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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대학교병원 Jul 13. 2022

유방암 환자의 치료 여정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

advice. 이한별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외과 교수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기준 유방암 5년 상대 생존율은 약 9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암이 13.9%, 위암과 대장암이 각각 77%와 74.3%인 것을 감안하면 월등한 수치다. 하지만 유방암은 병기와 종류는 물론 개인별 신체 구조와 유전 요인 등에 따라 치료 방침과 예후 등이 확연히 달라진다. 서울대학교병원이 2004년, 국내 최초의 다학제 센터인 유방센터를 개소해 통합 진료에 힘써온 이유다. 가상 사례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을 찾는 유방암 환자의 치료 여정과 통합 진료 체계를 상세히 살펴본다.



가상 사례

32세 염미정(가명) 씨는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염미정 씨는 더럭 겁부터 났다. 외할머니의 유방암 병력 때문이다. 재빨리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 진료를 예약한 염미정 씨는 그날부터 유방암 환우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안심해도 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헷갈리는 대목도 많았다. 어떤 사람은 2기임에도 부분 절제를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전 절제를 했다는 사실부터 미혼 여성의 경우 치료 과정이 좀 더 복잡할 수 있다는 의견 등 명확하게 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진료 당일, 염미정 씨는 가장 먼저 유방외과 교수를 만났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초진을 외과에서 본 후,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을 통해 전체적인 치료 과정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초진 후 주치의는 영상의학과와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의 진단을 거쳐 항암치료 후 양쪽 가슴 전 절제를 결정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후 염미정 씨는 난자 동결 후 항암치료를 거쳐 종양 제거 수술과 유방재건 수술까지 무사히 마쳤다. 현재는 유방외과와 종양내과, 암건강증진센터 가정의학과에 더해 암통합케어센터 정신건강센터 진료를 통해 유방암에 대한 추적 관찰은 물론, 다양한 치료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관리하고 있다. 유방암은 생존율과 치료 성적은 우수한 반면, ‘완치’ 판정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RCA 유전자 : 유방암 유전자(Breast Cancer gene)의 약자로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BRCA1 또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보유한 여성은 유방암 발병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BRCA1 또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80세까지 70%에서 유방암이 발병한다.





진료는 물론 개인 맞춤 치료를 위한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한별 유방외과 교수

다른 암종과 달리, 유방암은 유방외과의 초진을 통해 진단, 수술, 항암치료 등 치료 방침을 결정합니다. 치료 방침 결정 시 최우선에 두는 것은 완치율과 환자 삶의 질입니다. 수술과 항암치료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 부분 절제와 전 절제 중 어떤 쪽이 도움이 될지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죠. 병기와 유방암의 종류, 환자 개개인의 특성 등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지는 유방암에서는 ‘개인맞춤형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개인맞춤형 치료 시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음성,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type 2)* 양성/음성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이고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폐경 전이라면 대부분 항암치료를 하지만 폐경 후라면 항암치료를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된 것은 항암치료를 안 해도 되는 환자를 가려내는 예후예측 도구 덕분입니다. 이전까지 미국과 유럽의 것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저희 병원에서는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들의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예후예측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더 많은 환자들이 필요없는 치료를 생략할 수 있게 하면서도 꼭 필요한 치료는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밖에도 저희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에서는 BRCA1,2 외에 다른 유전자를 포함한 유전성 유방암 예측 연구, 수술을 최소화하거나 생략하기 위한 연구, 암세포에서 나온 유전물질을 피검사를 통해 검출해 재발을 예측하는 액체 생검 등 다양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방암은 ‘잘 낫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복잡한 병이기도 합니다. 의학 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만큼 진료 지침도 빠르게 변합니다. 따라서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등의 정보를 본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뜻밖의 질병 발병 시 불안하고 초조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의 역량과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따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환자 특성에 따른 처방으로 삶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이경훈 종양내과 교수

유방암의 전신치료는 크게 항암제 치료, 호르몬 치료, 표적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사례에 나타난 2~3기 사이의 젊은 유방암 환자는 항암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유방암의 종류(아형)에 따라 호르몬 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항암제 치료는 유방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강력한 반면, 탈모, 구토 등 부작용도 동반합니다. 그래서 항암제가 꼭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선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별 결과 항암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항암제를 투여하게 됩니다. 다만 항암제 투여 시 일부 환자에서는 조기 폐경이 나타날 수 있기에 비혼 환자나 출산 계획이 있는 환자는 항암제 치료 전 산부인과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난자 동결, 배아 동결, 난소 보호제 투여 등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입니다. 항암제는 투여 직후의 급성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3~6개월 후 투여를 종료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큰 문제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호르몬 치료는 5~10년 동안 장기간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골다공증 등 뼈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에 적절한 운동과 영양 섭취를 권하고, 필요하다면 골밀도 검사와 칼슘 약제 복용 등이 권장됩니다.


현재 유방암 치료와 관련해 새로운 항암제와 다양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등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중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러한 신약들의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가장 잘 수행하는 병원으로 국내외에서 손꼽힙니다. 환자 특성에 따른 약제의 효과 및 내성 발생의 원인 연구도 동시에 진행 중이며, 유방암 치료 자체만이 아닌 환자 삶의 질을 지키고 높일 수 있는 방법 모색에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니 유방암 진단을 받으신 경우라도 서울대학교병원의 의료진과 함께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시기를 바랍니다.



장단점을 잘 헤아려 최적의 유방재건술을 시행합니다

진웅식 성형외과 교수

유방재건술로 유방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원래의 유방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를 복원해 여성으로서의 삶의 질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대 수명이 긴 젊은 환자의 경우, 삶의 질 유지는 물론 척추 측만증 등의 예방을 위해 유방재건술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유방재건술 시에는 자가 조직이나 보형물을 이용하게 됩니다. 자가 조직의 경우, 주로 복부 피판(뱃살)을 이용합니다. 30~40cm에 이르는 흉터가 복부에 남을 수 있지만 이식만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더 자연스러운 모양과 촉감의 유방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보형물 이용의 장점은 추가 흉터가 없고 수술이 비교적 간단해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보형물 자체가 이물질이기에 드물지만 감염, 염증, 구형구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보형물 파열, 위치 이상 등의 문제 발생 시 보형물 교체 재수술이 필요합니다. 사례로 든 환자의 경우는 예방적 유방 절제를 고려하고 있어서 양측을 재건해야 하므로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을 권하고 싶습니다. 복부피판을 이용하여도 결혼이나 출산은 가능하지만, 양측을 수술하는 경우는 뱃살이 충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형물이 더 많은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유방센터 성형외과에서는 ‘유방재건술에 따른 유방암의 종양학적 안전성’, ‘유방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 재건 시 사용되는 무세포동종진피의 효과 및 안전성’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환자에게 최적의 유방재건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최선의 수술과 진료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지만 유방센터를 찾는 환자들께 늘 죄송합니다. 환자 수가 많다 보니 환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빠른 수술과 외래에서의 충분한 상담을 못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들은 최신 의료기술을 연구하고 진료 현장에 도입해, 암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니 의료진을 믿고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암으로 인한 변화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다독여 주세요

박혜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암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변화와 상실을 겪는 만큼, 감정적인 동요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절망과 무력감 등의 정서적인 어려움이 상당한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연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략 10~30%의 환자들이 암 투병 중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례에 나타난 환자와 같은 30대는 경력과 관계 모두에서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는 시기이기에 암으로 인한 어려움이 더 클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암으로 인한 변화가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환자가 된다는 것은 외로운 경험입니다. 중년이나 노년기 환자에 비해 30대 환자들은 특히 또래나 지인들에게 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더 어려워합니다. 그럴수록 주변과 단절되는 것보다 믿을 만한 사람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를 잘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정작 자신의 어려움에는 소홀하게 마련이죠. 그러나 암의 치료와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주 살피고 챙겨야 지치지 않고 환자를 잘 돌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내’가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환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건네보시기 바랍니다. 정신건강도 건강의 한 요소이니 특별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어려움을 느낄 때 서울대학교암병원 정신건강센터를 편안하게 방문하시면 더 좋겠습니다.


언제나 씩씩하고 훌륭하게 암 치료 과정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부족해 보이더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그리고 많이 힘들 때에는 의료진을 포함하여 주변에 계신 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

서울대학교암병원 유방센터는 2004년 국내 최초의 다학제 센터로 개소했다. 연간 2,000건 이상의 유방 수술, 유 방성형 수술 기법의 접목, 성형외과와의 협진을 통한 만족도 높은 재건 수술로 ‘유방암의 치료’와 ‘심미적 만족감’ 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뤄 왔다. 환자 개인에 가장 적합한 항암치료, 항호르몬치료, 표적치료, 방사선치 료 등 보조치료를 통해 유방암 생존율 향상은 물론 부작용 최소화에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 학술 대회 개 최 및 해외 우수 병원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와 세계적인 임상 시험 참여로 완치가 어려운 진행 성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다양한 치료를 제공 중이다. 특히 세계의 최신 연구 결과 즉각 수용, 환자의 유방암 특성의 유전학적 분석에 기반해 개인맞춤형 치료(Personalized Treatment)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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