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윤회성 만성질환
배운 적 없는 시를 쓴다.
그래서
배운 적 없는 사랑을 한다.
너를 배운 적이 없는데
너를 가장 잘 알기에
너를 모른다고 한다.
그 마음에서 그 마음까지
흘러갈 수 있는
가벼운 활자는 몇 안되고
내 안에 가라앉은 무거운 말들은 집중호우로 쏟아진 침묵에
흩어지고 모음만 남겨졌다. 범람한 모음은 한 묶음으로 눈물이 되었다.
배운 적이 없는데 모유를 빨아 목으로 넘기던 달콤함과
배운 적이 없는데 죽음이 싫어 파랗게 넘어가던 흰자위와
배운 적이 없는데 허공을 떠다니는 말들의 공기, 공기의 말들
호흡할 때마다 희박한 시.
희박. 이라고 힘주어 너에게 알려준다.
배운 적 없는 말이지만
하얗게 유골만 남은 모음의 뼈들을 껴안고 운다. 너는.
뼈들을 가지런히 모아 안고서 말을 잉태하고
그 말의 콧구멍에 숨을 불어넣어
너는 노래.
노래라고 부른다.
기억을 잃은 한 남자였을지 모를 갓난아이가
부드럽고 달콤하고 뿌연 노래를 꿀꺽꿀꺽 삼키며
웃는다.
너는 계속 노래를 불러준다.
배운 적이 없는데
태어나고 사랑하고 시를 쓰고 죽는다지만
배울 필요 없이
태어나고 사랑하고 시를 쓰고 죽는다지
그게 죽어도 낫지 않는 병이라고
태어나면서 걸리는
다시 태어나도 걸리는