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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Mar 20. 2020

내 글에도 직접 라이킷을!!!!

헐... 엄마 완전 대박이다. 무슨 자기가 블로그에 글 쓰고, 자기가 직접 하트 눌러? 그렇게 하트가 받고 싶어?


 딸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의 블로그... 내가 하트를 누르면 빨간색이 된다.


그럼 안돼? 글을 쓴다는 건 말이야~~ 대단한 일이잖아! 내가 얼마나 힘겹게 글을 쓴 건데.... 그리고 내가 내 글이 너무 좋아서 하트 누른다는데 니가 왜 그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글을 쓰는 나...

브런치는 안타깝게도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를 수 없다.

하지만 블로그는 공감의 '하트'를 빵! 하고 누를 수 있다.

누르는 순간 하트는 투명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며, 공감숫자도 올라간다. 너무 좋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면, '저 사람은 엄청 자기애가 강한 사람인가 보다'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걸음들을 뒤돌아보면, 나는 나에게 하트를 눌렀던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남들이 나를 칭찬하고, 높여줄 때도 '정말 진심일까?', '앞에서나 하는 말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강의를 할 때도, 당당하게, 유쾌하게 하지만 나는 강의를 마친 그 순간부터 늘 부족했던 모습과 실수한 부분에 연연하고, 나 자신이 싫어 잠시도 가만두지 못했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도 있는데, 나는 유독 나에게만 채찍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채찍과 같은 '반성'과 '후회', '성찰'의 시간이 나를 성장하게 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지치고 힘이 든다.


나도 당근이 먹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났는지 당근을 맛있게 먹고 있는 것 같다.

보고만 있는 것은 너무 힘들어, 나도 직접 당근을 찾아먹기로 했다.

가족들이 모두 잘 때 노트북을 켜고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잠이 오는지도 모른 채 몰입해서 완성하고, 내 글을 읽으며 한참을 뿌듯해하다 1등으로

하트빵! 누르면서~!!


"와 완성했다! 좋은데~~~역시!"하며 나를 맘껏 치켜세워주는 것이다.


이같은 나만의 '당근 수여식'을 경험하며, 딸아이의 당근은 무엇일지, 남편의 당근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려 돌아온 남편은 식탁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웹툰을 본다. 

낄낄거리던 남편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나는 "다 봤어?"라고 물었고, 남편은 끙끙거리며 자신의 고뇌를 털어놓는다.

"다음 화가 너무 궁금해... 근데 코인 결제해야 된대. 코인 결제해도 3편 보고, 또 한 주 기다리는 건 똑같아... 근데 나 너무 보고 싶어...어떡하지?"

그게 뭐라고 고민할까 싶었다. 그냥 보면 될 것을....


남편은 나의 지지를 더 듣고 싶었나보다. 나를 바라보며 "솔직히 힘들게 일하고 와서 천 원 정도 결제해서 웹툰을 보는 건 나한테 주는 선물 아니냐?" 라고 말하는 남편...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말했다.

그래~ 여보한테 그거 가지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어~
봐!!! 그게 뭐라고~ 바로 결제해!!!

남편에게는 그것이 오늘 자신에게 주는 당근이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힘든 자신을 위로하는 당근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어떤 날은 마트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사는 것이 나를 향한 당근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나에게 주는 당근이 될 수도 있겠다.


무엇이면 어떠한가? 

우린 모두 당근이 필요하다.

나는 글쓰기로 당근을 먹고, 남편은 코인 결제로 당근을 먹고, 딸아이는 거울을 보며 본인 얼굴에 자화자찬하며 당근을 먹는다.


그저 스스로 찾아먹는 당근으로 잠시라도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좀 먹고살자!

힘들게 하루 버텨온 나에게 의식적으로라도 선물을 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당신의 당근 수여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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