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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May 08. 2020

어버이기에  불안한 '어버이 날'

어버이날 이야기 <1>

5월 7일 어버이 날 전날 밤... 딸아이는 안방으로 달려와 말했다.

"내일 기대해!!!"

남편은 "뭘 기대해~ 괜찮아! 저번에  삼겹살 값 네가 내기로 했으니까 그걸로 퉁칠게. 아무것도 안 사줘도 돼!"

딸아이는 "암튼 기대해! 아빠 내일 일찍 와!!!"

나는 궁금했다. "뭔데? 왜 일찍 와야 돼? 아빠 요즘 바쁜 거 같던데..."

딸아이는 씩 웃으며 "내가 엄마 아빠 밥 해주고 싶어서 그래. 내가 한 번 요리해볼게~~~"


남편과 나는 한사코 말렸다. 하필... 메뉴가 삼겹살이라니... 집이 어떻게 될까??

'생색'은 딸의 몫이고, '청소'는 우리 몫인 게 분명하다.

우리의 간곡한 부탁을 알아챈 딸은 "그럼 메뉴를 바꿔볼게"라며 방을 나갔다.


진짜... 미안한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선물이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우리 부부가 외출했을 때, 친척들에게 김치 부침개를 해준다며 온 집안을 연기로 가득 메꿨다. 외출하고 왔을 때 발에 기브스를 한 친척 동생은 생명에 위협을 느꼈는지, 문 끝에서 젖은 물수건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그것뿐인가! 뜨거운 국물을 다리에 쏟아 바지가 허벅지에 달라붙어, 오랜 시간 병원에 다니며 화상치료를 받았기에 나는 아이가 불 근처만 가도 마음이 철렁거렸다. 그랬기에 우리집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원칙 중 하나는 '요리=절대 금지'였다.


그런 사고뭉치가 밥을 한다고??



 나는 아이가 일어나면 피자를 먹자고 꼬셔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를 깨우며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매일 아침이면 오는 <행복한 家>의 감동 편지를 습관처럼 열었다. 어버이날이어서인지 박노해 시인의 '부모의 사명'이라는 제목의 시가 나에게 도착해 있었다.


<부모의 사명> -박노해

누구라도 그 누구라도

어릴 땐 무조건 품어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고


청소년 땐 무조건 믿어주고

지켜봐 주어야 하고


철들면 뜨거운 냉정함으로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게 하고

그것이 부모의 사명이 아닌가 (후략)


 다른 건 안 보였다. 무조건 믿어주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는 말이 내 가슴을 확 찔렀다.

16살이 된 청소년을 어린 시절의 실수로 인해 과하게 보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딸아이의 시도에 응원을 보여주고, 도와줄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줘야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아이를 얼마나 믿어줬을까?

나는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기라도 할까?


 불편한 마음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나는 한 번 더 아이의 마음을 물어보기로 했다.

흠..........

부모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심지어 어버이 날 선물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를 믿고 지켜봐 주는 연습을 해야 했다.

그랬기에 카톡을 받고, 그 길로 집에 달려가 설거지를 했다. 식탁도 정리를 했다.

아이가 찾을 만한 양념장을 냉장고 앞칸으로 슬며시 빼놓았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아이가 요리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음식을 할까?

제발 오늘 저녁만큼은 '진실의 입'이 열리지 않고, "맛있다!"를 연발하는 '립서비스'의 달인이 되길...


딸아... 맛있게 먹으려고 간식도 안 먹는 어미의 마음을 네가 알까 모르겠다...

그리고 왜 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선물이 '현금'인지도 이제 정말 알 것 같다ㅋㅋㅋ

오늘 네가 주는 사랑에 푹 빠져 행복한 저녁을 보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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