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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Mar 28. 2020

뭐 섹스?

삼시 세끼 다 먹는 아이가 가끔은 밉기도 하다.

하지만 꼭 밥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냉동 떡볶이 열 팩을 주문했다.

오늘 점심은 떡볶이!!!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떡볶이를 먹고자 했다.

수저를 뜨기 전 아이는


엄마 나 먹으면서 영화 봐도 돼?
엄마가 외롭다 할 거면 안 볼게...


나도 보고 싶은 웹툰이 있었기에 "그럼 오늘 점심은 각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먹자!"


나는 '유미의 세포들' 웹툰을...

딸은 오래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아이는 자신이 16살이며, 영화는 15세 관람가라 봐도 괜찮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떡볶이 앞에 태블릿을 세팅한다.


각자 도생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는 썸 타는 내용의 웹툰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내 귀에 명확하게 들리는 소리... 

섹스?

나는 0.01초의 망설임 없이,  

생각이란 것을 할 겨를도 없이

뭐 섹스? 섹스하자는거야?
맨날 그런 영화만 찾아보냐?


아이는 태블릿을 멈춘 뒤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아빠하는 그 섹스 S! E! X! 가 아니라...
색스 S! A! X! 야!
엄마 못 들었어? 얘 이름이 앤드리아 색스라잖아!!!
라스트 네임이 색스라고!!! 아 진짜...



그래... 너 잘났다.

그것만 들리는데 어떡하냐...

나도 영화를 보고 있었으면 안 그랬겠지.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분위기상 파악했겠지...


웃고 끝난 일이지만... 왠지 이런 일이 많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 뒤 정황 없이, 파악 없이...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으면서... 뭐 하나 주워듣고...

그거 하나에 꽂혀서 박박 우길 때...

심지어 가관인 것은.... "내가 봤다고!!! 내가 들었다고!!!" 이러진 않을련지...


딱 내가 아는 만큼만 들리겠지.
딱 내가 아는 만큼만 보이겠지.
이제 내가 너무 못 미더워서... 확신을 갖기도 무서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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