, 재취업 준비, 퇴사자의 여행 등등 아직 다룰만한 소재는 꽤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니고 있거나 다녔던 회사가 어떤 곳인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회사를 뭐라고 정의하고 있을까?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선배는 '이 분야에서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곳'이라고 정의했고 아버지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곳', 친한 친구는 '자아실현을 이뤄주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얼마 전 퇴사한 지인은 "전 직장만큼 최악인 곳도 없었어. 철천지원수가 입사한다고 해도 말리고 싶을 정도야"라고 답했다. 출산 휴가 후 복직한 친구는 '돈 버는 곳'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전 세계 인구수만큼 다양한 직장과 직장상사, 회사의 모습이 있다. 영세한 구멍가게부터 굴지의 글로벌 기업까지 우리는 다양한 장소에서 저마다 일을 하며 산다. 그만큼 직장의 모습도 다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경우는 있지만 직장 자체를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는 거다.



1531905396.jpg "우리 회사는 분위기가 자유롭습니다"라는 의미를 위 그림처럼 생각했었다. / 이하 구글 이미지



정들긴 했는데...


전 직장은 마치 전 여자 친구, 전 남자 친구 같은 면이 있다. 다닐 때는 죽도록 사랑했지만 떠나면 뒤도 안 돌아보게 되는 곳, 하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장소가 직장이다. 나처럼 2,3년 다닌 회사를 잊는 데는 몇 개월이면 충분하지만 은퇴를 앞둔 부모님 세대는 평생을 바쳐온 곳이기에 그곳을 잊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퇴사를 한 사람도 떠날 때는 안 좋은 기억을 안고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지만 지나고 나면 좋았던 기억, 많이 배우고 경험했다는 생각이 많이 남는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서 붙어살지만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된 곳이 직장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회사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경영진의 입장이고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쉽게 마음 붙이기가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n-DEFAULT-628x314.jpg 비자발적 야근을 할 때면 어김없이 현자 타임이 찾아온다



회사와 직장, 일자리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회사생활에도 정해진 답안지는 없다. 다만 서로 경험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좀 더 원초적으로 다가가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이전 글에서 '휴식'과 '쉬다'의 의미를 비교한 게 생각나 직업과 관련된 단어 몇 개를 검색했다.


회사 : 상행위 또는 그 밖의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 법인.

직장 :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

일자리 :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직장


세 가지 모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하는 곳'의 정의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우리의 태도, 사측의 입장이 달라진다. 평생 직장생활을 해온 부모님에 비하면 아직 직장생활을 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지난 5년간 있었던 일을 돌이켜 봤다. 그동안 직장에 대해 참 많은 기대를 걸기도 하고 좌절도 했다. 얼마 전에 휴식을 생각하다 보니 내가 갖던 직장에 대한 목표와 기대치, 회사의 입장이 참 많이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말 그대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공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아닌 일반 사기업은 영리 행위가 기본이 된다. 겉으로는 사회 정의와 공정성을 추구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없이 회사를 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부분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다녔던 잡지나 일간지, 신문사, 인터넷 뉴스와 같은 언론은 조금 다를 거라 생각했다. 회사가 굴러가는 와중에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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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회사에 들어온 목적???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나 자신이 너무 순진한 했을 수도 있고 세상 물정을 모르고 덤빈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직장에서 자아실현과 경제적 이익, 지적 여유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라는 게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모인 곳인 만큼 논리적일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돈이 논리적이지 않듯이 영리를 좇는 사람들도 비논리적인 면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꿈이 아닌 돈을 따랐다. 당연히 자아실현은 남의 얘기였다.


반면 그 가운데서 자아실현을 이루거나 자신의 목표를 이룬 사람도 있다. 그들은 회사의 현실과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목표를 수정했다. 회사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 이루지 못한 사람 모두 생각해야 할 부분이 '회사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라는 명제다. 취업준비생일 때는 '어느 회사든지 붙기만 해라'라고 기도하지만 막상 다녀보면 꼭 그렇지 않다. 어느 회사든지, 아무 회사나 다니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최소한 내 목표에 부합하는 회사에 근접하도록 알아봐야 한다.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그런 부분에 소홀했다.


회사를 다니는 모든 직장인들은 입사할 때 자신이 품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과 회사 여건에 맞는 목표라면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회사에 들어온 입사동기가 돈 벌기, 대출금 갚기라면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 이와 달리 워라밸, 꿈을 위한 발판,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한다면 조금 달리 회사를 봐야 한다.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재취업을 준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걸 알게 됐다. '요즘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 어디라도 들어가면 만족하겠지'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비슷하다. 그래도 최소한 내가 원하는 방향과 회사의 환경이 얼추 맞는 곳을 가길 추천한다.


'기자나 에디터 일은 다시 하나 봐라'라고 다짐하면서 퇴사했지만 다음 직장도 비슷한 일을 할거 같다. 어쩌다 보니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살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은 월급 중 하나인 글로 돈 벌기. 다음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일에는 최선을 다하되,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망상은 접기로 했다. 내 꿈이 직장 그 자체는 아니니까.


lucid-work-life-balance.png 일과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어렵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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