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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Mar 20. 2020

깝치지 말지어다

집에서 방문을 발로 살살 밀면 열렸지?

닫혀있더라도 박박 긁으면 사람들이 열어줬지?

그러면 열릴 줄 알았겠지...


산책을 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1층 현관 앞을 지나가야 한다.

본인이 해왔던 대로 발로 두드린다.

계속 긁어댄다.


그러나 높은 곳에 달린 센서는 작은 '너'를 인식하지 못한다.

뒤에서 오던 내가 문 앞에 가까이 가야 드디어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는 즉시 너는 팔짝팔짝 뛴다.

코를 벌렁거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잠시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너는 이랬을 거 같다.

자~긁어볼까? 평소 해왔던 것처럼~ (벅벅벅벅)
어라~이렇게 하면 문이 열리는데~ 어쭈 안 열리네.
더 긁어봐야지~ (벅벅)
(스르륵)역시!! 문이 열리네~ 주인 봤냐? 나의 실력을!!
 내가 문을 열었으니 어서 빨리 산책을 가보자고~!!!"


내 마음은 이렇다...

얘야. 깝치지 마라...
너가 백번을 두들겨봐라. 문이 열리나...
내가 가니까 열린 거거든...


우리 집 개가 나에게 '겸손'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니가 벅벅 긁어 문이 열린 것 같지만, 뒤에서 센서를 작동시켜 문을 열어 준 이가 있음을...

혹은 밖에서 들어오려던 사람이 비번을 눌러 문이 열릴 수도 있음을...


내가 했다고, 내가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자아도취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유난히 강의빨이 잘 받는 날은 내가 잘한 것도 있지만, 정말 리액션 좋은 청중을 만난 것이다.


오늘도 스스로 외쳐본다.

깝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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