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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Mar 04. 2022

승진의 감격은 '24시간'


"난 승진하는 거에 연연하지 않아. 승진한다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올해부터는 서로가 다 직급, 연차 안 보여서 괜찮다니까~~"


남편은 올해 진급 시기였다.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국어 점수와 영어 점수를 만들었고, 하루 연차를 쓰면서까지 설계 시험 준비를 할 정도였다. 그렇게 진급 발표가 가까워졌고, 당일이었다.


남편은 노트북을 펼치더니 "뭐냐~ 이 메일은... 진급했다는 메일인데... 이름도 안 쓰여있고... 진급한 건가??"라며 아리송했지만, 어쨌든 승진을 했다. 나는 남편을 향해 "아이구~ 우리 부장님~~"이라며 아양을 떨어댔고, 남편은 왜 그러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얼굴엔 함박웃음이었다.


우리는 기다리는 부모님들께 알려드리고자 각자 전화를 돌렸다.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여기저기 전화로 "우리 아들 승진했어!"라고 자랑할 게 불 보듯 뻔했다.

시어머니는 몇 달 전부터 "oo 이는 진급시기 아닌가? 어떻게 됐어?"라며 만날 때마다 물어보던 시골 찐친에게 소식을 알리고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소식 전달 겸 자랑도 겸사겸사?)


그러나 그 전화통화로 승진의 즐거움이 사라졌으니...


상황의 전말은 이러하다.

어머니 시골 찐친의 아들이 만 나이 39살에 우리나라 손꼽히는 회사 최초 MZ세대 부사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차도 나오고, 기사도 나온다는 임원이 되다니!!!


근데 뉴스 발행 일자가 작년 12월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빠~~ 그럼 이 아주머니는 3개월이나 자랑도 안하고 참았다는 거야?"

아주머니는 우리 시어머니에게 얼마나 알리고 싶었을까?

그러나 친구의 아들도 진급 시기인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구의 사정부터 물었던 아주머니.

오늘따라 아주머니의 마음이 크고 넓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해가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같이 놀던 동생이 한 회사의 임원이 되었다는 것에 자랑스럽다며 남편은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구~~~ 부사장님~~~~~ 야! 우리 엄마 나 부장 달았다고 자랑하려고 전화했다가 자랑도 못했잖아!"라며 농담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한참을 통화하던 남편은 전화를 끊고 내 앞에서 흥분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뉴스에 이 자슥 이름이 나온 걸 보니 너무 신기해~ 진짜 잘했나 보네~ "

근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들릴 듯 말듯한 작은 한마디가 더 있었다.

"근데 내가 너무 작아지네..."


'안 부럽다더니~ 괜찮다더니~~ 순 개뻥이군'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던 나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남편에게 다가가 깐죽거렸다.

"아놔~~~ 우리 신랑~~ 하루 좋았네~ 하루천하 이 부장!!! 1일 천하 이 부장~~ 부사장도 아닌 어디 부장 나부랭이가 말이야~~"

깐죽이의 남편 역시 깐죽거림의 상당한 내공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대로 넘어갈 리 없었다.

-"미안, 부사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

-"미안, 부사장이 아니라 잘 못하겠네."

-"나는 말이야~ 부장 나부랭이라서~~"


나는 직감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저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할 것을...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수다의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 먼저 "나 이제 졸려"라는 선언을 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다.

남편은 마저 풀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사실 부럽더라고 크크크크~ 그래도 한우 한 번 사준다니까 얻어먹어야지~~~ 여보가 전에 그런 글 쓴 적 있잖아.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진짜 사람이 순식간에 초라해지더라니까~ 근데 나 비교하면서 겸손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크크크~"


맞다. 비교를 하던 남편은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점검하기도 했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우쭐거리면 안 된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했다.


행복에 대한 흔한 지식으로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누리며 살아갈 때 행복한 건 맞으니까.

하지만 오늘 남편의 말을 통해 다른 생각을 가져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바에 있어서는, 내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는...

'나보다 먼저 앞질러 가고 있는 사람과의 비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위를 바라보며

-현재 갖고 있는 것들에 우쭐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성실함을 갖고

-일상에서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그래서일까? 나는 오늘 비록 나보다 어리지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강사님과 나를 비교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며 도전하는 그녀,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실망하기보다 한번 더 매달리는 열정.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다짐을 해볼까 한다.

'내 마음 구석진 곳에 미뤄두었던 '출간 기획서'를 이번에 한번 써볼까?'


기억하자.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는 나보다 빠르게, 멀리 달리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다만 비교도 건강하게! 비교도 효율적으로!

"나 같은 부장 나부랭이가 무슨..."

이것만 안 하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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