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맘에 드는 문장을 읽다보면 저절로 그 문장을 '저장'하고 싶어진다. 잊지 않고 그 구절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이정표가 필요하다. '다시 돌아올게.'라는 마음으로 포스트잇을 붙이며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한번 읽은 책을 다시 꺼내 볼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우리의 책장엔 얼마나 많은,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은 책들이 꽂혀있는가. 그래서 완독하고 난 후,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 전 헨젤과 그레텔처럼 표시해뒀던 빵을 다시 하나씩 집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장서랍함에 문장들을 수납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책의 내용을 수납, 정리한다는 면에서 지식 미니멀리즘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가지고 있는 책에서 포스트잇을 떼서 다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포스트잇 책갈피 재활용 방법
첫째, 책을 읽을 때 기록하고 싶은 문장을 발견하면 포스트잇을 해당 페이지에 붙인다.
둘째, 완독 후 다시 책의 맨 앞장으로 돌아간다. 포스트잇이 붙은 페이지들을 펼쳐 기록하고싶은 문장들을 선별하고 자주 열어보는 곳에 기록한다. 블로그, 스마트폰 메모장. 어디든 좋다.
셋째, 페이지에 붙은 포스트잇을 뗀다.
그렇게 다시 모은 포스트잇들은 새로운 책을 읽을 때 사용한다. 한번 사용했다고 버리지 않고 몇 번이고 물건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흡족하게 한다.
포스트잇 재활용의 장점
자연스레 책을 두번 읽을 수 있다. 포스트잇을 떼려면, 다시 책의 앞장으로 넘어와 포스트잇이 붙은 페이지들을 읽어야한다. 그 중에 선별하여 독서기록을 한다. 다시 읽다보면 처음 읽었을 때에 비해 감동이 덜한 문장들도 더러 있다.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떼어내며 독서기록을 하면 보통 포스트잇으로 붙인 구절의 40%정도만 기록으로 남게 된다. 만약 포스트잇이 넘쳐나서 포스트잇을 뗄 필요도 없다면, 독서기록을 남길 때 하나하나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며 문장들을 곱씹을 기회도 없을 것이다. 또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내가 붙이는 포스트잇의 개수가 달라진다. 독서기록을 끝낸 후 떼어 낸 포스트잇의 갯수를 비교하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통계이자 재미이다.
기록한 문장들은 친구이자, 멘토가 된다.
아무리 의연하게 살아가려고 해도, 외부적인 환경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의 몸을 통채로 잡고 흔든다. 그럴때마다 나는 내 보석함인 문장을 기록한 블로그의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글을 쓰는게 두려울 땐 최은영 작가의 책 ‘쇼코의 미소’ 중 한 구절을 다시 읽으며 위로받는다.
매 발표마다 적어도 안타를 쳐야 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나 나름대로 성실하게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결과가 파울이면 아무런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공을 치기 전까지 내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얼어붙게 했다.
회사 일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의 감정을 압도할 땐 도미니트 로로의 책 ‘심플하게 산다’의 문장을 읽는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바라보기로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어려운 문제도 별것 아닌 것처럼 취급하자. 관심을 보이면 문제는 더 커진다. 주의를 기울일수록 그 문제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잊자. 어떤 성질의 문제인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런 다음 머릿속을 잔잔한 물처럼 그저 내버려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