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춘기 14화.
"너 울어..?"
하준은 정신을 차려보니 두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음을 알고 흠칫했다.
‘뭐지. 내가 왜 울었지? 왜..?’
하준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됐지? 그거 줘!”
주희는 하준이 멍 때리는 틈을 타, 손에 들린 대본을 냉큼 뺏어 들었다. 그럼에도 아까완 달리 멈칫거리며 뜸을 들이는 하준이 조금 달라 보였다. 하준의 머릿속은 아까 그 대사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너라면, 지금 이 순간을 살 거야. 영원처럼. 그리고 말하겠지.
오늘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그 대사... 누가 쓴 거야?”
“어? 그야 남ㅍ.. 아니.. 감독이 썼겠지.. 그건 왜?”
“아니.. 어.. 음...”
“왜? 감동받았어? 이런 영화 아주 식상하다며? 아직도 이런 영화가 있냐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빈정대기는... 봐, 이런 주옥같은 대사가 있는데, 내가 대본이 갖고 싶지 않았겠어?”
“.. 연습했던... 거지?”
"뭘 연습씩이나 해. 그냥 아까 보고 외운 게 다인데.. 그나저나 나 영화시간 늦었어. 빨리 가야 돼.”
자연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 주희 뒤로 하준이 따라붙었다.
"잠깐만. 그럼 연습도 안 해보고 그냥 한 거라 이 말이야?"
"나 했던 말 두 번 말하기 싫거든? 빨리 가서 '로마의 휴일' 봐야 한다고.."
“같이 보자.”
“같이?"
"너 이름이 뭐야?"
"이제 와서 이름까지 알아서 뭐 하게? 무슨 스토커야? 아무리 내가 예쁘기로서니..”
“난 여하준!”
하준은 주희에게 악수 손을 내밀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하준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귀찮게 따라붙는 하준의 꿍꿍이가 뭔지 모르지만, 내심 하준이 자신에게 관심 가지는 게 싫진 않았다.
실로 오랜만으로 보는 남자의 손이었다.
주희는 그가 내민 손을 살짝 잡았다. 남자답지 않은 매끈하고 부드러운 손. 부담스럽지 않은 깔끔한 향수.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의 액세서리와 패션.. 예전에 주희가 알던 남자들관 확연히 달랐다.
“요즘 남자들은 참.. 깔끔하고 세련됐어.. 우리 땐 마냥 상남자니 사나이니.. 허세가 다였는데..”
“뭐?”
“아.. 나는. 남주희. 내 이름이야. 영화 보는 건 네 맘대로 하고. 단, 내 옆에만 앉지 마!”
“오케이”
하준이 쿨하게 한쪽 입꼬리를 말아 미소를 띠자 주희의 심장도 작게 콩닥 이 기 시작했다.
'얘가 왜 이래?'
의식할수록 심장박동수가 요동쳤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몸이 젊어졌으니까, 심장도 나댈 수 있는 거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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