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자카르타
오늘 하루가 숨가쁘게 지나갔다.
새벽에 일어나 오븐에 표시되어있는 오렌지색 시계를 훔쳐보면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고, 그의 것도 회사에 가져갈 수 있게 텀블러에 담아두었다.
적절하게 따듯하고 적당하게 거품이 생긴 우유가 커피에 섞일때 만족스럽다.
요가원에 가서 지난 일년간 게을렀던 나의 몸과 마음을 용서하며 수련했다.
그리고 무농약 야채를 파는 상점에서 양배추와 버터넛, 양파와 당근, 파프리카와 레몬을 샀다.
가방 한가득 야채를 넣고 집에 오는 길에 할 일을 생각해봤다.
인도네시아어 숙제도 해야하고
음식 재료를 샀으니 요리도 하고싶고
읽던 책도 조금 더 읽어야지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낮잠이 자고 싶었다.
집에 와서 대충 식재료를 정리해서 넣어놓고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이 무거웠다.
계속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무거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나 역시 너그럽지못한 것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세탁기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옷을 보며
내 마음도 같이 깨끗해졌으면 했다.
황병기의 미궁을 들으면서
버터넛스프를 만들었다.
바게트를 잘라서 스프에 찍어먹었다.
프레미엄이라고 적혀진 대추야자를 르바란 선물로 샀는데
아직 건네주지 못했다.
내일은 잊지말아야지.
인도네시아어로 1부터 1억까지 셀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안해도 되는데.
내가 사는 곳의 기초언어를 배우는건
나중에 그곳을 기억하는 냉장고의 마그넷을 모으는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딱히 쓸모는 없지만 안사면 아쉬운 그런 느낌.
R발음은 혀를 굴려야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져가고싶은 Rrr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