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MZ세대에 대한 글은 있다. 직장인에 대한 글도 있다.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글도 있다.
그러나 MZ 직장인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글은 없다.
언론에선 MZ세대들이 명품 소비를 주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느린 삶, 물질이 아닌 본질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있다.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당신 옆에 있는 000주임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애어른 같은 생각이냐'라고 치이고, 동세대에게는 '시시하고 재미없다.'라는 생각으로 치이기도 했지만, 스스로의 확신 속 단단해진 생각을 세상 밖에 내놓는다.
사람마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유는 각기 다를 것이나 나에겐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물리적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해수면이 매년 상승하면서 10년 안에 물에 잠기기 시작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해저도시계획을 현재(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상하고 있으며 유엔 해비타트(인간정주계획)와 MOU를 체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급속한 변화 앞에서 많은 것에 의존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진 것 없는 자가 되고 싶다.
둘째, 사람은 무언가가 관리 범위 안에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낀다. 회사에서 업무분장을 한 후, 내 업무에 익숙치않을 땐, 업무처리속도도 느리고 업무를 수행하기가 겁이 난다. 업무에 차츰 적응을 하고, 업무가 관리범위 안에 들어오면, 직장인은 비로소 편안함을 느낀다. 사치와 향락으로는 필연적으로 편안함에 이를 수 없다. 더 많이, 더 더, 끝도 없이 커지는 욕망 앞에서 제어란 불가능하다. 무한대를 관리할 수 없다. 그러나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0'(원점)은 정해져 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까지 줄이면 되고 이는 내 관리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안정감, 편안함에 이르게 한다. 물질적 소비(가방, 신발 등)가 나에게 지속적인 편안함을 주지 않기에, '0'으로 수렴하는 삶을 지향한다.
셋째, 행복함과 득도를 위한 것이다. 나는 내면을 우주처럼 무한대로 넓히기 위한다. 행복과 득도는 결국 대화에서 온다. 대화엔 '나 자신과의 대화', '타인과의 대화'를 모두 포함한다. 원하는 가방이나 옷을 샀을 때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과 영혼이 통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 만큼 충만한 행복을 주는 일도 없다. 본질적인 행복은 '소유'와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
누가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정의를 정해놓았는가. 채식주의자의 스펙트럼이 넓듯이 미니멀 라이프도 각자에 맞게 변형시킬 수 있다. 거부감이 드는 영역까지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 억지로 물건을 버리고 집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 오직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삶이면 충분하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자신의 미니멀라이프는 다르다. 내가 사는 라이프방식도 정답이 아니다. 단지 '이렇게 까지 비울 수 있구나.',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고 한번쯤 생각 해볼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