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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Jun 07. 2022

항우울제, 그 후의 이야기

MZ직장인의 회사에서 살아남기

새로운 팀에 발령받으며,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업무로부터 거짓말같이 멀어졌다.

나에게 죽음이라는 공포를 가져다주던 업무로부터 벗어나면서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업무가 나에게 벗어난 것이지 업무로인해 겪었던 기억들과 고통들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린 회사에서 각자의 이유로 우울을 경험하고 나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성장을 한 후 새로운 사람이 되듯, 아픔을 겪고 난 후 다른 의미로 새로운 사람이 된다.


바다가 눈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바닷물이 목까지 침범하여 콧구멍에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과 같은 감정이 '제일 힘들때'이다. 시간이 지나 이 시기를 회상해볼 때 '그때 참 힘들었지..'라고 여기게 되는 기간이 이 시기 이다. 어느정도 회복이 된 이후 변화된 것은 고통의 최대치가 바닷물이 가슴정도까지 차서 답답하게 느껴지는 정도라는 점이다. 우울에 대한 감정은 이런것이다. 비유를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지만, 내 기분이 정상일 때와 '우울' 할때의 차이가 극명해진다. 정상으로 회귀하려는 몸부림과 강박이라는 것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우울이라는 것을 경험해본 자 일 것이다.


우울감은 한번 경험하고 나면, 그 감정을 느끼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MZ세대가 우울감이 입혀지는 시기는 크게 두개로 나눠질 것이다. 취준시기 그리고 신입사원 시기. 취준시기 불합격통보를 계속 받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수도 없는 상태가 수년이 지속되면 우울감과 불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를 계속 거절하는 상대에게, '됐어, 나도 너 별로야.'하고 일말의 포기할 권리가 있는 사랑, 인간관계, 공부 문제와 달리 우리는 거절하는 회사들에 상처받지 않은 척 다시 문을 두드려야 한다.


나의 경우, 운이 좋게도 그 문이 비교적 빨리 열렸다. 스스로의 자책으로 가기 전에 채용 단계에서 통과라는 행운을 맛보았고, 그래서 오히려 자신감이 가득 찬 상태로 신입사원 시절을 마주하게 되었다. 신입사원 시절, 이직준비를 하며 취업준비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취준생과 신입사원으로 겪는 우울과 불안감을 한번에 느끼게 되었다.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그래서 인생은 좋은게 좋은게 아니고 나쁜게 나쁜 것이 아니다.


24시간 우울함을 느끼던 시기에서 벗어나고 보니, 다시 생각하게된다.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약이 없었더라도 버틸 수 있는 시기였을까.

분명 그 시기에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항우울제를 찾은 이후 복용을 통해 집중력강화, 우울 완화와 같은 효과를 얻었다. 그런데 다른 질병들은 눈에 보이는 상처가 낫는다던가, 어떠한 혹이 없어진다던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변화가 있는 반면 우울증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아니다보니 왠지 모르게 의심을 하게 된다. 나의 증상에 대해서도, 약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들이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나는 힘든 시기를 항우울제 복용과 함께 견뎌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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