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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Dec 26. 2022

MZ직장인의 수행하는 삶 살기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수행이란 '인간적인 욕망에서 해방되며 살아있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본래 수행은 종교인이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재'에 집중하여 잡념을 떨치는수행하는 삶이 꼭 종교와 함께 해야할까?라는 질문이 불현듯 떠올랐다.


직장인이 되며 학생시절보다 더 자주  '노잼 시기'(뭘 하든 흥미가 안생기고 재미없는 시기)를 마주한다. 노잼 시기가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성취와 단발성의 쾌락에 중독된 도파민 중독상태에 빠져있다는 반증일 것이다.일상의 권태를 느낄 때마다더욱 격렬하게 일상을 종교인처럼 살고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나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수녀도, 절에서 참선 하는 스님도 아니다. 그들이 속세를 벗어던지고 성직자의길을 걷기로 결심한 만큼의 용기도 없는 그냥 평범한 20대 직장인일 뿐이다. 대신 일상을 수행하듯이 보냄으로써 비슷한 깨달음에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박혜윤 작가의 '도시인의 월든'에서 발견한 집안일의 위대함은 나만의 수행하는 삶을 설계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소로가 집안일을 명상이라고 불렀듯, 나도 충만함을 느낄만한 일을 일상 속에서 찾았다.

소로가 한 일은 바로 집안일이었다. 그는 집안일이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바닥이 더러우면 일찍 일어나 가구들을 집 밖에 내어놓고, 물을 뿌리고 모래로 문질러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그러고는 풀밭에 있는 가구들을 찬찬히 감상한다. 주변의 나무며 풀과 어우러진 가구들을 보면서 그는 충만한 일체감을 느낀다. 그는 이런 집안일을 명상이라고 불렀다. 사소하고 귀찮은 집안일을 즐거움이자 나만의 명상으로 여기는 소로의 모습에 나는 감동한다.
/도시인의 월든. 박혜윤 저.

20대 직장인인 내가 일상에서 수행에 사용할 수단은 운동과 글쓰기 이다.


운동

근육운동을 하며 수축을 할 때 근육에 가해지는 부하와, 다음 날 찢어진 근육에서 오는 고통이 좋다. 유산소운동을 할때 느껴지는 숨의 헐떡임과 거친 호흡 그 자체를 느낀다. 운동으로 녹초가 된 몸에 뜨거운 물을 붓는 샤워를 하고나면 다른 걱정을 할 새도 없이 잠에 들 수 있다. 단기간동안 무리해서 운동을 한다고 영원히 운동의 효과가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급하게 무리한 운동은 몸을 상하게 한다.  충분한 휴식을 근육이 회복되는데 필수적이다. '평생, 꾸준히' 해야한다는 면에서 운동은 수행의 수단으로서 꽤 적합하다. 예상치 못하게 만난 계단을 자신있게 오르고, 무거운 짐을 다치지않고 들 수 있게 되는 것은 운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팁이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과부하될 때 그것에서 잠시 빠져나와열중할 수 있는 새로운 자아를 선사한다. 그렇게 운동은 위대한 일상의 수행이 된다.


글쓰기

일단 앉아서 글을 쓴다. 필립 로스의 소설 『애브리맨』에는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문장을 보자 과거의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않아 글을 못쓰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 후부터 나는 일단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켜서 자판을 두들긴다. 되는대로 문장을 쓰면 그 문장이 다음 문장을 불러와 문단을 만들고 작은 에세이를 완성한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큰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탑을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다. 광고도 없고, 눈에 보이는 보상도 없는 브런치. 그래서 어쩔 땐 브런치 글을 쓰는 것이 더 힘들고 원망스럽게도 느껴졌다. 그러나 조용히 꾸준히 글을 쓰기에는 브런치 만한 플랫폼이 없다. 글쓰기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생각들을 목각을 깎듯이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계속 글을 써나갈 것이다.


11자 복근을 가지고 싶고,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그러나 일상에선 목표를 과감히 잊어버린다. 이 목표들을 매일 되새기며 채찍질하듯이, 일상을 보내고 싶지않다. 양치질을 하는 것과, 청소를 하는 것처럼 내 삶의 일부가 되도록 운동을 하고 글을 쓸 것이다. 설상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매일 수행하려고 노력한 나의 일상에서 작은 기쁨들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 기쁨들이 종교에서 말하는 열반, 신과 하나되는 것 그자체이다.


수행하는 삶은, 본질이라는 목표를 매일 달성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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